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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끼의 품격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레바논의 대표 작가 칼릴 지브란은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았다”고 했다. 한 끼 식사가 이러할진대 전통음식은 어떨까. 전통식품은 이렇게 우리의 정체성과 정신적 가치가 깃든 산물이자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와 참여농가의 소득 증진이라는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육성·보존해나가야 할 분야다. 향토산업과 지역특화산업·농업클러스터산업 등에서 원료 농산물과 가공 및 관광산업으로 연계되며 지역 경제의 활력사업으로도 잠재력과 가치가 높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명절이나 한식 등 특별한 날 미풍양속의 일부로 전통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통주와 전통 디저트 등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손이 많이 가고 제맛을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인식이 많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성인병과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고 슬로푸드·블랙푸드·자연식 등으로 회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우리 전통식품이 재조명되기도 있다. 하지만 식생활에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조리법·유통기한·포장법 등 편의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런데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올 추석 차례상에는 반조리·즉석식품들이 심심치 않게 올랐다. 예법에 맞는 제수(祭需)와 진설(陳設), 품격을 중시하는 명절 상차림에 이러한 변화는 전통식품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식품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도 먹기 편한 가공식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야 한다. 일반인들이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반조리 전통식품이나 조리법을 개발·보급하는 것도 좋다. 계승돼온 맛과 영양을 해치지 않으면서 위생적이고 깔끔한 테이크아웃(take out), 소포장 기술 등으로 휴대성과 편리함을 높인다면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주부와 혼밥족을 중심으로 전통식품 서포터스 ‘한끼프렌즈’를 발족했다. 전통식품을 활용한 아침식사·간식·안주 같은 간단한 레시피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 aT는 또 전통식품 품질인증, 식품명인제도 활성화, 발효종균 보급 지원 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진행한 전통식품 푸드트럭이나 팝업스토어처럼 일상에서 전통의 맛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계기도 더 늘려갈 계획이다.

음식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통식품이 우리의 가벼운 일상에 조화롭게 스며들 수 있다면 그만큼 생명력도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꽤 좋은 우리 전통식품의 기본요소와 그 안에 조상들의 지혜를 잘 담아내면 차림새가 달라도 전통의 품격을 지켜낼 수 있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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