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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한국을 수출하다' 좌담회] "저가 마케팅으론 한계…'3D'로 글로벌 쇼핑족 사로잡아야"

품들인 고객 맞춤형 제품…SNS 입소문 타며 대박

현지 언어로 쇼핑몰 구축했더니 구매문의도 봇물

카드 보유 비중 낮은 동남아 현금결제 선호하지만

해외 송금절차 복잡…간편한 결제대행 시스템 필요

차별화(Differentiation)·수요맞춤(Demand)·탈규제(Deregulation) 강조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카페24 본사에서 열린 ‘온라인 쇼핑몰, 한국을 수출하다’ 좌담회에서 조대호(왼쪽부터) 이뻐2% 대표, 이재석 카페24 대표, 이주민 해수엘 대표, 김덕현 가발나라 대표가 온라인 쇼핑몰 글로벌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권욱기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신고 다니면서 알려진 ‘올버즈(allbirds)’의 양털 운동화. 지난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 전역에서 구매 문의가 빗발쳤다. 곧 상품을 직접 구매해 배송하는 온라인 몰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 쇼핑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제서비스의 급속한 발전, 다양한 정보 탐색과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소비 확산 등으로 국경 없는 온라인 쇼핑몰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의 17.9%, 국내총생산(GDP)의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온라인 쇼핑 업체 수도 2009년 23만8,000개에서 2015년에는 44만4,000개로 급증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 산업의 생산과 고용효과 등 부가가치 유발액은 2014년 38조1,000억원으로 주요 제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역직구(해외 고객들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 이용)가 증가하고 이와 함께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의 목소리도 높아지며 온라인 쇼핑 산업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카페24와 공동으로 ‘온라인 쇼핑몰, 한국을 수출하다’를 주제로 1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카페24 본사에서 좌담회를 열고 온라인 쇼핑몰 CEO들로부터 성공 요인과 애로사항 등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좌담회에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의 이재석 대표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김덕현 가발나라(패션가발 생산) 대표, 이주민 해수엘(은주얼리 생산) 대표, 조대호 이뻐2%(여성의류 전문) 대표가 참석했다.

김덕현 가발나라 대표. /권욱기자


이규진 성장기업부장(사회)= ‘온라인 쇼핑몰 성공 공식’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각자 사업 소개와 함께 성공 비결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덕현 가발나라 대표= 친구 어머니께서 가발생산 1세대로 남대문에서 가발 도매업을 하셨어요. 그 때 도와드리러 갔다가 사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면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5년부터 마네킹에 씌워 놓은 가발이 아닌 직접 모델이 착용한 가발 사진을 올리면서 1~2개 팔리던 가발이 20개 이상 팔렸습니다. 그러다 다른 가발 쇼핑몰을 하나둘 오픈하면서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가발업계 최초 사이즈 도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발회사들이 프리(free)사이즈로 상품을 제작했어요. 저희는 품이 좀 더 들더라도 맞춤 가발로 고객들을 공략하는 길을 택한 거죠.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따라하는 일명 ‘코스프레’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원사를 구비해놓고, 가발 색상을 200가지로 다양화해 맞춤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사회= 상품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했군요.

김 대표= 네.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처음에는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제품력이 없으면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너도 나도 뛰어들어 더 싼 곳에서 소재를 찾아 판매하거든요. 저희가 판매하는 가발의 90%는 패션가발인데, 고객들이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아 다른 업체에서 구매했다가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현재 단골 고객의 재구매비율이 60%를 넘습니다.

조대호 이뻐2% 대표./권욱기자


조대호 이뻐2% 대표= 저희도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해 상품에 녹여내려고 한 점이 시장에서 통한 것 같아요. 사실 저희 같은 여성의류 쇼핑몰은 셀 수 없이 많고 이미 자리 잡아 큰 기업들도 많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업체가 큰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좋은 원단을 쓰면서 가격을 올리는 건 의미가 없더라고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옷을 구매할 때 아쉬운 점을 들어봤습니다.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바지가 좀 더 신축성이 있으면 좋겠다”, “스키니 바지의 발목부분은 발목에 딱 붙어 수선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 등이었어요. 많은 여성분들이 바지를 사면 밑단을 발목부분에 딱 맞도록 수선을 하시더라고요. 이를 반영해 입기 편한 스키니 바지를 만들었더니 구매하신 분들이 만족한다는 사용 후기를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해당 후기들을 그대로 SNS에 올렸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월 매출이 1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주민 해수엘 대표=주얼리 쇼핑몰도 의류 쇼핑몰 만큼 많습니다. 그래서 고객의 선호를 잘 파악해 차별화하는 것이 온라인 시장에서 중요했습니다. 특히 귀걸이, 목걸이 같은 주얼리는 금이나 은을 입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공정을 싸게 하면 입힌 것이 쉽게 벗겨지고 사후관리(A/S) 비율도 높아집니다. 금속 알러지가 있는 고객분들에겐 특히 치명적이죠. 저희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습니다. 알러지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써서 은을 입히고 꼼꼼히 제조한 결과 생산 원가는 높아졌지만, 재구매하는 고객이 절반 이상입니다. 또 다른 회사에 비해서 디자인이 많은 것도 비결 중 하나입니다. 약 600가지 정도의 디자인이 있다보니 선택의 다양성이 높고, 이 덕분에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이주민 해수엘 대표. /권욱기자


