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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CH-47 헬기 '45년 된 고물' 맞지만...'관리 잘된 중고 벤츠' 수입한 격

<8> CH-47 헬리콥터 논란, 진실은...

1966년産 등 낡았지만 신형 수준 개량 지속

판매조건 나쁘지 않고 기체상태도 양호한 편

문제는 보증 여부...진영논리가 불신의 골 키워





‘고물이다, 아니다.’

우리 군 수송헬기 전력의 핵심인 CH-47 헬리콥터를 두고 때아닌 논란이 벌어졌다. ‘45년 묵은 폐차 직전 고물’이라는 주장과 1980년대 중후반에 생산돼 기령(機齡·기체연령)이 30년 정도라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객관적 사실은 무엇일까. 이번 주 무기 이야기는 ‘CH-47 논란’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팩트체크)으로 구성했다.

◇기체 연령 논란, ‘45년’ 맞나 = 논란이 불거진 것은 한 종편의 보도.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국방위원회)실이 낸 자료로 ‘박근혜 정부 시절 45년 된 미군의 중고 헬기를 구입하면서 1,500억원을 썼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 회의 때 성능개량 사업에서 배제했다는 결정도 소개했다. 구입 3년 만에 노후화 문제에 봉착하고 주요 장비도 떼어낸 채 팔았으며 미군이 부품공급 중단을 알려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팩트체크. 이게 사실일까. 대부분 사실이다. 다만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다. 중고무기 거래의 관행을 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중시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중고무기 거래의 관행을 아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럴 만하다. 지난 2012년 말부터 논의된 거래가 알려졌을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썩 괜찮은 거래” “적은 비용으로 군의 작전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반겼다. 문제가 된 중고 CH-47 헬기를 인수해 운용하는 야전부대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반론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45년 된 중고 헬기’라는 표현 자체가 오류이고 ‘1984~1988년 제작돼 기령 30년이 안 된 기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45년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을까’라는 의문에 공감을 표시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그러나 ‘45년 된 중고 헬기’라는 표현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이야말로 오류다. 2014년 인수 당시를 기준으로 기령이 45년 이상 된 기체가 맞다. 당시 우리가 주한미군에서 인수한 기체 14대 가운데 1979년과 1970년 생산분이 각각 1대, 1966년 7대, 1967년 1대, 1968년 생산기체가 4대다. 생산된 지 오래된 기체가 분명하다.



◇‘폐차 수준’은 아니다=그러나 오래됐다고 폐차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미군은 꾸준히 개조·개량사업을 벌여 오래된 기체도 신형과 같은 수준으로 탈바꿈시켜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령이 30년도 안 됐다’는 반론의 근거는 대규모 개조를 하면서 헬기 등록번호가 개조연도 기준으로 바뀐 것을 생산연도와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헬기 등록번호를 주한미군이 넘겨준 기체들은 두 개씩 갖고 있다. 하나는 생산 당시의 등록번호, 또 하나는 개조 이후 등록번호다. 예를 들면 ‘66-19***’였던 1966년 생산기체가 1988년에 개조되면서 ‘88-00***’이라는 또 하나의 등록번호를 받았어도 출생연도는 1988년이 아니라 1966년이다. 미군은 대부분 1960년대 생산모델인 A형을 D형으로 개조하며 다른 장비들도 보강했다. 한국군 헬기에 없는 장비도 일부 있다. 굳이 자동차와 비교하자면 ‘폐차 수준’이 아니라 ‘고급 옵션이 달린데다 관리가 잘 된 외국산 중고차’ 격이다.

◇‘기체 상태 나쁘지 않아’=주한미군이 넘긴 14대 이전에 한국군이 보유한 동형 CH-47 기체는 28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CH-47 D형 30대를 들여와 사고로 2대를 잃고 28대를 가동하고 있다. 주한미군에서 구매한 CH-47 기체는 D형으로 개조한 A, C 형이다. 한국군이 기존에 보유했던 CH-47보다는 낡았어도 지속적 개량으로 엔진의 파워와 장거리 항속 능력, 다른 헬기에 지상에서 기름을 나눠줄 수 있는 급유 능력은 한국군 헬기에 없는 사양이다. 구매 당시 14대 기체가격 805억원, 전체 1,497억원이라는 판매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보증’ 유무=우리 군은 보유한 CH-47 헬기 전량 42대를 기체 기골만 두고 엔진과 항법장치, 조종석 계기판, 방어 및 기만 장치 등을 최신형인 CH-47 F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개조사업을 실시하기로 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했으나 최근 바뀌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14대는 개량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사업 타당성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헬기를 인수받은 사업에 대한 두 차례의 타당성 분석을 맡은 기관 역시 KIDA였고 인수해도 쓸 수 있다던 KIDA가 왜 가장 최근의 타당성 보고서에서는 14대를 제외했는지 인과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제작사인 보잉사도 기체 상태를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수명 연한 보증에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구연한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헬기를 도입하고 개량하려 했다는 점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안보 논란 속에 숨은 진영논리=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 진영의 논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은 헬기를 넘기면서 일부 장비를 제거한 게 분명해 보인다. 일부 전역자의 증언에 따르면 평택에서 이천까지 짧은 거리를 조종했던 주한미군 조종사들은 ‘CH-47의 구성품이 빠져 조종이 힘들다’고 느낄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미군이 빼놓았던 장비들은 이제 보충됐거나 연말까지 해결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그럼에도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며 불신의 골도 커지고 있다. CH-47 헬기 논란의 진실은 그만하면 잘 사서 잘 운용하고 있으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어떤 보증도 없이 구매와 개량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수부대의 신형 헬기 도입을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 문제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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