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국민 100% 위한 에너지 정책을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100%안전 위한 원전 폐쇄 결정

전력요금 급증에 복지사각 확대

에너지 빈곤층 생계 위협할수도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덥고 습했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창고에 넣어둔 난방기구를 사용할 준비를 할 때가 됐다. 많은 이가 추운 겨울에도 기름값이 무서워 보일러를 넉넉하게 때는 대신 이부자리 밑에 전기 매트를 깔고 아이들 책상 밑에 전기난로와 전기온풍기를 놓을 것이다.

계절 변화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연중 절반 이상은 실내 냉난방을 위해 전기를 사용해야 해 그때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지구촌에는 날씨의 축복을 받은 나라가 적지 않다. 연중 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낮아 햇볕만 피하면 제법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고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불어 쾌적함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누릴 수 있음은 기쁜 일이지만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운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약 95%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국가 산업을 지탱하는 기본적 수단이자 기반인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인접국에서 전기를 수입할 수 있다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계돼 있지 않아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약 1,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총수출액을 합친 금액에 버금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료 수입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주는 국산 에너지원이 있다. 원자력이다.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원자력은 그동안 국내 발전 비중의 30%를 담당하면서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공급해왔다. 이 덕분에 우리는 여름철에 냉방기구, 겨울철에는 난방기구, 그리고 사시사철 주방기구를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쓸 수 있었다. 또 밤길을 훤히 비춰주는 가로등을 벗 삼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다. 온 국민이 ‘보편적 전력복지’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해 찌는 더위와 살을 에는 추위에도 전기요금 걱정에 냉난방 기구를 마음껏 틀지 못하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이런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면서 온 국민이 에너지 복지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지향점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이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하지 않은’ 원자력발전소의 문을 닫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안전은 물론 중요하다. 우리는 버스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를 겪으며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뒤 재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전만을 강조하며 나갈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버스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없앤다고 버스 운행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유독 우리 원전에 대해서는 구조부터 다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례에 빗대어 만들어진 허구의 공포와 우려를 빌미 삼아 ‘원전 폐쇄’라는 절대적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요즘의 과학기술에 부여된 사명은 특정인과 집단에게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혜택을 나눠줄 수 있는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국민 100%의 에너지 복지, 지금 우리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에너지와 원전이 풍기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이런 막연함에서 벗어나 따뜻한 겨울, 시원한 여름을 위한 우리 생활 속 에너지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그 자체다. ‘보편적 전력복지’를 포기하고 ‘무조건 안전’을 외칠 때 어쩌면 이 논의에서 소외된 누군가는 ‘생존’을 위협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