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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원자력잠수함 도입 5가지 시나리오 있지만...美결단·비용이 핵심 변수

<9> 불붙은 원자력 잠수함 무장론

① 美 해군직접 운용 - 美원잠 한국 상주...한국이 비용 부담해야

② 美핵잠 구입·임대 - 트럼프 찬성해도 의회 문턱 넘을지 미지수

③ 英 아스튜트급 도입 - 美버지니아급 위력...협상 성사 확률도 높아

④ 프랑스해군과 제휴 - 가격조건 맞으면 한국과 기술제휴 가능성

⑤ 순수 국내 개발 - 5년내 국산 건조 가능...예산 확보가 숙제





영국 아스튜트급 공격용 잠수함


미국 LA급 공격형 잠수함


한국 해군의 숙원인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원잠 도입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전문가들의 전망까지 낙관론이 압도적이다. 청와대가 관련 보도를 부인했으나 기대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다음달부터 한미 양국이 실무협의에 착수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 해군은 원잠을 보유할 수 있을까.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틀림없으나 첫 단추를 끼운 데 불과하다. 가야 할 길이 멀다. 미국의 의지와 태도, 한국의 경제력이 원잠 도입 여부와 형태를 결정할 변수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원잠 도입 분위기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원잠 도입의 추동력은 북한 핵 문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한데다 원잠 건조를 추진 중이라는 점이 한국 해군의 원잠 보유 주장의 핵심 논거다. 바꿔 말하면 북핵 문제가 변하면 원잠 도입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점을 찾거나 역으로 북폭 등으로 군사적 해결로 귀결될 경우 원잠 도입의 당위성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원잠 보유론은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미국이 직접 북한의 SLBM을 상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 해군 소속의 공격 원잠이 한국에 상주하는 형태다. 단 원잠 운용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실무협상 때 미국이 협상카드 차원에서라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할 논리 개발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미국제 원잠 판매 또는 임대. 미국은 중고 잠수함을 판매 또는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북한과 중국까지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원잠 운영 노하우 습득 측면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시나리오다. 가격과 함종, 공여 범위, 즉 암호 및 정보 처리, 통신장비 등을 얼마나 떼어내고 주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버지니아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LA급 중기형 이후 원잠마저 아쉬운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찬성해도 미 의회의 반대를 뚫을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세 번째는 영국의 아스튜트급 도입 또는 임대.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산 무기를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 동맹국의 무기 체계를 대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아스튜트급은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에 버금가는 고성능 원잠으로 영국 국방부가 극심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한국과 제휴가 이뤄질 수 있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아스튜트급 도입 또는 임대 방안은 지난 2004년에도 군사전문 잡지 등에서 잇따라 특집기사를 게재해 그리 낯설지 않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프랑스와의 제휴. 바라큐다급 공격원잠을 브라질에 판매하고 호주 해군에 동급 원잠 판매를 제의한 적이 있어 가격 조건만 맞으면 한국 해군과 기술제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섯 번째는 순수 국내 개발.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정부가 결정만 하면 2~3년 내 잠수함에 탑재할 한국형 스마트원자로 개발을 마치고 5년 안에 국산 원잠을 건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최고의 잠수잠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원잠 도입 비밀 프로젝트’였던 362사업의 사업단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문 국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2번과 5번의 결합’이라고 봤다. 하드웨어(원잠)를 확보하면 승조원의 교육과 운용 기술 습득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잠 운용을 완벽하게 익히는 데는 통상 7~8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한국 해군이 원잠 개발과 관련해 확보한 예산은 약 2조4,000억원. 3척을 건조할 예정인 ‘장보고Ⅲ batch 3’ 잠수함의 척당 건조비용 약 8,0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원잠은 이의 두 배 이상인 1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3척을 건조한다면 4조 8,000억원이 필요하다. 장보고Ⅲ batch 3 잠수함 건조비(2조4,000억원)가 책정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도 2조4,000억원이 새로 투입돼야 한다. 6척을 건조하겠다면 모두 합쳐 6조2,000억원이 더 들어간다. 여기에 외국산 잠수함을 임대한다면 임대비용이 또 든다.

결국 한미 실무협상에서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느냐에 원잠 도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연료(우라늄) 공급 문제 등도 남아 있다. 아무리 빨라야 7~8년이 소요될 원잠을 도입할 예산으로 다른 분야의 전력 증강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잠수함 개발과 건조, 운용 경험이 풍부한 미국과 영국도 버지니아급과 아스튜트급 잠수함 개발 당시 크고 작은 결함으로 사업이 수년간 지연됐다는 점 또한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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