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현장에서] 이케아는 왜 서울을 벗어났을까

배상범 산토도밍고무역관 관장

이케아, 수익보다 '신념' 우선시

자사의 아이덴티티 매장·주차장

요건 맞는 부지 못 찾아 서울 포기

12년 뒤 광명에 한국 첫 매장 오픈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는 270만명이 산다. 처음 방문하면 도로의 차량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먼저 흔히 ‘데레초’라고 불리는 서민용 합승 택시. 폐차 직전의 낡은 5인용 승용차에 보통 7명까지 탑승한다. 현대·기아차가 서울에서만큼 많이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신차·중고차 합해 약 40%가 현대·기아차다.

2년 전 산토도밍고에 처음 왔을 때 데레초와 한국차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이 있다. 서울로 치면 남대문쯤 되는 중심가에 넓게 자리 잡은 이케아 매장이다. 이곳의 이케아 매장은 경기 광명 이케아보다 약 5년 일찍 들어섰다. 경제·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산토도밍고에 이케아가 진출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른 편이나 사실 우리나라에 이케아가 ‘뒤늦게’ 진출한 것이 더욱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이케아 첫 매장이 지난 2014년 12월에야, 그것도 서울이 아닌 광명에서 오픈한 이유는 무엇일까.

약 15년 전 스웨덴 근무시 투자 유치를 위해 이케아를 방문했을 때다. 이케아 해외 진출 책임자와의 첫 면담에서 이케아가 이미 한국 진출을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중요한 요건들을 들었을 때 적어도 3~4년 내 한국 진출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결국 한국 내 첫 이케아 매장은 12년이 지나서야 문을 열었다.

당시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늦어진 표면적 이유는 서울 등 수도권 중심부에 이케아의 ‘요건’에 맞는 매장 부지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수익보다 창업주의 가치판단이 훨씬 더 중요한 기업 위상과 소유 구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 유통 기업들이 오랫동안 이케아 매장 유치에 공을 들였으나 성공하기 어려웠던 것도 같은 배경이다.





다른 대형 유통 업체와 유사한 매장과 주차장 형태였다면 이케아 매장은 10년 전 서울에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빠른 수익 창출에도 더 유리했을 것이다. 이케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 없이 비상장기업으로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의 소유다. 낮은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직접 구매상품을 차량으로 운반하는 데 가장 ‘편하고 안전한’ 매장 및 주차장은 이케아의 아이덴티티다. 수익보다 앞서는 오너의 신념 때문에 매장보다 큰 지상주차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03년께 두 번째로 이케아를 방문했을 때 들은 해외 진출 책임자의 조언도 유사하다. 이케아는 1998년 중국에 진출했다. 일본 시장 재진출보다 훨씬 이른 시기였다. “중국 시장 진출 결정에는 경영주의 ‘장기적 관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상당 기간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수익이 최우선의 고려사항은 아니었다.”

며칠 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15년 전 데자뷔를 경험했다. 세계적 휴양지 푼타카나에 기반을 둔 푼타카나그룹의 창업주 프랭크 라이니에리를 만났을 때다. 1969년부터 푼타카나 지역을 개발해 호텔·리조트, 부동산, 유통·상업시설, 전력, 교육·의료시설, 푼타카나 국제공항까지 소유·운영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관광·부동산개발 산업의 대부인 라이니에리와 이케아 창업주 캄프라드는 공통점이 있다. 자수성가로 제국 같은 거대한 독점적 사업 영역을 개척했고 영지(領地) 같은 사업장을 세대를 넘어 지속시키려 한다. 수익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관심사다. 지배적 소유 구조와 사업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지자체나 기업들이 ‘영악한’ 글로벌 기업들보다 장기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투자자·파트너를 찾아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찾기는 어려워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는 훨씬 빠르고 쉬울 것이다. 2015년 우리나라 최초로 비정규직 시급 1만원을 시행한 유통 매장이 어딘지 찾아보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