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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아니면 어때] '캐리와장난감친구들' 만드는 이사람

[청년일자리 기획] <15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오선희 캐리소프트 PD의

'인생 고군분투기'

“안녕~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캐리에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말이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장난감 언박싱(unboxing) 프로그램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시작 멘트이기 때문. 이 프로그램은 어디서 누가 만드는 걸까. 4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캐리소프트 본사에서 오선희(21) 캐리소프트 메인 PD를 만났다. 오 PD는 장난감 선정부터 프로그램의 기획, 송출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오선희 PD가 서울 구로구 캐리소프트 본사 ‘캐리와장난감친구들’ 녹화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만지며 구도를 조절하고 있다./백주연 기자




◇ ‘캐리와장난감친구들’ 제작 총괄자 오선희 PD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프로그램엔 캐리와 엘리가 나와요. 출연하는 캐릭터는 여러 명인데 영상을 미리 만들지는 않아요. 기획 단계를 거쳐서 어떻게 영상을 만들지 사전에 오랫동안 회의하지 않고, 거의 즉석에서 만들어지죠. 촬영과 동시에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셈이에요.”

사전회의를 할 시간이 없거나 여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서로 이야기하며 만든 프로그램이 더 재밌다는 이유에서다.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찍을 때, 영상을 시청하고 아이들도 더 즐겁게 느낀다. 오 PD는 “미리 회의를 해서 짜여진 구성대로 영상을 만들면 시간은 훨씬 단축할 수 있겠죠. 하지만 즉흥성을 잘 살릴 때 영상 속 캐릭터와 아이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상을 찍다가 나온 자연스러운 실수를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채 내보낼 때 아이들이 더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창작의 과정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다보면 진전 없이 하루를 다 날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교육 효과를 강조할 지 재미의 요소에 방점을 찍을 지 의견이 갈린다. 출연진이나 PD 등 제작 관련자 각자가 느끼는 재미의 요소도 다르다. 최근에는 영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한 명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수준을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에 돌입했어요. 예전보다 일이 더 많고 복잡하지만 새롭게 배우는 재미가 더 커요.”

◇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캐리소프트에 취업

오 PD는 지난 2015년 9월,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캐리소프트에 입사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방송 영상을 전공한 후 8월부터 취업을 준비하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영상 제작업체를 알아보다 만난 곳이 캐리소프트다.

“고등학교 때 이미 방송 영상 제작 관련 이론과 간단한 실무를 배웠는데, 같은 계열로 대학교에 진학하면 아는 것을 반복해 배울 것 같았어요. 차라리 빨리 업무 전선에 뛰어들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강해서 바로 취업하기로 결심했어요.”

구인구직사이트 여러 곳에서 영상업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캐리소프트는 그 당시만 해도 홈페이지도 없는 상태였다. 연봉이나 복지, 근무환경 보다도 일을 잘 배울 수 있고 사람들과 재밌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우선적인 조건이었다. 캐리소프트는 오 PD가 딱 원하는 회사였다. 서브PD로 입사해 카메라 구도 잡기, 영상 편집, 포토샵 등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캐리와장난감친구들 영상은 인기가 많아 시청자가 많다는 점이 좋은 기회였다. 어떤 부분에서 기획을 어떻게 해야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지, 지루한 부분은 어디인지, 촬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 때 화면이 예쁜지 등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조회수를 확인해가면서 판단했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영상을 제작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일은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잖아요. 직접 경험해보면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들이 많이 생겼죠.”

오 PD가 제일 많이 배운 건 끈기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충해서 넘기고 퇴근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 때마다 메인PD로 일하시는 이사님은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제가 의견을 내서 직접 할 때까지 이사님은 기다려주셨어요. 무조건 이사님의 생각에 맞추고 따르라고 하지 않고 창작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두셨어요.” 이사님은 때로 새벽 2시까지 함께 회사에 대기하며 오 PD의 업무 상황을 봐줬고 그렇게 함께 고생한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을 때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오선희 PD.


◇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 것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면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사회 생활 경험이나 엠티, 자유로움 등 추억도 쌓지 못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너무 어려서 선·후배들과의 관계 맺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든든한 가족들이 오 PD의 힘이었다. 특성화고를 졸업해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선택해 일하고 있는 친언니는 맞춤 컨설턴트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기업 면접을 준비할 때 예상 질문을 직접 뽑아서 물어보며 도와준 것도 언니다. 부모님도 신생기업에 가서 배우는 것이 많으니 열심히 경험해보라고 오PD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신뢰를 보냈다.

올해에는 2월부터 6개월간 중국 상하이에서 연수와 업무를 병행했다. 회사에서 중국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하이에 사무실이 생겼고 오 PD가 발탁된 덕분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 온다는 말이 맞았다. 오 PD는 “언젠가는 중국으로 콘텐츠 사업이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혹시 중국에 갈 기회가 온다면 내가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퇴근 후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 학원에 다니며 중국어를 공부했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일주일에 2번은 중국 상해교통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 이외 시간에는 영상 제작 일에 집중했다. 회사에서 아파트 주거비와 어학당 학습비, 식비 등을 모두 부담했고 어학당에 가야 하는 날에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받았다.

어린 나이에 홀로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생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주말에 만날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오 PD는 꿈을 위해 꿋꿋이 버텨냈다. 오 PD를 믿고 중국에 보내 일을 맡긴 회사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았다.

어느덧 입사 3년 차인 오 PD의 연봉은 입사 초기에 비해 500만원 이상 올랐다. 중국 상하이 출장을 다녀온 후 언어에 관심이 생겨 최근에는 전화영어를 하고 있다. “캐리소프트에 입사하게 되면서 제 나이에 비해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중국 출장을 다녀온 후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결국 제 자신의 발전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된다고 느끼는 만큼 주어진 자리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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