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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야, 네가 사준다던 치킨은 못 먹지만…"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허다윤양

서울시청에서 마지막 이별식

"떠나는 길 예쁘게 보내주고 싶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낙연 국무총리 참석

23일 오후 2시 故조은화·허다윤양 이별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 두 학생의 유품이 놓여져 있다./신다은 기자




“은화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치킨을 사준다고 했거든요. 그 치킨 아직도 안 왔어요. 아마 앞으로도 평생 못 먹을 것 같아요.”

떠나는 날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아직 딸이 남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억하는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이별식을 앞두고 그간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을 흘렸다. 딸과의 소소한 약속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이별을 앞둔 어머니의 심경이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조양과 허양을 떠나보내는 ‘이별식’이 2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시민들과 함께 조양과 허양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고 헌화하며 떠나보내는 자리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바람에 따라 하얀 국화 대신 붉은 장미로 영정을 감쌌고, 헌화는 분홍색 장미로 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목포신항에서 딸들의 영정과 유해를 데려 온 조양과 허양의 유가족들은 첫 헌화를 올리며 이별식을 열었다. 검은 옷을 입고 박원순 시장과 함께 나타난 두 아이의 부모님들은 영정사진 앞에 오래도록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붉은 장미에 둘러싸여 꽃 같이 웃고 있는 두 학생의 모습에 4명의 부모님들은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 후 3년 5개월 만에 치른 이별식이었다.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은화와 다윤이를 보내는 슬픈 이별식이지만 박원순 시장님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아이들이 그 동안 너무 춥고 지저분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예쁜 모습으로 보내주고 싶었다”라며 “아이들을 언젠가는 다시 만날 테니 참석하시는 분들도 예쁜 마음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직 남은 미수습자 가족에 대해서도 “아직도 (목포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 역시 남은 사람의 심정을 알기에, 그분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조은화·허다윤양의 영결식이 열린 23일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서 조양의 부모님(왼쪽 끝에서 첫번째·두번째)과 박원순 시장(가운데), 허양의 부모님(오른쪽 끝에서 첫번째·두번째)이 딸들의 영정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신다은 기자




부모님들과 함께 이별식을 방문해 헌화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두 어머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이 예쁘게 떠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응원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2시 30분 정각에 나타나 헌화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살면서 절대 겪지 않아야 할 사건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고 있다”며 “이별식을 한다고 해도 자식을 실제로 이별할 수 있겠느냐. 다만 아이들이라도 예쁘게 보내줘야 하겠다는 부모 마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별식은 24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되며 가족들은 이별식 장에 머물면서 방문하는 시민들을 맞이한다. 시민들은 이별식을 방문해 헌화하고 책상에 놓인 포스트잇으로 두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수 있다. 영결식이 열린 다목적홀 강당 한 켠에는 두 학생이 생전 좋아하던 간식들과 화려한 꽃다발, 깨끗이 빤 교복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 안치된 두 학생의 유해는 영결식이 끝난 후 단원고에 들렀다가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두 학생은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유해가 발견되지 않아 미수습자로 분류됐다. 조양과 허양의 유해는 참사 후 3년이 지난 5월 13일과 16일에야 각각 세월호 4층 선미 좌현, 선체 3층 객실 중앙부 우현에서 발견됐다.

애초에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모든 미수습자가 수습되면 함께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나 가족들이 협의를 통해 조양과 허양의 이별식을 먼저 치르기로 했다.

9명의 미수습자 중 유해가 발견된 희생자는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단원고 체육교사 고창석씨와 이영숙씨의 유해다. 단원고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와 일반 승객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 5명은 여전히 미수습자로 남아 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조은화·허다윤양의 영결식이 열린 23일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 깨끗이 빤 조양의 교복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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