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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 文대통령, 로봇회사·현대차 공장 찾아야

지지층만 보는 행보·적폐청산 매달리기엔 경제 심각

미래산업 육성 제자리...현대차 상황은 생각보다 위태

이철균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뒤인 지난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그곳에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고 공사는 화답하듯 1만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이벤트식으로 발표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는 4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취임 후 대통령의 행보는 이처럼 파격의 연속이었다. 사인받을 종이를 꺼내는 초등학생 앞에서 쪼그려 앉아 기다리는가 하면 가습기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5·18 희생자를 안아주는 모습 등에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화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아동수당부터 기초연금 확대, 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 1년에 수십조원이 더 들어가는 문재인표 복지에도 환호했다.

지지층 지원과 과거 청산에 대한 기쁨의 목소리도 잠시, 곳곳에서 우려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 정책은 영속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조화시켜야 하는데 ‘촛불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4·5면

더욱이 한국 경제의 상황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한가하지 않다. 2·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0.6%(GDP)로 주요20개국(G20) 가운데 12위에 그쳤다. 수출은 좋다지만 반도체에 기댄 ‘착시’다. 1997년·2008년 위기도 반도체 착시 뒤 발생했다는 사실이 어깨를 짓누른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사실상 70%가 자동차 부문’이라고 할 정도로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역시 흔들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사드(THAAD) 보복’ 등의 영향으로 중국 판매량이 52%(상반기)나 줄었다. 특히 전략차종 한계와 강성노조, 지배구조 개편 등의 복합악재에 회사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빅2라는 점에서 위기 수습 여부는 경제계 안팎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통령의 행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경제부처의 한 전직 장관은 “취임 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아갔어야 할 곳이 민주노총 등 강성노조였고 그들로부터 ‘노동개혁’의 양해를 얻어야 했다”면서 “좌파대통령은 좌파, 우파대통령은 우파의 개혁을 먼저 시도해야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의 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현대차그룹의 1~3차 협력사는 5,300여개이고 고용인원만도 10만명이다. 정부가 현대차 위기를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는 큰일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현대차를 방문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0~2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은 어떨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로봇 수출은 6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로봇 수출액이 5조원을 넘는 일본은 물론 중국(2조원)과도 격차가 크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한심할 정도다. 로봇부터 인공지능(AI), 기초과학 등에 대한 밑그림은 물론 액션이 부실하다.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수준은 미국 100점에 한국은 77.4점에 그친다. 특허 등록도 일본과 미국은 각각 5,000건 이상인 데 반해 우리는 750건에 불과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로봇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현장을 찾아 비전을 선포해도 따라가기가 버거운 게 현실인데 지금은 외면받는 수준”이라면서 “20~30년 뒤가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후장대의 제조업,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일부 정보기술(IT)로 버텨온 한국 경제가 서서히 침몰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그려진다는 것이다.

한때 ‘카테고리 킬러’로 불렸던 토이저러스가 20일 결국 파산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 만인데 토이저러스 역시 게임기·MP3·카메라 등처럼 스마트폰의 덫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각종 규제를 풀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줘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지금, 과거만 바라보기에는 한국 경제는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현대차 공장과 로봇 회사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다.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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