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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아마존 신사옥 잡아라"...美 소도시들 '제2의 벤턴빌' 꿈꾼다

■시골마을 명품도시로 바꾸는 美 기업의 힘

'월마트 고향'으로 급속성장 벤턴빌

버라이즌 본사 위치 배스킹리지

평균소득 10만弗...美 전체의 2배

거대 기업 하나가 도시 흥망 좌우

털사·투손·게리 등 중소도시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총력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인구 약 70만명인 시애틀은 아마존이 본사 건물을 설립한 지난 2010년 이후 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리며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최근 아마존이 제2본사 설립을 위한 부지 물색에 나서자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 도시들까지 이 같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 치열한 유치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사진제공=아마존




미국 중서부 아칸소주에 위치한 벤턴빌은 어지간히 지리에 밝은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지방 소도시다. 아칸소주도 미국 50개주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하지만 인구 4만7,000명에 불과한 미니 도시인 벤턴빌은 수십년 전까지 사과 재배를 비롯한 농업과 축산업으로 경제를 꾸려가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조차 낯선 이 소도시에 발을 디디면 예상을 깨는 높은 생활수준에 놀라게 된다. 지역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시설이 갖춰지고 호텔 체인과 유명 식당이 즐비한 거리는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비즈니스맨들로 활기에 넘치기 때문이다. 벤턴빌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미국의 ‘명품 도시’로 만든 것은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의 존재다.

월마트 본사가 위치한 벤턴빌은 ‘월마트의 고향’으로 기업의 성장과 함께 발전을 이뤄왔다. 북미 전역에서 근무하는 120만명의 월마트 직원뿐 아니라 수만개의 월마트 협력업체 직원들이 본사가 있는 벤턴빌을 성지 순례하듯 찾으면서 지역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도 벤턴빌은 비켜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연매출 5,000억달러에다 세계 28개국에 1만1,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를 배출한 시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벤턴빌에는 ‘홈오피스’라는 별명이 붙은 월마트 본사뿐 아니라 창업자인 샘 월턴이 1945년 문을 연 1호점도 건재하다. 미 최대 부자인 월턴 패밀리가 설립한 재단의 활발한 기부활동 덕에 시내에는 최신 체육관·미술관·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고 현지 중고교와 대학에는 장학금이 넉넉히 쌓여 있다. 월마트가 제2의 본사 역시 벤턴빌에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벤턴빌 지역 경제는 앞으로 더욱 활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월마트의 숙적이자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부상한 아마존이 미국 내 제2본사 설립을 위한 입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전역은 ‘제2의 벤턴빌’을 꿈꾸며 아마존에 러브콜을 보내는 도시들 간 경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50억달러의 직접투자와 5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발전이 보장된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는 뉴욕·시카고·보스턴 등 대도시들이 앞다퉈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쇠락한 중소도시들도 아마존의 성장성과 자금력을 발판 삼은 도시 회생의 ‘역전’을 노리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와 애리조나주 투손, 인디애나주 게리부터 이웃 나라 캐나다의 에드먼턴·오타와 등까지 줄줄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에 터전을 둔 거대 기업 한 곳의 성쇠가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을 미국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벤턴빌과 마찬가지로 생경한 동부 뉴저지의 배스킹리지 역시 잇단 대기업 유치 덕에 부자 도시로 자리매김한 경우다. 인구 2만7,000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는 분기마다 5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는 버라이즌이 둥지를 튼 곳으로 미 통신업계의 ‘메카’로 불리는 곳답게 주민 평균소득이 1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도로 옆 주차장에는 벤츠와 포르쉐·마세라티 등 고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가입자 수 1억명이 넘는 버라이즌 본사에 가기 위해 콧대 높은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LG전자 직원들도 신제품을 제일 먼저 들고 방문한다는 배스킹리지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정보기술(IT) 업체 임직원들이 협력 사인이 날 때까지 아낌없이 돈을 뿌리며 머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뉴욕 출신의 로웰 매캐덤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배스킹리지가 전형적인 전원도시로 녹지가 많은 데 주목해 자치단체의 환경보존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휴스턴 등 미국의 4대 도시를 뒤로하고 찾기도 어려운 한적한 지방에 대기업 본사들이 들어서는 것은 월마트처럼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한 터전을 중시해 기업이 성장한 후에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02년 출범한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 3M 역시 사명의 첫 글자인 미네소타주 소도시 메이플우드를 115년 동안 지키며 주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인구 4만명가량의 메이플우드에서는 한 집 건너 꼴로 3M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한 지역지 파이오니어프레스는 “3M이 주민들의 의료·교육은 물론 주거까지 책임지다시피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뉴욕·시카고 같은 대도시가 아니어도 기업 특성과 지역 문화가 잘 융합되면서 지방 본사가 오히려 기업 발전에 촉매가 되는 경우도 많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성장과정에서 조깅코스 등이 잘 갖춰진 운동 친화적 도시 스타일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매체들 사이에서는 아마존의 제2사옥 역시 거대도시 인근보다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우는 중간 규모의 도시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공공 선’을 고려해 ‘애국적 관점’에서 신사옥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대도시의 허브나 붐이 일고 있는 지역보다 차라리 (지원이 많은) 보수적인 주(州)의 중간도시가 아마존 제2본사로 나을 수 있다”면서 한때 번창했지만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미주리의 세인트루이스나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 등을 추천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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