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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길로 만든 자식 같은 브랜드 아모레퍼시픽 대표주자 만들고 싶어요”

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 3개 팀과의 유쾌하고 발랄한 좌담회

“예측 불가 시장에서 계속 시도하고 학습하면서 성공 이룰 것”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린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원들의 직급은 부장에서 대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각 팀에서는 모두가 ‘대표’의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 실제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의사결정도 팀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1기 팀 아웃런, 가온도담과 2기 팀 브로앤팁스의 팀원들과 좌담회를 통해 예측 불가능하고치 열한 스타트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좌담회에는 아웃런의 김설빈·허선웅 차장, 가온도담의 장정화 부장·노지혜 차장·전채린 과장, 브로앤팁스의 홍성해 차장·최석훈 과장이 함께했다.


가온도담의 노지혜 차장, 장정화 부장, 전채린 과장(왼쪽부터)이 대표 제품들을 양손에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여러분이 린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아웃런 김설빈(이하 직함 생략):
저는 평소 새로운 도전을 좋아합니다.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영업 관리, 글로벌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 경험도 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던 차에 ‘테스트 앤 런(Test & Learn)’을 핵심 가치로 삼는 린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대한 공고를 접했죠. 때마침 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곁에 있어서 함께 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브로앤팁스 최석훈: 저는 마트영업팀에서 근무했는데,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의 니즈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 학습한 고객의 니즈를 실제로 반영한 아이템을 만들어보고자 린스타트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들은 어떤 계기로 착상하게 되었는지요.

아웃런 허선웅:
저희 팀원 중 한 명의 남편이 철인 3종 마니아여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회까지 참가하는데, 국내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최적화된 선케어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고민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스포츠 전문 선케어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죠.

가온도담 노지혜: 저희 회사는 임신한 직원에게 ‘예비맘 프로그램’이라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축하 케이크와 임산부용 의자, 담요 등을 제공하죠. 그런데 화장품은 주지 않는 것에서 역설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다 같이 축하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선물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한 기미, 체형 변화에 따른 튼살 등을 보완하는 기능적인 면에도 충실을 기했죠. 또 순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원료만 엄선해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꼭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순한 화장품을 찾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브로앤팁스 홍성해: 저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에서 5년간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화장품에 대한 니즈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화장품을 ‘생활용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남성 고객들에게 딱 필요한 제품을 제안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죠. 그러다 남성의 일상적 고민을 해결해줄 유용한 ‘팁’을 주는 친근한 브랜드를 기획했고, 기존의 맨(Men)이나 옴므(Homme)가 아닌 브로(Bro·형제,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해 좀 더 친근하고 직관적으로 남성 고객에게 접근하는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아웃런의 허선웅 차장, 김설빈 차장, 김소진 차장, 김정성 차장(왼쪽부터)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뷰티 기업에 다니는 안정된 직장인 입장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온도담 전채린:
저는 원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보통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 범위 내에서 역량을 쌓아가기 마련이죠. 그런데 린스타트업 팀에서는 여러 가지 업무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온도담 노지혜: 저희는 팀원 모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합니다. 제품 개발, 홍보, 영업 등의 역할을 나누지 않고 개발부터 영업까지 일관되게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저희의 진심이나 브랜드 철학이 흔들리지 않아 더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타트업의 업무 환경은 가시밭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데요. 린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일이나 고비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셨는지요.

아웃런 허선웅:
저희가 스포츠 선케어 전문 브랜드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하려다 보니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모델이 없었습니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했는데도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무척 막막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죠.

아웃런 김설빈: 처음 고객 반응이 미미했을 때 스포츠 선케어 제품의 잠재고객이 있는 요트, 카약, 윈드서핑, 마라톤 등 스포츠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했습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고객들은 선케어 제품을 발라도 그게 남아 있는지, 아니면 지워졌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더군요. 거기서 인사이트를 얻어 육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선케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백탁 현상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기존 선크림과 반대로 제품을 바른 부위에 하얗게 백탁이 생기는 익스트림 선스틱, 나아가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혀 패션 아이템 역할도 하는 컬러 선스틱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결국 저희가 당면한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었던 거죠.



가온도담 장정화: 저희는 처음에 3대 오픈마켓(지마켓, 옥션, 11번가)과 약속한 납품 기일을 못 맞출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가 마치 ‘1인 기업’처럼 직접 차를 몰고 공장에 달려가 부족한 원료를 체크하고, 직접 원료를 픽업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급한 물량은 직접 실어 나르면서 겨우 납품 일자를 맞췄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온도담 노지혜: 저희가 워낙 작은 조직이고 고객 중심 브랜드이다 보니 제품 개발 초기에는 고객의 의견을 다 반영하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 댓글 하나에도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제가 과거에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만 담당했었는데, 린스타트업 팀에 합류한 이후 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일어나는 각종 변수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고비들을 겪으면서 저희 팀원들은 스스로 키를 쥐고 주도적으로 일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브로앤팁스 홍성해: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설문조사를 해보면 “다 좋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일동 웃음). 그래서 제품 기획을 위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저희 팀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남성 고객들에게는 좋은 것을 제안하기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제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어 ‘네버 오일리(Never Oily)’, ‘네버 드라이(Never Dry)’라는 제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일반적인 고객 조사 방식 대신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생활 속의 니즈를 알아내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그 덕분에 고객에 대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브로앤팁스 최석훈: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업무 영역을 담당해야 할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1기 팀인 아웃런, 가온도담이 시행착오를 통해 닦아놓은 길을 가다 보니 1기 팀들보다는 아무래도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로앤팁스의 김진석 과장, 최석훈 과장, 홍성해 차장, 최진비 대리(왼쪽부터)가 익살스런 장난을 하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그동안 린스타트업 팀을 꾸리고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훈들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얻은 교훈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웃런 김설빈:
저는 ‘트라이(Try)’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웃런의 효자 상품인 익스트림 선스틱 기획 당시에 팀 내부에서도 제품에 대한 의견이 갈렸습니다. 일단 테스트해보자는 생각으로 최소 수량만 생산·출시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그때 역시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온도담 노지혜: 저는 ‘낫 이지, 비 페이션트(Not Easy, Be Patient)’입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모든 것을 저희끼리 해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헤쳐나가야 하죠. 큰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면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고객의 댓글 한 줄에서도 보람을 느끼면서 한 땀 한 땀 결실을 일궈가는 과정이 소중합니다.

브로앤팁스 홍성해: 저희는 ‘언프리딕터블(Unpredictable)’로 말하겠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을 해보니 저희가 기대했던 품목이 잘 안되기도 하고, 반대로 긴가민가했던 품목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합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특히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면, 그 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아웃런 김설빈:
분사(分社)라는 옵션도 있지만,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아웃런이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그니처 브랜드로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으면 합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경험은 극소수가 누릴 수 있는 경험입니다. 브랜드를 키우는 부모 같은 마음에서 보자면 아웃런이 아모레퍼시픽에서 더 큰 브랜드로 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가온도담 장정화: 저는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사용해보게 하고 싶습니다. 가온도담이 아모레퍼시픽에서 가장 착한 브랜드로 성장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모든 고객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가온도담이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강소 브랜드가 되면 추후에 출범하는 린스타트업 브랜드들에게 멘토 역할도 하게 됐으면 합니다.

브로앤팁스 홍성해: 저는 아모레퍼시픽이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을 채워주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화장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남성이 ‘브로앤팁스’를 떠올리기만 해도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회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브랜드가 돼야죠.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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