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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를 다시 정의하다

안병민의 ‘경영 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제품 속에서 마케터들은 “우리 상품을 어떻게 고객들에게 알릴까” 고민을 한다. 이들은 결국 차별화를 외친다. 다른 제품과 다른 점, 더 나은 점을 부각한다. 마케팅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객의 무심함’은 마케팅에선 사형선고와 같다. 고객에게 선택되기 위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싸우면서 닮아간다

“애플과 삼성, 싸우면서 닮아간다.” 제 눈길을 끌었던 한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특허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부분에선 기능과 스펙, 디자인, 심지어는 마케팅 전술까지 양사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화면 스마트폰과 일체형 배터리 등이 그럴 것들입니다. 결국 양사의 제품들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쯤 되면 좀 이상합니다.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즐비한 굴지의 글로벌기업들이 차별화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차별화는 점점 사라져 갑니다.

또 다른 사례는 면도기 시장입니다. 면도기를 사러 마트에 갔습니다. 하지만 그게 의외로 일이었습니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수많은 모델들이 “픽미 픽미”를 외치며 매대에서 갖은 교태를 부립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면도기를 골라야 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늘 쓰던걸 고르는 게 하나고, 그때 그때 맘이 가는 걸 고르는 게 둘입니다. 반응은 다르지만 이유는 같습니다. 면도기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늘 쓰던 걸 쓰든지 아니면 늘 다른 걸 쓰는 겁니다. 차별화 부재의 또 다른 마케팅 현장입니다.




차별화는 포기다

다들 차별화를 부르짖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의 많은 제품들에선 차별화를 찾기가 힘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들 약점을 보완하는 데 급급해서입니다. 저마다의 약점을 보완하기 바쁘다 보니 결국 많은 제품들이 저마다의 특색이나 개성 없이 비슷해지는 겁니다. 차별화는 약점을 보완하는 게 아닙니다. 강점을 강화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강점을 남들이 따라올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화하는 겁니다. 그게 차별화입니다. 하나를 선택해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걸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축구 경기에서도 세계 최고의 공격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일 수 없습니다.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략은 무엇을 할까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포기’입니다.




차별화는 용기다

‘발견력’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발견하는 힘’이 아니라 ‘발견되는 힘’으로서의 발견력입니다. 일단 고객의 눈에 띄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평범하고 무난한 ‘무리 속 하나(One of Them)’로선 고객의 눈길을 끌 수가 없습니다. 차별화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래야 “어, 쟤는 뭐지?”하며 고객이 관심을 갖고 쳐다봅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무리 속에 함께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잘 돼도 함께 잘 되고 못 돼도 함께 못 되니 크게 불안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나 혼자 잘 되면 그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잘못되면 혼자 독박을 쓰게 됩니다. 그게 무서우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지를 못하는 겁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쟤는 왜 자꾸 혼자 튀려고 하지?” 주변의 싸늘한 시선에 절로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일본의 한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은 미친 짓을 해야 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차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친 척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용기‘입니다.






차별화는 존재 이유다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이 영화를 관객들은 왜 봐야 할까? 투자자는 왜 이 영화에 투자해야 할까? 영화 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영화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무엇이냐는 질문에 영화 <추격자>로 유명한 나홍진 영화감독이 내놓은 대답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이 말은 제게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들립니다. ‘다른 영화와 뭐가 다르길래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와야 할까’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라는 일갈입니다. 상상을 한번 해봅니다. 세상에 절대자가 있어 나에게 묻습니다. “세상에 너와 같은 이름의 동명이인이 백 명이 있다. 그들 중 하나만 남기고 내가 다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 한다. 네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말해보라.” 나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입니다. 마케팅도 똑같습니다. 왜 나의 제품, 나의 서비스, 나의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저 돈 될 것 같아서 출시했다는 건 제대로 된 존재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제품과 브랜드는 고객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일 뿐입니다. 고객이 “나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그걸로 끝입니다. ‘고객의 무심함’은 마케팅에선 사형선고입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존재 이유입니다.




차별화는 자기인식이다

세상 70억 인구 중 나랑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나랑 똑같은 외모, 나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다르니 받아 든 삶의 문제지도 다 다릅니다. 문제지에 대한 정답 또한 같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답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꾸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곁눈질합니다. 이걸 벤치마킹이라 그럴 듯하게 포장도 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벤치마킹의 유효기간은 끝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답이 나에게도 정답일 수 없습니다. 사람은 무거운 돌을 매달고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지만 물고기는 다릅니다. 풍선을 매달아 물 위로 떠오르는 게 그들의 자살 방법입니다.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정 기준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결국 모두 비슷해집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앞서 가는 경쟁자를 따라잡는 추월이 능사가 아닙니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나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차별화는 곧 ‘자기인식’입니다.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다

“품질을 개선하라, 디자인을 개선하라, 노력하라,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네 생각, 네 방식대로 너만의 게임을 뛰어본 적이 있는가. 네가 뛰고 있는 이 게임의 이름은 마케팅. 이기고 싶다면 차별화하라.” 승자가 만들어 놓은 방식을 답습해서는 결코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승자의 룰이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이길 수 있는 나만의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뭐가 달라도 달라서 고객이 나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차별화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글_안병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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