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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韓中 관계,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지난 2013년 12월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개 처형됐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중국이었다. 가택 연금에 이어 체포와 군사재판, 처형이 일주일 이내에 이뤄지는 무자비한 숙청에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걸었던 마지막 희망마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친중파이자 북중 핵심 연결 채널이었던 장성택의 처형에 중국 지도부가 몸서리쳤고 이후 북한과의 소통을 단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를 거론하며 북한은 중국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얘기했을 때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장성택이 있었을지 모른다. 시 주석이 취임 이후 김정은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대화를 피하는 이유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북한 정권의 돌발성과 예측 불가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중국을 관찰해온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최근에는 한국에도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미국과 관계 악화까지 무릅쓰고 중국 톈안먼 망루에 올랐을 때만 해도 중국과 한국은 더할 나위 없는 친밀한 외교적 동반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서울과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치우친 대중 밀월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도화선은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발이었지만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몰아붙인 한국 정부의 대응도 한중 관계에 화를 불렀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벌어진 한중 갈등 양상은 마치 바둑판의 예정된 수순처럼 중국의 반한 감정과 사드 보복,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의 반중 정서로 이어졌다.

안타까운 것은 이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외교 채널들의 안일한 대응이었다. 주중 대사관과 청와대 대중 외교 채널에서는 전통 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양국 관계는 점차 회복될 것이고 중국 지도부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이해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사드 대책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을 정상적인 외교 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처럼 중국은 한국에 대한 태도도 완전히 바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시선은 오히려 더 험해졌다. 사석에서 만난 한국통 중국 학자는 독일 주요20개국(G20) 회담장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쏟아냈던 대중 강경 발언을 언급하며 중국 지도부가 한국 새 정부에 실망을 넘어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신임 주중 대사가 부임하면서 중국 매체들은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한국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문재인 정권 출범 전 보였던 기대감을 다시 내놓고 있다. 중국 매체의 평가를 신임 대사에 대한 의례적인 수사로 취급할 수도 있지만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환대에는 계산된 중국식 셈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중 관계의 단추는 어긋날 대로 어긋나 있다. 뒤엉킨 단추를 제대로 바로잡으려면 단추를 모두 풀어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는 취임식에서 “현 단계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해결 실마리로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은연중에 피해온 시 주석의 그간 모습을 보면 쉽지는 않겠지만 신임 대사의 취임이 양국 정상회담 일정에 한층 속도를 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출발점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한중 관계가 4반세기의 궤적을 그렸지만 지금은 수교 첫해의 초심으로 돌아가 벽돌을 다시 쌓아나가는 첫걸음의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때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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