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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대기업 마케팅 부서 워킹맘, 육아 해결사로 변신하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20년 간 다녀온 회사 그만두고

시간제 아이 돌봄 플랫폼 서비스 창업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째깍악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째깍악어




김희정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한 후 1997년부터 마케팅 업무를 줄곧 맡았다. 대학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인 4학년 때, 화장품 회사에 취업한 후 패션 브랜드 기업을 거쳐 식품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흔히 말하는 커리어우먼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어린 마음에 스스로 대견하게 느꼈다. 회사 내 직원이 업무를 더디게 해내거나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때면, 이해하기 어려운 적도 많았다.

◇ 딸이 태어나고 모든게 달라졌다

이 모든 생각은 딸을 낳은 후 한 순간에 달라졌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귀한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니 이해 안 될 것이 없었다. ‘팀웍’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성과도 더 잘 나오기 시작했다.

“딸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았어요. 특히 육아 자체가 엄청 중요한 관계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더라고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고, 옹알이를 알아듣는 모든 순간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요소였죠.”

사회를 보는 시선은 따뜻해지고 정신은 성숙해졌지만, 워킹맘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쩌다 아이가 아프니 집으로 데려가라는 유치원의 연락을 받을 때면,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갑자기 반차를 쓰는 것은 하루이틀이지, 눈치가 보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상사에게 기획안을 보고해야 할 땐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유치원이나 학교에 그냥 좀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곤 했다.

“지금도 어렵다고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 자체로도 회사에선 좋아하지 않았어요. 요즘엔 1년씩 쉬곤 하지만, 선배들을 보면 출산휴가 3개월도 다 못 쓰고 한달만에 복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아이를 낳긴 낳았는데, 맞벌이를 하다 보니 봐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죠.”

◇ 창업으로 이어진 육아 고민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을 고용하고 가족들의 도움도 받으며 아이를 키워내고 꿋꿋하게 일을 해내던 중, 지난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웃집에서 아이를 맡아주거나 봐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시대잖아요. 근데 기술이 발전한 만큼, 믿을만하면서 잠깐 시간이 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서비스도 있는 마당에 말이에요.”

검색 하거나 SNS만 해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으니 플랫폼을 마련해 사람을 찾으면 될 것 같았다. 같은 고민을 하던 워킹맘들과 함께 사업을 구상했다.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에 기획안이 선정되면서 마침내 시간제 영·유아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가 탄생했다. 째깍악어란 이름은 딸 지민 양이 지어줬다. 부모님이 회사에 가거나 바쁠 경우에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을 엄마가 한다고 지민이에게 설명하자, 자신이 경험한 것이라 그런지 지민이는 금세 알아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동화 피터팬에서 아이를 괴롭히는 후크선장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게 시계 먹은 악어니까 ‘째깍악어’ 어때?”



‘째깍악어’ 서비스 이름을 지어준 딸 지민양을 안고 김희정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째깍악어


◇ 시간제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의 탄생

째깍악어는 만3세 이상의 아이를 잠깐 돌봐줄 사람을 원하는 부모와 시간제 일거리를 찾는 대학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돌봄 서비스와 달리, 대학생 선생님이 자신의 전공이나 장점을 살려 아이와 시간을 보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온다. 놀이 미술 뿐만 아니라 과학 실험, 체육 활동 등 평소에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경험을 아이에게 제공한다. 부모가 따로 요청하는 경우가 아니면 규칙상 돌봄시간 동안에는 TV 또는 동영상 시청은 금지돼 있다. 째깍악어의 이용 금액은 시간당 1만4,000원으로 기본 2시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돌봄 가능 시간은 아침 7시에서 밤 10시까지다.

“긴 생머리의 젊은 대학생 선생님이 집에 와서 거실에 큰 전지를 펼치고 비닐을 깔아요. 곧 물감을 물에 풀고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전지에 손 모양을 찍어대죠. 종이를 구겨 공도 만들고 그림 그리기 놀이도 해요. 미술 수업인 듯 하지만 과외는 아니에요. 미술을 전공한 놀이시터(돌봄선생님)와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요. 영·유아를 돌보는 일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이모님들이 훨씬 잘하시지만 만3세 이상의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는 일은 상대적으로 대학생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잠깐 은행을 다녀오거나 급한 업무를 해야 할 때 서너시간 동안만 아이와 함께 있어줄 사람을 구하는 부모님들의 수요가 많다. 둘째를 보느라 첫째를 제대로 봐 주지 못하는 부모님 고객들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어린 둘째를 보느라 첫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탓이다.

김희정 대표가 지원한 대학생 놀이시터(돌봄선생님)들을 교육하고 있다./사진제공=째깍악어


현재 째깍악어에 등록된 선생님은 300명에 달한다. 아이를 맡길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째깍악어의 선생님 검증 시스템은 까다롭다. 대학생이 처음에 지원하면 ‘악어 알’ 등급을 받는다. 아동학대나 성범죄 경력 여부 확인 서류와 신원 서류가 통과된 후, 인·적성 검사와 대면 면접을 거쳐 지정된 날짜에 교육을 받고 돌봄 경력이 쌓이면 서서히 등급이 올라가며 악어로 부화하는 시스템이다.

인·적성 검사와 대면 면접을 통해 선생님의 성향을 5가지 타입으로 정해 아이의 성격과 잘 맞도록 배치하는 것도 째깍악어만의 장점이다. 아울러 대학생 선생님은 째깍악어 앱에 어떤 교육을 했고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 지 돌봄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이거나, 아이의 성향에 따라 그에 맞는 선생님을 파견해야 돌봄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선생님들이 쓰는 돌봄노트를 통해 아이와 선생님의 특징을 계속해서 관찰할 수 있다.

째깍악어의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지자체와 정부 기관에서 돌봄서비스 관련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돌봄 교육을 지역 내 경력단절 여성들로 확장해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주로 많다.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력단절 여성들을 교육함으로써 돌봄 서비스를 확장해 많은 부모들이 지고 가야만 하는 보육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요.”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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