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넘어 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향후 3년간 15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해 중국과 미국·러시아 등에 기술연구소를 설립, 차세대 IT 개발을 위한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알리바바가 새로운 연구개발(R&D) 계획인 ‘알리바바 DAMO아카데미’ 설립안을 11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DAMO는 ‘발견(Discovery), 모험(Adventure), 추진(Momentum), 시야(Outlook)’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알리바바는 중국·미국·러시아·이스라엘·싱가포르 5개국에 7곳의 DAMO아카데미를 설립해 전 세계 과학 연구인력을 끌어들여 신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기술 개발을 위해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와 협력할 예정으로 자문단에는 조지 처치 미 하버드대 교수, 카이리 프린스턴대 교수 등 인공지능(AI)·물리학·화학에서 내로라하는 연구진이 참여한다. 연구소가 주력할 R&D 분야는 △데이터 지능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양자컴퓨팅 △인간-기계 상호작용이며 세부 과제로는 △머신러닝(기계 자동학습) △네트워크 보안 △가상 컴퓨팅 등이 설정됐다. 모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미 IT 선두주자들이 거액을 투자해 육성해온 첨단기술 분야다.
장젠펑 알리바바 부회장은 “알리바바 DAMO아카데미는 차세대 기술 개발의 선두에 설 것”이라며 “우리는 고객과 기업이 어디에 있든 더 나은 효율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들을 발견하겠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알리바바는 세계적으로 확장하며 더 다양한 기술을 성장시켜왔다”며 “우리는 이제 매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능력 있는 연구자들을 원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우선 전 세계에서 100명의 연구진을 모집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바바의 이번 투자안을 유통업계에서 경쟁해온 아마존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했다.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렸던 알리바바는 단순한 전자상거래 업체를 넘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핀테크 등 각종 IT 산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으며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투도우를 품에 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영상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와 경쟁하겠다는 포석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아마존이 힘을 쏟고 있는 핀테크·IoT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장중 4,721억달러에 달해 아마존을 제치고 한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에 등극하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시총이 아마존을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2일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알리바바의 이번 투자안이 단순히 기업 차원의 결정을 넘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IT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발표가 “AI 분야에서 글로벌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중국 정부의 야심과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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