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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당신에게 퇴사란?]멘토-멘티 구축…자율근무제…자기계발 지원…愛쓰는 회사

["퇴사를 막아라"…기살리기 나선 기업들]

'개인의 삶' 중시하는 인재 많아져

대기업들 복리후생 강화에 총력

직무 훈련 통해 적성 찾기 기회 제공

취미박스 배달 등 소소한 기쁨도 선사





직장인 김영진(35)씨는 지난 6년간 다니던 한 대형 보험사를 얼마 전 나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의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로서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차원이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컸다. 김씨는 매년 인사평가에서 S등급을 받던 인재. 임원들이나 담당 부장은 물론 주변 선배들도 ‘임원 될 놈’이라고 김씨를 평가해왔고 인사부에서도 “한 달간의 휴가를 줄 테니 재충전하고 오라”며 퇴사를 만류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내린 김씨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회사는 충원을 통해 업무 측면의 공백은 메웠다. 그러나 그동안의 직무교육에 들어간 비용과 동기 부여를 위한 성과급의 일부 등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남게 됐다.

퇴사자 개인 입장에서 다니던 회사를 나오는 큰 결심은 일종의 도전이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 보면 퇴사자가 많을수록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당장 추가 채용 전까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기업일수록 부서별 인원 관리는 업무에 맞춰 타이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채용 및 인사 기간 전까지는 해당 부서원들이 퇴사자가 했던 업무를 분담할 수밖에 없다. 금전적으로 따져도 손실이 만만찮다. 상·하반기 채용을 치르는 데는 기업당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복리후생비와 자기계발비 등 급여 중에서도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성격의 것들도 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통상 대졸 공채로 입사한 신입직원이 6년 이상은 근무해야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및 적응 과정에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입사원 3~4명 중 한 명은 입사 후 1년 내 회사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려는 젊은 인재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나 조직 내에서 갈등을 겪더라도 월급통장을 보면서 참던 과거 세대와 달리 최근에는 개인의 삶의 질이나 맡은 업무의 적합도 등 돈 이외의 요소들이 퇴사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젊은 인재들은 조직 내 부당함을 참아 넘기지 않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또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가 주어지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2017년 입사한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사내 연수에서 조별로 RC카를 만든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2010년 이후 멘토·멘티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 같은 젊은 직원들의 애로 해소를 돕기 위해서다. 2~3년 위의 젊은 선배들은 부서 내 부장이나 직속 상관보다 고민을 터놓기가 쉽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 선배와 함께 상사 욕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서 “신입사원은 물론 선배 직원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2017년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교육에서 새내기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딱딱한 사무실을 탈피하려는 노력 역시 젊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1년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2015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면서 근무시간 자체를 직원 개개인이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매주 금요일 캐주얼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한 주를 마무리하자는 차원이다. 올해 3월부터는 주말 후 출근 스트레스를 일컫는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 매주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조직이 클수록 직원 개개인의 직무는 세분화된다. 이 때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의 경우 ‘나는 나사 같은 한낱 부품에 불과하구나’라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퇴사를 막기 위한 인사팀의 역할이다. 포스코의 경우 입사 후 1년간은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맡기지 않고 직무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은 철저히 현장 경험 중심으로 신입사원들이 각 분야를 모두 경험하면서 회사의 전체 구조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것도 퇴사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포인트는 금전 외적인 측면에서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대우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희망 직원의 자택으로 ‘취미 박스’를 배달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취미 박스에는 초콜릿 만들기나 가죽지갑 공예 등 간단히 즐길 거리가 담겨 있다. 평소 취미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직접 취미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참가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최근에는 대상 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가 우수한 인재가 이탈하면 손실이 더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인재들을 특별 관리한다. 당연히 어학과 회계 등 외부 학습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된다. 동부화재의 경우 이에 더해 핵심 인재 풀에 소속된 직원이 퇴사를 하게 되면 인사 담당 부서가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다만 퇴사와 관련해 모든 기업들이 금기시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금전적 보상을 늘려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인력 관리 측면에서 성과가 미흡한 인력이나 나이가 많은 인력의 전환배치보다 젊은 인재들의 퇴사를 막는 게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퇴사를 돈으로 막는 것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커 아무리 잡고 싶은 인재라도 배려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조민규·한재영·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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