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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부실大 연명수단 된 유학생...깐깐한 선발·확실한 육성책 세워야

학생수 채우려 검증과정 없이 모집 질적하락 부추겨

개도국 우수학생 유치해 학업·일 병행 기회 만들어줘야

"등록금만 바라보는 대학 수익구조 바꾸는게 근본처방"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강동효기자


경북 지역에 있는 A대학은 지난 2015학년 신입생 충원율이 88%로 하락하자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 2015년 이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명에 불과했지만 2016학년도에는 21명으로 늘어났다. A대학은 이듬해에도 신입생 모집에 고전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지난해에는 72.6%로 떨어지더니 올해 56.1%까지 하락했다. 신입생 합격자 절반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학생 수 감소의 위기를 A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으로 계속 메우는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87명까지 늘어 전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한국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받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 학생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 가운데 5.75%밖에 되지 않는 것. 경북 지역 B국립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B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TOPIK 4급 학생 비율이 41.8%에 달하는 상황이다.

◇한계대학 연명수단으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외국인 유학생의 질적 하락을 부추긴 것은 이 같은 한계대학들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 비해 대학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한계대학의 연명수단이 된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자격으로 TOPIK 3~4급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한계대학들은 한국어 능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신입생을 모집하는 상황이다. 등록금만 낼 수 있다면 한국어 실력, 국적을 불문하고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한계대학을 빨리 퇴출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유학생의 질적 하락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56만명에 달하던 대학 입학 희망자가 오는 2020년부터 47만명으로 급감하고 2023년께는 39만여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대학 입학정원은 50만명이 넘는 상황이다. 국내 학생만으로는 미충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계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더욱 혈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은 한없이 더디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한 뒤 한계대학 퇴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학비리 혐의가 짙은 3개 대학만 현재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A대학같이 학생충원율이 현저히 낮은 한계대학의 경우에도 사학재단과 재학생·졸업생 등 이해집단의 반대 등으로 퇴출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학을 해산할 경우 설립자 혹은 이사장에게 재산을 귀속하도록 하는 문제와 관련 정치권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한계대학 퇴출을 계속 지연시키는 상황이다.

◇유학생, 까다롭게 받고 일단 받았으면 확실히 키워야=
교육부는 오히려 한계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통해 생존하도록 길을 터주는 정책도 펴고 있다.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대학의 국제화 촉진 방안’이 대표적이다. 대외 명분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유학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데다 ‘지한파(知韓派)’ 육성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해 입학요건을 완화하다 보니 한국어로 기본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유입됐다. 서울 지역의 한 사립대 국제교류업무 담당자는 “정부가 대학 수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본다”며 “외국인 유학생 늘리기 정책만 본다면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와 교육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유학생의 질적 하락 현상이 심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의 양적 확대보다는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진정한 지한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의 우수 유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학업과 병행하도록 대책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 지방대 국제교류원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 되도록 내버려둘 경우 이들은 지한파가 아닌 혐한파(嫌韓派), 반한파(反韓派)가 될 위험이 있다”며 “진정한 지한파를 키우고 우수 인재로 육성하려면 우수한 유학생들이 일을 하면서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등록금 의존도 낮추는 근원적 해결 방안 모색을=대학들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위기와 관련해 외국 유학생 대거 유치와 같은 임시방편의 대응책 대신 근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학재단들이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법인 수익사업을 통해 전입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장사’를 하지 않아야 양질의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국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0%가 넘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수입 총액 대비 등록금 수입 비율은 54.7%에 달한다. 운영 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등록금 의존율은 62%에 달한다. 법인전입금이 연간 1%에 못 미치는 대학도 수두룩하다. 서강대·상명대·세종대·숭실대·숙명여대 등은 2015년 기준 법인전입금이 1%에도 못 미쳤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학들은 토지 등으로 보유한 저수익 자산을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건물 등 고수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학이 교직원 연금 등 교육 목적이 아닌 운영비용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려는 생각이 문제”라며 “상당수의 학교가 토지와 같은 저수익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걸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고수익 부동산으로 전환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효·이지윤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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