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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김현희의 경매이야기] 아직 식지 않은 단색화 열기...독창성 갖춘 韓 작가 더 알려야

박서보·정상화·하종현 등

거장들 작품 해외경매 인기

홍경택·최소영·김동유 등

젊은 작가들 예술성도 주목

한국 미술 불씨 이어가려면

해외서 먼저 알아봐 주기전

국내서 성장의 씨앗 심어야

박서보 ‘묘법 No.60-78’ 1978년작, 72.7x91cm 마대에 연필과 유채. /사진제공=서울옥션




지난해 1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세계적 갤러리 화이트큐브에서 한 한국 작가의 전시가 열렸다. 화이트큐브에서 한국 작가를 초대한 첫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단 몇일만에 모두 솔드 아웃, 그야말로 완판됐다. 미술관 관계자, 딜러, 평론가 등이 모였던 이 자리에서 호평을 받았던 그의 전시는 이어 홍콩, 일본, 뉴욕 등 세계를 돌며 진행됐다. 올해로 여든 일곱이 된 박서보 화백의 이야기다.

박서보 화백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초기에 제작된 연필 묘법 시리즈이다. 이 작품들이 제작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이미 40년은 족히 지난 작품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그려진’ 것이 아닌 이미 세월이 한참 지난 작품들, 즉 이미 존재했던 작품들이 ‘재발견’된 것이다.

미술에도 흐름이 있고 유행이 있다. 1990년대까지는 동양화에 대한 선호도가 좀 더 높았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 서양화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났고, 그 수요는 인물이나 풍경, 정물 등을 그린 구상 미술 위주였다. 대중들에게 추상 미술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았던 한국 미술 시장 내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추상 미술의 거래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1998년에 시작된 서울옥션의 경매 역사를 살펴보면 박서보 화백 작품의 경우 경매 초기부터 꾸준히 출품돼왔고 경매 가격도 높지 않게 형성됐지만 그마저도 팔리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던 중 본격적으로 추상 미술 시장의 움직임이 감지된 때는 2014년 말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추상미술, 그중에서도 70년대에 활발했던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미 2010년경부터 뉴욕 미술시장에서 추상화의 수요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에 있었고 클리포드 스틸, 바넷 뉴먼 등 추상 작가의 작품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추상 미술의 시장성이 높아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해외시장의 트렌드가 한국의 추상미술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겠다.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작가 그리고 이미 작고한 윤형근 작가 등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서울옥션에서 이 작품들을 구매하는 고객들 그리고 언더비더 다수가 미국, 유럽, 아시아의 해외 고객들이었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갤러리들이 자국에서 이들의 전시를 열었다. 해외 경매사들도 단색화 전시를 열고 프라이빗 세일 페이지를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한국은 10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들도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보면서 이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



사실 한국 미술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은 10년 전 쯤이다. 홍콩에서 진행된 해외 경매에 홍경택, 최소영, 김동유 작가 등의 작품이 출품되어 경합 끝에 판매가 성사됐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신선함과 예술성에 대한 기대감에 한국 현대 미술이 주목받았다. 영국의 주요 갤러리 중 한 곳인 사치 갤러리에서 젊은 우리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옥션은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고 연 2~3회 경매를 진행하며 한국의 우수한 작가들을 시장에 소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세계 미술계와 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지금 단색화의 열기는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하지만 박서보의 작품 ‘묘법 No.10-79-83’은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026만 홍콩달러(수수료 포함 약 14억 7,600만원)에 거래되며 다시 한 번 최고가를 경신했고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다. 우리가 가진 독창적인 예술성, 고유함 그리고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던 단색화의 열기.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시장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한국 미술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바로 지금, 우리 스스로가 한국 미술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해외의 그 누군가가 알아봐주기 전에, 발견해주기 전에, 우리가 우리의 미술을 사랑하고 성장의 씨앗을 심어주어야 할 때다.

/서울옥션 경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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