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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나카야마 미호X김재욱 ‘나비잠’, 우리는 왜 뻔한 통속물에 이끌리나

결말이 예상되지만, 이미 익숙한 전개지만, 그래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한 감성에 어느 하루는 젖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나비잠’이 그렇다.

/사진=‘나비잠’ 스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나비잠’(감독 정재은)이 최근 기자시사를 통해 소개됐다.

‘나비잠’은 인기 있는 중년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강의를 하는 대학 근처 이자카야에서 한국인 청년 찬해(김재욱)를 만난 후 가까워지고, 그러던 중 료코에게 알츠하이머 증세가 나타나면서 위기를 맞는 과정을 그린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만 접했을 때는 순수하게 일본감독의 손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일본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비잠’은 ‘고양이를 부탁해’ ‘태풍태양’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선보였던 한국의 정재은 감독의 연출작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인물의 정서에 잔잔하고 섬세한 ‘일본 감성’이 짙게 깔리도록 연출한 점이 특징이다.

남자 주인공 찬해로 김재욱을 선택한 것에서도 철저하게 그러한 감성에 초점을 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기자회견에서도 감독은 “김재욱의 일본어 실력이 캐스팅에 힘을 실었다”며 일본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에 심취하고자 한 바를 밝혔다. 감독의 기대만큼 김재욱은 현지 유학생 이상의 수준급 일본어 실력으로 몰입감을 전한다.

/사진=‘나비잠’ 스틸




‘나비잠’은 50대 여성과 20대 청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30년 나이차와 주도적인 여성상에 김희애-유아인의 ‘밀회’를 떠올릴 수도 있다. ‘밀회’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교감을 격정적이게 표현했다면 ‘나비잠’은 그 반대다. 이미 이혼한 여류 소설가가 타국의 청년과 만나 마음의 벗이 되고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룬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로 이별을 고하는 과정은 서글프다.

스토리와 설정이 전형적인 것은 맞다. 진부하다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임이 들린다. 이는 작품이 어떻게든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료코의 헛헛함과 상실감, 이것이 청년 찬해로 잊히고 치유되는 과정에 관객은 동화된다. 주인공과 비슷한 세대일수록 더욱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통속물이 가지는 힘일 텐데, 료코와 같은 중년 여성의 입장인 정재은 감독의 손길을 거쳤으니 더욱 큰 작용을 한다.

여기서 제목 ‘나비잠’의 뜻을 상기해본다.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면서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고 있는 모습이 극중 료코에게서 표현된다. 곁에는 찬해가 있다. 더 없이 평화롭고 나른한 이 감성에서 관객은 치유를 느낄 수 있다. 육체적 끌림보다 정신적 안정감이 주된 정서이기 때문에 ‘나비잠’의 커플은 30년 나이차에도 결코 거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는 날로 새로운 것을 좇기도 하지만 한 번 쯤은 멈춰서 오로지 감성에 잠기길 원할 때도 있다. ‘나비잠’은 책장의 수많은 책들 중 익숙하게 끌려 우연히 꺼내 읽은 후 오랜 감상에 젖을만한 소설 같은 영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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