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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 벌써 리콜 발표했으면서…"한국인 생명은 안중에도 없나"

['죽음의 에어백' 장착 벤츠·GM 18만대 활보]

다카타 구조적 결함 인정 불구

해당 차종 소유주에게도 쉬쉬

"애꿎은 피해자 발생하나" 우려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 리치먼드의 한 17세 소녀는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2002년형 혼다 시빅을 운전하다 가벼운 추돌사고를 냈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소녀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다카타 에어백이 폭발하면서 금속 파편이 목에 박힌 게 원인이었다. 지난 7월에도 호주 시드니에서 58세 남성 운전자가 혼다 CR-V 차량을 몰다 에어백 결함으로 숨졌다. 역시 에어백이 터지면서 나온 작은 파편에 목을 맞아 즉사했다.





다카타 에어백 사고는 이처럼 ‘현재 진행형’이지만 GM과 벤츠는 “자사의 차량에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진 에어백만 문제가 있다” “올해 안에 자체조사 결과를 토대로 리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 소비자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들의 논리는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에어백 제조사인 다카타가 에어백의 구조적 결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2위의 에어백 업체로 이름을 날렸던 다카타는 2004년부터 에어백이 작동할 때 금속 파편이 튀는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자 2015년 5월 다카타는 공식적으로 에어백의 구조적 결함을 인정하며 미국에서만 3,380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5월 에어백의 종류나 생산지에 관계없이 에어백 부품 내부에 습기제거용 건조제가 들어 있지 않은 모든 다카타의 에어백에 대해서 리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유독 GM과 벤츠만 조치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 다카타 에어백이 탑재된 GM과 벤츠 차량은 18만여대에 이른다. 문제의 차종은 벤츠의 C클래스·E클래스, GM의 크루즈 등 국내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차종들로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차종이다. 그럼에도 제작사들은 해당 차종 소유주들에게 문제를 알리기는커녕 쉬쉬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하기로 한 자체조사, 이후 정부의 조사와 리콜 결정 등의 과정 등 안전조치가 미뤄지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백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해당 리콜 판례를 보면 다카타 에어백 사고의 원인은 단발성이 아닌 구조적 결함(설계 결함)으로 추정된다”며 “아직까지 리콜 조치가 안 된 18만여대의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상당히 위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가 리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수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결함을 인정할 경우 ‘안전하지 못한 제품’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또 문제가 되는 한국·일본·중국·미국 등 전 세계 차량에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해 이에 대한 비용 부담도 크다.



문제는 국가별로 리콜 조치를 차별한다는 점이다. GM과 중국 합작사 상하이GM은 17일 중국 국가질검총국(AQSIQ)의 다카타 에어백 리콜 명령을 받고 오는 10월29일부터 사브·오펠 차량 1만2,492대를 우선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어 12월29일부터 쉐보레와 뷰익 251만대에 대한 2차 리콜도 실시할 예정이다. GM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콜 이행을 밝힌 것은 중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인데 그마저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GM 관계자는 “11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자체 조사 결과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아직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점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벤츠의 경우는 문제가 된 국내 1만8,724대 중 284대만 리콜 조치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된 차량은 9개 차종이지만 그중 2007~2009년에 생산된 SLK와 M클래스만 리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GM과 마찬가지로 해당 차종을 대상으로 11월 말까지 자체 조사를 한 뒤 본사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다카타 에어백이 사용된 차종은 9종에 이르지만 이 중 일부 연식의 일부 차종만 리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소비자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다른 업체들은 모두 자진해서 리콜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매출액 3조원을 올리는 벤츠는 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11월과 12월 두 업체가 조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거나 미흡하면 직접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GM과 벤츠가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고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세종=강광우 조민규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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