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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마침내 발걸음 뗀 中, 北 돈줄 원천차단 나선다

[美·中 대북제재 공조]

美 행정명령 발동에 中인민은행 '대북 신규거래 중단' 화답

왕이도 "北 위험한 길 나서지 말라"…외교부는 일단 부인 신중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차 유엔총회를 맞아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의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왕 부장은 회의에 앞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북이든 남이든 새로운 핵 국가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머뭇거리던 중국을 겨냥해 신규 대북 행정명령 카드를 공개하며 최강 압박 모드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이 마침내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경고에만 그쳐왔던 ‘세컨더리보이콧(제3국 기관 제재)’을 사실상 이행하는 새 대북 제재에 나서자 중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대북 독자제재 단행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력 조치에 내심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 미국과 호흡을 맞추기로 한 것은 다음달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더 이상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정국불안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를 더 이상은 방조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거래하면 누구든 제재 대상으로 삼겠다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수익의 원천’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강력하다.

제재안의 핵심은 미 재무부가 북한과 무역 관련 거래를 하는 외국 금융기관을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특히 북한의 대외 무역·금융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대형 은행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로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들에 북측과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시중은행들에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뉴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조금 전 예상치 못한 매우 엄청난 조치를 이행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 행정부의 신규 대북 행정명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2005년 9월 북한과 거래했던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가했던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 행정부가 북한 금융망을 차단하는 이란식 단독제재의 성공 재현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이란 핵위기 때 이란의 달러 창구를 차단하기 위해 세컨더리보이콧을 시행했고 자금줄이 막힌 이란은 결국 미국과 핵협상을 시작했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새 대북 제재 명령에 북한에 다녀온 모든 선박과 비행기가 180일간 미국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미국은 또 북한의 건설과 에너지·어업·정보기술(IT)·의료·광업·섬유·운송 등 산업활동에 연루된 기관과 개인도 폭넓게 제재할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초강력 조치에 중국도 일단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공상·농업·건설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에 북한과의 신규 거래 중단을 통보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에 함께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외신에 따르면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대북 제재 협력 방안에 대해 관련 논의를 한 후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더 이상 위험한 길에 나서지 말라”고 발언하며 미국과 공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내리기 직전인 21일 인민은행이 중국 내 은행들에 북한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라고 서둘러 지시를 내린 것은 미국과 갈등을 키우고 싶지 않은 중국의 속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해 인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조치에 어느 정도 호응을 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의 독자제재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북 금융 거래 제한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인민은행이 대북 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에 답할 수 없지만 내가 알기에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엄격하고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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