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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효리네 민박’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무더운 여름, 땀을 식혀 주는 바닷바람처럼 찾아왔던 ‘효리네 민박’이 가을에 접어듦에 따라 영업을 종료한다.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듯 하나의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것도 순리겠지만 유독 아쉬운 이유가 있다. 지난 3개월간 ‘효리네 민박’이 남긴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은 제주도 소길리에 위치한 이효리와 이상순의 실제 자택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지난 2013년 결혼한 후 꾸준히 삶을 이어나간 공간인 만큼 집에는 부부의 손길 하나하나가 녹아있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톱스타 이효리가 아닌 인간 이효리의 일상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JTBC




약 10여 년 전, 마찬가지로 집을 공개했던 ‘오프 더 레코드, 효리’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효리는 많은 것을 깨달았고 내려놨다. 톱스타의 옷을 벗고 민박집 주인이 됐다. 일반인 손님들을 위해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을 능숙하게 했다. 멀게 느껴졌던 이효리와의 심적 간극이 좁아졌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정상까지 오른 이효리에게서는 배울 점도 많았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요가로 얻은 심적 안정은 그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효리는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하다”,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하니 좋은 사람이 왔다”며 인생 선배로서 손님들과 시청자들을 모두 위로했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본인의 약한 부분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것은 누군가에게 조언을 주는 것보다 더욱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효리는 톱스타였던 자신이 천천히 내려오는 과정을 직면하고 어려움을 인정했다. 아이유에게 한발 뒤에 서는 법을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인사까지 했다.

이효리가 이만큼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데에는 남편 이상순의 몫이 크지 않았을까. 이들은 친구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한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효리네 민박’이 결혼 장려 예능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억지로 꾸며진 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럴 수 있던 것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 집에 살고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불편함을 배려하고 각자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함께 집안일을 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면서도 혼자 요가를 하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존재했다.

물론 이상순이 기본적으로 배려가 넘치는 남자라는 것도 한 몫 했다. 그는 수도 문제로 수압을 낮춰 물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처리할 테니 편히 나갔다 오라고 배웅해 주는 남편이었다. 이효리에게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며 넘치는 애정을 매 순간 솔직하게 표현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상적인 친구, 연인, 부부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아이유의 면면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가수 아이유가 아닌 효리네 민박 근처에 숙소를 잡고 출퇴근 하는 직원 이지은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최초로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한 만큼 카메라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그의 평소 모습이 공개됐다. 자주 멍 때리고 책을 좋아하고 초콜릿을 한 조각씩 먹는 습관들 모두.

아이유와 이효리는 다른 듯 비슷했다. 조용한 아이유와 자신의 기분을 잘 표현하는 이효리는 얼핏 보면 극과 극인 듯 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솔로 가수. 각자가 가지는 불안감과 공허함을 털어 놓으며 서로를 토닥였다. 당연하게도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졌다.

‘효리네 민박’을 다녀갔던 이들 또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왁자지껄한 웃음을 몰고 왔던 20대 죽마고우들부터 순수하고 우애 넘치던 삼남매와 새로운 제주를 알게 해준 과학탐험대까지. 제주도를 즐기는 저마다 다른 방법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민박집에서 이효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외에도 각자의 제주 여행을 야무지게 챙겼다.

일반적인 민박집 주인은 손님을 고를 수 없다. 이효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민박집 주인으로서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받아들였다. 자율성 또한 완벽하게 보장됐다. 손님들에게 무슨 음식을 내주고 무엇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주인들의 판단이었다. 제작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부는 손님들을 진정성 있게 대할 수 있었다.

끝이라고 생각하니 많은 것이 아쉽다. 곳곳을 다니며 사람보다 더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공생하는 법을 알게 해준 강아지와 고양이도 보고 싶을 거다. 시즌2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바랄 수도 없다. 개인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부부가 다시 손님을 맞이할 마음이 생기기를 그저 조용히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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