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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폭주 어디까지…] 법 어겨가며 "통상임금 지급"…막가는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

"통상임금 1,500만원 받게 할 것""정년 60세까지"

회사 최악 시기에도 후보자들은 비현실적 공약만

올 임단협 가시밭 불보듯…"勞 보호 정책 개선돼야"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준용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 1인에게 평균 1,500만원을 지급하겠습니다.” “임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자동 인상되도록 하겠습니다.” “상여금을 800%로 인상하고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7대 집행부를 이끌 노조지부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26일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종결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29일 최종 후보자 2인의 결선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올해 선거에 출마한 4명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시쳇말로 ‘아무말대잔치’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당선 이후 노조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알려주는 척도다. 특히 올해 선거 직후 진행될 현대차의 2017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의 흐름을 전망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4만9,000여명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전국 최대 규모 단일 사업장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방향성은 다른 제조업체 노조에도 영향을 준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 동시 부진으로 창립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수익성의 척도인 영업이익률은 5.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1년(10.3%)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공약은 딴 세상 이야기로 가득하다. 후보자들은 공통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2015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했다. 하지만 기아차 노동조합이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조합원 1인당 평균 1,500만원(4,223억원, 조합원 2만7,424명 기준)을 보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후보자들은 이를 인용해 “현대차 노조원들도 1인당 1,5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뒤집겠다는 얘기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올 임단협에서 관련 내용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이나 상여금 확대, 정년 연장 역시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한 후보자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장기 근속자의 자동 승진, 연공서열 호봉 테이블의 정기 승급처럼 임금 인상도 ‘물가상승률+α’로 자동 인상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의 이익에만 몰두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상여금과 관련해 한 후보자는 800% 인상을 약속했다. 현대차의 상여금은 기본급의 750%로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데 이를 더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상여금은 매달 50%, 설날과 추석, 여름휴가에 각각 100%씩 지급해 조합원들의 급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정년 연장 역시 화두다. 후보 중 절반은 현재 ‘58+1+1’ 제도(59세 임금은 58세와 동결, 60세는 10% 삭감)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후보는 본인 희망에 따라 정년연장과 정년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인물을 통해 65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표도 만들어 소개했다.

조합원들의 해외여행을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장기근속자 중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조건을 완화하고 정년 당해연도 부부 해외여행 실시, 해외여행 지원 경비는 1인당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노조 지부장 선거에 지나친 선심성 공약(空約)이 쏟아지면서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너무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 요인이 되는 과중한 인건비 부담과 경직된 생산 대응 체제는 30년 전에 형성된 법과 제도가 노조 측에 ‘갑’에 준하는 우월적인 교섭력을 보장한 것이 발단”이라며 “기본 틀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갈수록 노조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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