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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 '럭셔리호텔 vs 유기동물보호소'…극과극 '애견팔자'

삼시세끼 밥 챙기며 천연 대리석 침대서 클래식들으며 낮잠, 최고급 대접받는 애견호텔

반면 유기동물보호소는 0.5평 철창 견사에 하루 한끼

부익부빈익빈 양극화된 사회처럼 호강하거나 버려지는 견공





창문 너머로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비치면 숲 속의 새소리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깬 뒤 차려주는 맞춤형 아침밥을 먹는다. 원활한 소화를 위해 옥상에서 일광욕을 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선선한 오후가 되면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한 뒤 고급 바디 샴푸로 목욕을 하고는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저녁이 되면 감미로운 클래식을 들으며 숙면을 취한다. 5성급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피서객의 얘기가 아니다. 애견호텔에서 투숙 중인 강아지의 하루 일과다.

◇‘개팔자 상팔자’ 애견호텔서 호화 연휴를 보내는 반려견



애견호텔의 옥상 야외 테라스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뛰어 놀거나 실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반려견들 모습


역대 최장 열흘에 이르는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애견호텔. 기자가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 20여 마리의 강아지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실내 곳곳에는 쾌적함을 유지해주는 공기청정기와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준다는 아로마 디퓨저가 놓여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애견호텔은 전체적으로 천연 대리석 바닥이 깔려 있으며 개별 사료식기구, 전용 장난감이 갖춰져 있다. 전문 교육을 받은 동물 훈련사들이 24시간 상주하면서 반려견을 돌본다. 수시로 반려견들의 호텔 생활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견주에게 보내준다. 애견호텔의 1박당 기본 숙박비는 반려견의 체격에 따라 몸무게 5㎏미만 소형견(2만 5,000원), 5∼15㎏미만 중형견(3만원), 15㎏이상 대형견(3만 5,000원) 이다. 여기에 반려견의 체질, 나이, 성격, 중성화 여부 등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점장 김광일(29)씨는 “견주들 대부분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1:1 케어 서비스, 산책 등 옵션을 최소 하나 이상씩 추가한다”면서 “한 번 방문하면 최소 20만 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과감히 쓰고 간다”고 말했다. 연휴를 1주 정도 앞둔 상태였음에도 이곳 애견호텔은 빈방을 찾기 어려웠다.

김씨는 “정부에서 추석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을 무렵부터 반려견을 맡기려는 견주들의 예약 문의가 쇄도해 이미 10월 중순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라며 “휴가철이나 명절이 되면 평소의 3~4배 이상의 반려견이 이 곳에 들어와 추가 인력을 동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연휴기간에 가족 해외여행을 계획해 애견 호텔을 방문했다는 최은경(가명·28)씨는 “동물병원에 맡기면 칸막이형태의 좁은 공간에서 오랜기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반려견이 힘들까봐 큰 결심하고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받아 방문했는데 전문 훈련사가 반려견 상태에 맞게 24시간 꼼꼼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안심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휴가, 명절 전후 버려지는 개들로 발 디딜틈없는 유기견보호소

주인을 잘 만나 연휴내내 ‘호강’을 누리는 견공들이 있는가 하면 인적이 드문 낯선 길바닥에 버려지는 개들도 적지 않다. 애견호텔에서 약 10여km 남짓 떨어진 경기 파주의 한 유기견보호소는 연휴를 앞두고 벌써부터 입소하는 유기견들이 늘어나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만 둘러싸인 공터에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보호소 입구에 다다르자 수십마리의 개들이 목청 높여 짖기 시작했다. 이 곳 역시 유기견들의 체격, 성격에 따라 분리돼 있었으며 입구마다 탈출을 방지하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코를 찌르는 사료와 배변 냄새와 날아드는 날파리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부는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0.5평이 채 되지 않는 개별 철제 공간 속에 하반신 마비의 장애견부터 식용견 번식장 혹은 개농장에서 구출된 개들까지 50여마리가 옴짝달싹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였다.

파주의 한 유기견 보호소 견사 내에서 지저분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유기견들 모습


올해 9월까지 이 곳에 들어온 유기견은 총 600여마리. 이 가운데 새 주인을 찾아 분양된 개는 280여마리, 20여마리는 자연사했으며 나머지 300마리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보호소를 총괄 관리하고 있는 유기견 봉사단체 ‘행동하는 동물사랑(이하 행동사)’ 매니저 캔디맘(가명·36)씨는 “오로지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유지 관리에 경제적 어려움을 항상 겪고 있다”면서 “특히 명절 전후면 평소보다 3배나 많은 유기견들이 이곳에 들어오는 편인데 이번 연휴는 무려 열흘이나 돼 걱정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접받거나 버려지거나’ 양극단에 선 반려견 운명, 해답은 ‘사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반려견의 운명도 양극화되고 있다.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신성만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며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 즉 펫팸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과잉보호하거나 방치하는 등 양극화 현상은 결국 사람의 감정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금의 사회 현상을 진단했다.



2010년 17.4%였던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5년 21.8%로 5년 새 4.4%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유실·유기동물 수 역시 2010년 8만 2,000여 마리에서 2015년 8만 9,000여 마리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연휴나 휴가기간에 유기동물이 급증한다. 올해 설 연휴(1월 27일~1월 30일)동안 321마리, 5월 황금연휴(5월 1일~9일)에 2,120마리가 유기됐으며 7~8월 여름 휴가까지 포함하면 총 3만 3,044마리가 버려졌다.

이처럼 유기동물이 늘어나는데에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열악한 ‘반려동물 인프라’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 동물구조관리협회 이은영 대리는 “유기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강아지 공장을 통해 쉽게 ‘생산’되고 펫샵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독일의 경우 정부가 관리하는 단 한곳에서만 입양을 받을 수 있으며 강아지를 분양받기 위해 견주들이 이론, 실습 등의 까다로운 교육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책임감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 분양소가 아닌 애견샵, 교배 농장, 유기견 보호소 등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유기 동물수가 증가함에도 여전히 입양률은 3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동물 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정부의 철저한 허가에 따라 소수의 분양소가 운영되고 정부 관할 유기견 보호소가 단 한 곳이기 때문에 동물 등록 비율이 100%며 입양률도 90%에 달한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강아지와 주인을 등록하는 ‘반려동물 이력제’가 의무화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 분양되는지 알 수 있고 유기 동물 발생률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14년 전면 시행된 반려동물 등록제는 여전히 실효성이 없는 상태며 이 때문에 동물법이나 인프라 등의 개선을 위한 예산도 사실상 적게 배치된다”면서 “반려동물 이력제가 의무화가 되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가람기자·류승연인턴기자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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