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파리바게뜨 5,400명 직접고용의 역설

박윤선 생활산업부 기자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개입을 시작했다. 파리바게뜨가 ‘불법 파견’을 사용하고 있다며 제빵기사 5,4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것. 하지만 이번 결정이 과연 고용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가. 업계에서는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고용 안정성은 차치하고 고용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5,400명을 직접 고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파리바게뜨가 선고받은 직접 고용 전환 기간은 25일, 1회 연장을 한다고 해도 50일이다. 그 기간 동안 늘려야 하는 직원 수는 5,400여 명으로 현재 파리바게뜨 본사의 정직원인 5,200명보다도 많다. 해마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이 665억 원이다. 비용이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존폐가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 파리바게뜨는 이 인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가맹점에서 비용을 간접적으로 받아 낸다고 하더라도 인원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제빵 자동화 설비를 갖고 있는 업체다. 인건비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는 제빵 기사 측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정부 눈치를 보며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더라도 계약직 직원 고용했다가 2년 후엔 대거 잘라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본사도 본사지만, 전 직원을 넘겨주고 나면 십 수년을 영업해 온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한다. 협력업체에 제빵기사 인력을 제외한 직원 수가 매우 적다고는 하지만, 이들 역시 별안간 실직자가 되고 만다.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혹시나 본사가 제빵 기사를 채용하면 인건비가 오르지나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해 베이킹을 배우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다. 매장을 줄이고 가족을 동원하고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점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파리바게뜨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의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의 고용 경직화 압박이 계속된다면 프랜차이즈들도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