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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상 곤두박질...전투기 수출 타격

[불행의 수렁으로...KAI, 도대체 어떻길래]

항공우주 이끄는 리더서

방산비리 몸통으로 전락

김인식 부사장 자살 등 악재

검찰 대규모 압수수색 불구

개인 비리로 끝날 가능성도





지난 7월 필리핀 공군 창설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필리핀 앙헬라스 클락 공군 기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사장의 두 손을 꼭 잡았다. 2014년 3월 필리핀 정부와 한국항공우주가 맺은 경공격기 ‘FA-50PH’의 최종호기 인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물론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을 필두로 공군 최고위층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하 전 사장은 국빈 대우를 받았다. 물론 추가 납품 계약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불과 2달 전까지 우리나라 항공 및 우주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방산 비리의 몸통으로 찍히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 전 사장은 필리핀 출장 보름 만에 자진해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급기야 21일에는 김인식 부사장이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장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 기대가 컸던 수출은 백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항공우주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업계는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해외 주요 항공사들조차 경계심을 나타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한국항공우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도 크다.

◇3사 합병으로 탄생한 KAI, 위기 극복 후 승승장구 = 한국항공우주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감당할 수 없던 적자를 기록했던 항공사들의 통폐합으로 설립됐다.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통합해 항공기 종합 개발 회사인 한국항공우주로 재탄생했다. 통합 초기부터 순항했다. 출범 1년 만에 국산기본훈련기 KT-1호기 양산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인도네시아와 KT-1 수출 계약도 맺었다. 항공산업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최초로 완성기를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였다. 2002년에는 KAI의 효자로 불리는 고등훈련기 T-50의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2003년에는 최근 필리핀 수출의 기반이 된 경공격기 KA-1 양산에도 돌입했다. 완제기 수출뿐 아니라 세계 메이저 항공사와의 협업도 이뤄냈다. 2006년 에어버스사와 A321 항공기동체구조물 수출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매년 날개구조물을 납품하고 있다. 보잉사로부터도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을 따내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한국항공우주 위상이 높아졌다. 보잉사가 2011년 한국항공우주를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1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에는 사업 영역을 차세대 항공 산업과 우주 산업으로까지 넓혀 왔다. 현재 한국항공우주 본사가 있는 사천시와 손잡고 항공기 정비사업(MRO)을 추진하고 있고, 2030년까지 발사체와 위성을 상용화 한다는 우주 산업의 로드맵도 짜 놓은 상태다.



◇방산비리 적폐, 검찰 수사 어디까지=검찰은 7월 말, 한국항공우주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경영진들이 분식회계와 횡령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자금들이 전 정권 실세들로 흘러들어갔다는 혐의다. 이른 바 방산비리의 몸통을 한국항공우주로 꼽은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규모 압수수색에도 횡령과 관련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두 차례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임직원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컴퓨터를 훑기도 했다. 혐의 역시 횡령에 더해 채용비리로 넓혔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채용비리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이모 한국항공우주 경영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은 연거푸 기각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비춰볼 때 범죄사실의 내용 및 당사자의 책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2개월 넘게 이어져 온 검찰의 수사에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협력업체 대표를 포함해 2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수사가 당초 핵심으로 꼽았던 방산비리가 아닌 부정 채용 등 개인 비리로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항공우주에 미치는 타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당장 추진하고 있던 미국 고등훈련기사업(APT)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17조원의 사업 규모 뿐 아니라 동방의 작은 나라가 전투기 종주국에 전투기를 파는 국가적 경사로까지 칭송받던 사업이다.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의 동남아 추가 수출이 예상됐던 기대도 접어야 할 처지다. 여기에다 사천시와 손잡고 추진하던 MRO 역시 기약 없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데자뷔...정부 관리감독 문제 도마에=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결정되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의 관리 감독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수사가 대규모의 방산 비리가 아닌 직원 개인의 일탈로 끝나더라도 결국 KAI의 주인인 정부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정황에 비춰볼 때 관리 감독 의지가 있었냐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인은 정부지만 관리 감독 주체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자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 주식을 수출입은행으로 넘겼다. 한국항공우주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또 항공 및 우주 산업의 필요성과 무관한 이유로 순식간에 대주주가 바뀐 셈이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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