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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y-日 개헌추진] 아베 '군국주의' 망령에 '日그러진' 초상화

아베 祖孫 代 이은 개헌 추진

중의원선거서 연립여당 300석 이상 확보 가능

평화헌법 9조 수정·삭제

'전쟁 가능 국가'로 한발 더

자국민 40% 이상 "개정 반대"

70년 호헌 역사 깨기 위해선

국민투표 최종 관문 넘어야





“민족적 자신감과 독립의 기백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우리 손으로 만든 헌법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1954년,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

“국가의 골격은 일본 국민의 손으로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야 한다. 헌법 개정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다.” (200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2일 일본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으면서 일본 정치권이 벌써부터 개헌 논의로 들썩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총 3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개헌선(총의석 수의 3분의2)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 내에서는 2012년 두 번째 집권 이후 5년 동안 헌법 손질 시기를 저울질해온 아베 총리가 올가을 임시국회 때부터 개헌 논의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0년간 누구도 손대지 못한 ‘불마(不磨·불변)의 대전(大典)’으로 불려온 일본 평화헌법이 기로에 섰다.

◇고조된 일본 보수의 개헌 야욕…핵심은 헌법 9조 수정=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이번 중의원선거에서 처음으로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이 밝힌 개헌 관련 공약은 △‘자위대’의 헌법 명기 △교육의 무상화·충실 강화 △비상사태 대응 △참의원 합구(통폐합선거구) 문제 해소 등 네 가지다. 하지만 현지 헌법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제외한 세 가지는 ‘들러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전후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개헌론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을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한 헌법 9조다. 자민당은 ‘전쟁·무력행사 포기’를 명시한 1항과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이 내용인 2항으로 구성된 헌법 9조에 3항을 추가해 자위대의 존재와 법적 지위를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를 필두로 한 개헌세력이 우선 기존 조항과의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위대에 실질적인 군대의 지위를 부여한 뒤 1항과 2항의 내용을 수정·삭제해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본다.



◇‘정상국가 만들겠다’…대 이은 숙원=일본 헌법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46년에 공포됐다. 전범국인 일본의 통치를 맡은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군사력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9조를 담아 만든 일명 ‘평화헌법’이다.

패전 후 한동안 금기시돼온 헌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아베 총리의 외조부이자 자민당 창당의 주역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였다. 2차대전의 A급 전범인 기시 전 총리는 1954년 자위대 창설을 계기로 ‘헌법 개정을 통한 진정한 독립 확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이후 기시 전 총리의 주도로 1955년 탄생한 자민당은 그의 유지를 이은 듯 개헌론을 수시로 꺼내 들었다. 1980년대에 재임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개헌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집권기인 2005년에는 자민당 강령에 ‘새 헌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아사히신문 분석에 따르면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평화헌법은 ‘패전의 상징’이며 일본이 군대와 교전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개헌하는 것은 ‘패전의 굴욕’을 씻는 의미가 있다. 현재 개헌론의 선두에 선 아베 총리는 2012년 “(일본의) 헌법은 꼴불견”이라며 “분명히 말해서 일본인들이 만든 게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강요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비정상국가’에서 탈피해 ‘정상국가’로서 진정한 독립을 이루겠다는 일본의 개헌론은 기시 전 총리와 그를 중심으로 결성된 자민당의 가치이자 외조부에게서 손자로 이어진 대를 이은 숙원인 셈이다.

◇전후 70년은 호헌의 역사…이번에는 다를까=끈질긴 개헌 요구는 지난 70년간 번번이 호헌(護憲·헌법 수호) 여론의 벽에 부닥쳤다. 일본은 과거 몇년간을 제외하면 자민당 1당 독재나 다름 없는 독주를 이어왔지만 개헌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 이어졌다. 일본 국민이 개헌선을 넘는 중의원 의석을 자민당에 몰아준 적도 없다. 많은 일본 국민은 지난 70년간 일본의 평화를 지켜준 것이 현행 헌법이라고 믿어왔다. 최근 아사히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37%인 반면 반대 여론은 40%에 달했다. 총선 후 아베 총리가 개헌을 강행한다고 해도 마지막 절차인 국민투표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셈이다. 개헌 반대를 의식한 아베 총리는 2015년 개헌 대신 안보법 제·개정으로 자위대 군사작전의 길을 여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이번에도 여론의 반대를 의식해 9조 개정에 곧바로 착수하는 대신 우회로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비상사태 대응’ 창설이 오히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개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은 ‘비상사태’가 국가안보·자연재해 혹은 무엇인지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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