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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정책목표 '경쟁 촉진' 잃어가는 공정위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을(乙)의 눈물’ 닦아주기에 앞장서면서 과거에는 시장경쟁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법·제도 개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돌아서고 있다.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인 ‘경쟁 촉진’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협동조합 공동사업이나 중소업체들이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행하는 일정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장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중소기업이 단체를 조직해 납품단가 책정, 거래조건 협상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공정거래법도 중소기업협동조합 같은 사업자단체의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박광온·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업무보고에서 박광온·박용진 의원안을 토대로 법 개정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김상조호(號) 출범 이후 입장을 바꾼 사례 중 하나다. 공정위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지난 국회 논의 때까지는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공동행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허용한다면 경쟁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이유로 이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실제 지난해 12월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정무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공정위는 “일정한 거래분야에 대해 공정거래원회의 인가를 별도로 얻지 않고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업자들간의 경쟁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킨다”며 “사업자 측면에서는 기술개선 등의 개선의욕을 저하시키며 소비자 측면에서는 경쟁으로 인한 편익을 저해하는 등 부정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다른 거래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공동행위에 담합금지 규정 적용을 배제할 경우 경쟁 제한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당시의) 의견도 맞는 말”이라면서도 “현재 정부 철학과 공정위 정책의 무게추가 갑을관계 문제 해결에 있다 보니 재검토가 필요한 쟁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안팎의 변화에 따라 법안에 대한 입장도 달라졌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논의중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에 대한 공정위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1월에는 이 제도가 법제화되면 2006년 이미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상공인의 생계 유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검토할 만하다’며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공정위가 부쩍 ‘경쟁 촉진’과 ‘을 보호’ 중 후자에 치우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과 정체성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은 경쟁 촉진”이라면서 “공정위가 경제적 약자 보호에 신경을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이 바뀌어서는 안되는데, 최근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 해소와 약자 보호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경제정책부서의 역할이고, 공정위는 본연의 경쟁정책 입장에서 시장 경쟁 촉진, 반경쟁적 규제 개혁, 효율성 향상 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문했다.

/빈난새·강광우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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