사회= 온라인 쇼핑 산업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가 ‘국경 없는 시장’ 입니다. 어떻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요.

김 대표= 2007년부터 헤어디자이너를 영입해 가발 디자인을 직접 하고 지드래곤 등 연예인 스타일 협찬을 진행했죠. 그 이후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드라마·뮤직비디오 관계자 분들로부터 연락이 왔고 케이팝(K-Pop)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 역으로 저희 사이트에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해외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어 환경 마련이었습니다. 저희는 해외에서의 구매 문의가 늘어나면서 카페24의 영문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하와이 등 여러 나라에서 저희 영문몰로 유입되는 고객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요. 일부 고객들은 도매 거래처로 변경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일본어로 된 쇼핑몰도 직접 운영하려고 준비중입니다. 그 동안 가발나라재팬을 일본인 분에게 위탁해 운영해왔는데 이제 독자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패션 가발 시장의 한국의 10배 정도 크고, 같은 가발도 800만~1,00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시장성이 좋습니다. 일본 시장도 카페24 플랫폼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이주민 대표= 저희도 카페24 영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한류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필리핀·중국 등에서도 영문몰 유입 비중이 높아요. 매출 중 내수 비중이 70%, 수출 비중이 30% 정도 됩니다. 내년부터는 국내 배우를 전속모델로 섭외해 일본과 대만 시장을 공략하려고 합니다. 일본과 대만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음악 소비율이 높아서 한국 연예인에 대한 정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습니다. 톱스타가 아닌 배우들도 인기가 많죠. 싱가폴을 제외한 동남아국가로의 진출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많고 젊은 층도 많지만 소득수준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패션 주얼리로 은을 사기보다는 금을 귀중품으로 사는 경향도 있고요.

이재석 카페24 대표./권욱기자


사회= 카페24의 글로벌 플랫폼은 현재 영문·일문·중문의 3가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몇개 업체가 카페24를 이용중인가요?

이재석 카페24 대표= 사업을 오픈한 업체는 100만개가 넘습니다. 그 중에는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많습니다. 미국의 아마존 플랫폼 이후 전 세계의 도서, 음반, 의류 등 모든 것이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죠. 이제 하나의 국가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정말 사고 싶은 것들 중 많은 것이 해외에서 제작돼 판매되는 경우가 많죠. 결국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큰 장벽없이 소비 시장이 커진 셈입니다. 해외 플랫폼 확장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내년부터 공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배송·마케팅 등 패키지 서비스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 대표= 결제수단 마련이 가장 시급합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구매 문의가 들어와서 대응할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이 현금결제입니다. 동남아시아 고객분들은 아직 신용카드 보유 비율이 30%가 채 안 됩니다. 현금으로 결제하려면 해외 송금을 해야하는데,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외송금이 이뤄진다고 해도 10명 안팎이면 확인할 수 있지만 100명 넘어가게 되면 일일이 입금을 확인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 대표= 저도 가장 큰 애로사항이 결제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를 보면 결제 과정이 단순하고 편리한데, 한국에서는 해당 결제 프로그램을 설치하려고 하면 방화벽과 공인인증서 등 갖가지 규제에 걸립니다. 국내에서도 해외 사이트와 같이 결제 대행 시스템이 적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재석 대표= 카페24의 해외 몰은 처음부터 해외 기준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결제하는 데 규제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김 대표 말씀은 국내 몰에도 해외 기술을 적용하자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주민 대표= 동의합니다. 결제 과정이 쉽고 단순해야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데, 지금은 복잡함으로 인해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또 결제 뿐만 아니라 배송 서비스 부분도 좀 더 개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주얼리 특성상, 제품이 손상이 가지 않도록 안전한 배송이 중요한데, 영국이나 미국 등으로 보내려면 배송비만 2만8,000원이 넘습니다.

사회= 배송도 중요한 부분이죠. 아마존은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등 배송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배송용 드론 제작 업체들이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이재석 대표= 카페24도 배송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한 시장이 일본입니다. 처음에 일본 쇼핑몰 지원할 때에 비해 배송비가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가능해진 것입니다. 결국 물량이 많으면 국제 배송비도 점차 낮아질 것입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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