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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쏙 경제-메트레스 연인]결혼·출산, 여성 손실이 크다면?...양성평등으로 풀어야

“함께하는게 안좋을 때가 있다”고 말하던 토노는 집에서 쫓겨난뒤 슈코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매달린다. /출처=네이버영화




남녀의 사랑이 꼭 결혼으로 이어지는건 아니다. 일본 영화 ‘메트레스 연인’의 여주인공 슈코(카와시마 나오미)가 이혼남 토노(미타무라 쿠니히코)의 청혼에 대답한 말도 “사랑의 끝은 꼭 결혼이 아녜요”였다. 긴자의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와인전문가)로 일하는 슈코. 그녀가 소중하게 여기는건 일과 자유다. 소믈리에로서 ‘마리아주’(요리와 와인의 찰떡궁합)에 최선을 다하면서 퇴근 후엔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슈코다. 만약 결혼이란 것이 직업인으로서의 자립과 생활인으로서의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이라면 슈코가 결혼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주인공 슈코(오른쪽)와 중년 대학교수 토노의 혼외만남은 애초부터 불륜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메트레스 연인’에서 토노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아내 몰래 슈코와 정을 통할 때 토노의 태도가 다르고 불륜이 들통나 집에서 쫓겨난 뒤가 또 다르다. ‘안전한 불륜’을 유지하고 있을 때 토노는 슈코에게 “함께하는게 안좋을 때도 있어. 짐은 가벼울수록 좋기도 하지”라고 말했다. 그런 토노가 아내로부터 버림받고는 “갈데가 없어”라며 쇼코에게 기댄다. 또한 쇼코 집 열쇠까지 요구하며 “이혼하기로 했어. 나와 있어줘”라며 매달린다.

이혼 뒤 슈코에게 청혼하면서도 토노는 이기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대학교수인 자신이 미국 알래스카에 5년간 근무하게 됐으니 슈코더러 모든걸 버리고 무턱대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소믈리에라는 일과 퇴근후 자유를 사랑하는 슈코지만 몹시 흔들린다. 사랑하는 토노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에게 버림받은 토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슈코는 자신의 일과 자유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레스토랑 지배인으로부터 “소믈리에로서 자각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핀잔까지 듣게 될 지경이니 프로로서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결국 슈코는 ‘마리아주’(요리와 와인의 조화)의 세계로 돌아간다. 토노에게 “제가 있을 곳을 잃기 싫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영화 제목의 ‘메트리스’는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남녀관계라는 뜻이고 여주인공 슈코가 꿈꾸는 ‘마리아주’엔 멋진 결혼이란 뜻도 있어 서로 묘하게 쌍을 이룬다. 혹시나 멋진 결혼이란 서로의 독립된 삶이 존중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은연중에 깔린건 아닐까? 이 작품의 원작자가 베스트셀러 소설 ‘실락원’으로 유명한 와타나베 준이치다 보니 별별 상상을 다 해본다.



소믈리에로서의 일과 퇴근후의 자유를 사랑하는 슈코는 이 모든 것을 잃게될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 /출처=네이버영화


‘일과 자유의 상실’을 의미하는 결혼을 거부한 슈코의 선택은 이론적으로 경제심리학자 카너먼과 트베르스키가 정립한 ‘기대이론’에 대입해 볼 수 있겠다. 불확실성과 이에 직면한 사람들의 경제적 선택에 대해 연구한 두 학자는 “인간은 본성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손실을 기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손실은 언제나 치명적으로 느껴지며 확실한 이익보다 더 커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결혼 이후의 손실을 기피한 슈코의 선택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뜻의 ‘3포세대’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 출산율도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2년 1.17명을 기록한 이후 약간의 등락을 반복하다 2016년에 다시 1.17명으로 내려앉았다. 합계출산율 1.17명이라면 남녀 두 명이 만나서 1명 쯤 자녀만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면 노령인구만 넘쳐나 경제의 성장이 멈추는 저출산경제의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역시 남녀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여성의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5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317명)을 상대로 2017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직장생활 중 유리천장을 느낀 적이 있다는 여성 직장인의 비율이 66.9%나 됐다. 여성은 대학을 나와도 남성에 비해 취직에 불리할 뿐 아니라 임금 수준도 낮다. 2017년 9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최근 성별 임금 격차 축소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9%에 불과했다.

불리해질 것이 뻔한 결혼을, 불편할 것이 뻔한 출산을 누가 하려 들겠는가. 영화 속 슈코도 독립된 일과 퇴근 후의 자유를 누리는 삶을 원하지 않았나. 현실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자립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사랑하는 짝과 함께 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마다할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경제의 탈출도 연애·결혼·출산 ‘3포’의 단절도 양성평등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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