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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列傳-VIG파트너스] "유행, 반보만 앞서라"…안마의자·비데 의외의 M&A로 대박

2009년 비데 보급률 10%대 불과

"캐시카우 될것" 노비타 전격 인수

바디프랜드 인수후 '無 구조조정'

기업가치도 2년새 2배이상 껑충

생활밀착형 기업 품어 연타석 홈런





인수 기업의 사측과 노조에서도 감사패를 전달받은 프라이빗에쿼티(PE). PE를 두고 자본주의의 꽃, 혹자들은 냉혈한 기업사냥꾼이라고 한다. 냉정한 돈의 바닥에서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PE가 있다. 국내 1호 토종 PEF인 VIG파트너스 얘기다. VIG는 지난 2015년 네오플럭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상증자를 통해 안마의자 1위 업체인 바디프랜드를 사들였다. 피바람 부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예상했다. 하지만 VIG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을 모두 유임시켰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에 2014년 330명이었던 전체 직원 수는 올 2월 기준 1,000명을 넘어섰다. VIG가 인수한 기업은 단 한 번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었다.

이쯤 되면 경영성과에 의구심이 들 만하다. 바디프랜드 매출은 2014년 1,438억원, 2015년 2,635억원, 지난해 3,664억원으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70억원으로 기업 매각 때 통상 EBITDA가 10배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 VIG는 바디프랜드에 4,000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VIG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딜이 버거킹코리아다. 2012년 말 1,000억원에 인수해 3년 만에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원에 매각하면서 1,000억원의 투자차익을 벌었다. 매각 당시 버거킹코리아의 괄목할 만한 성장 외에도 채용 확대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2006년 4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버거킹코리아를 넘긴 날 버거킹코리아로부터 “지난 3년간 버거킹코리아 정직원을 3,358명에서 5,517명으로 늘려줘 고맙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받은 에피소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VIG는 ‘노조에서 사랑받는 PE’로 불린다. 비씨카드·노비타·삼양옵틱스 등 VIG의 인수 기업 노조들도 VIG를 착한 PE로 인정했다. 한 인수기업의 노조 관계자는 “VIG는 인수 기업이 가진 노하우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며 “구조조정으로 인위적인 혁신을 이루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을 사측과 함께 고민하는 흔적이 느껴져 노조의 동의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성공 스토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옥도 경험했다. VIG의 전신인 보고펀드는 2007년 KTB PE와 함께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수 후 계획했던 상장이 물 건너가면서 조달했던 1,700억원뿐만 아니라 1,8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시장에서는 LG실트론 실패 이후 보고펀드의 생명도 끝났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2016년 1월 보고펀드는 바이아웃 사업 부문을 분리해 VIG파트너스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투자 전략도 바꿨다. 초심으로 돌아가 무겁고 큰 딜이 아닌 일상을 파고드는 중견·중소기업 매물로 눈을 돌렸다. 삼양옵틱스·에누리닷컴·바디프랜드·윈체·엠코르셋·하이파킹 등 한눈에 봐도 생활밀착형 매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행을 ‘반보(半步)’만 앞서라. 업계에서는 투자매물을 고르는 안목으로 정평이 난 VIG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평가한다. VIG는 인수 당시 세간에서 생소하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대박을 터뜨린다. 2009년 노비타의 비데 사업 부문만을 분리해 지분 100% 사들일 당시 비데사업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2인 이상 가구에서 비데 보급률이 50%에 달했던 반면 한국은 당시 10%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해 일찌감치 캐시카우가 될 것을 알아봤다. VIG는 당시 주가를 높이던 여배우 이미숙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고급화된 이미지로 인기를 끈 후 5년 만에 글로벌 욕실용품 제조사인 콜러에 기존 인수가격(400억원)의 2배가 넘는 900억원에 매각했다.

바디프랜드 투자 역시 당시에는 의외라는 의견이 나왔다. VIG가 바디프랜드를 인수하기 전 국내 안마의자 시장 침투율은 3%를 밑돌 정도로 미미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VIG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안마의자 시장 침투율이 1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결국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이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2015년 3월 인수한 주차장 관리업체인 하이이노서비스 역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주차장 산업이 성장하며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회사까지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 국내는 전문화된 주차관리 업체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이후 하이파킹 실적은 2016년 매출액 300억원, EBITDA 4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400억원, EBITDA 역시 5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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