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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비밀 무기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가입자 20억 명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 30억 명은 되야 명함이라도 내밀지 않을까? CEO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 다음으로 페이스북에 장기 근속한 한 직원이 가입자 수 30억 명 돌파를 위해 선봉에 나섰다.


모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에서 포즈를 취한 글라이트. 그녀는 스탠퍼드 졸업 후 확고한 고집으로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페이스북에 입사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두 개의 발표를 했다. 첫번째는 현재 페이스북의 월별 사용자가 20억 명으로,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의 절반을 상회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설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미션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한 해 동안 거센 비난에 감내해야 했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 가짜 뉴스가 확산됐고,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라이브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악용됐기 때문이었다. 성폭행과 살인, 경찰의 잔인한 진압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반열에 오른 페이스북(393위)은 최근 기업의 핵심 전략 변경을 선언했다. 과거에는 ‘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모든 이들에게 공동체 구축 권능을 주고 세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이 두 가지 발표 모두에는 한 여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나오미 글라이트 Naomi Gleit다. 페이스북 ‘소셜 굿 팀 social good team’ *역주: 페이스북 상의 네트워크로,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만 집중 개발하는 전담 부서의 부사장이자 CEO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페이스북의 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이라 묘사한 인물이다.

글라이트는 2005년 페이스북에 입사한 이후 여러 중책을 맡아왔다. 그녀는 스탠퍼드 졸업 후 매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 기업의 29번째 직원이 되었다.

그녀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 내 생각은 확고했다. 마크가 중요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글라이트는 (물론 CEO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 근속한 페이스북 직원이다.

글라이트는 소셜 굿 팀의 부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8인으로 구성된 핵심 성장 팀의 멤버도 맡아왔다. 이 팀은 지난 10년 동안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위해 2006년에는 대학생들만 쓸 수 있었던 페이스북을 고등학생들에게 개방했고, 그 후에는 미국인 전체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이처럼 사이트가 확장되면서 글라이트의 역할도 켜져나갔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이 팀이 활용한 것은 데이터였다. 가입하거나 사용할 때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아주 세밀하게 분석했다. 이 팀은 구체적인 숫자를 바탕으로 보유 중인 자원을 십분 활용했다. 그 결과 사이트에서 180개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탑재된 모바일 기기를 쓰는 개도국 사용자들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트 Facebook Lite’를 만들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4년 간 직원 수를 크게 늘려왔다. 전 세계 사용자 수가 급증해 직원 1인당 사용자 수의 적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페이스북의 표현에 따르면, 글라이트의 역할은 ‘좋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더 많은 선행을 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 예로 페이스북의 ‘안전 확인(Safety Check)’ 같은 기능을 들 수 있다. 안전 확인은 재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접속해 자신의 안전을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밖에도 그녀는 비영리단체나 개인들이 좀더 쉽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자금 모금 플랫폼 개발도 책임진 바 있다.

글라이트는 주로 개인정보 설정 개편 등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도맡아왔다. 이번에 그녀를 소셜 굿 팀의 책임자로 배치한 것을 보면, 저커버그의 사업 상 우선 순위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저커버그는 2015년 자신의 재산 중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해왔다. 이는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기업 강령에도 명시되어 있다.

저커버그는 6월 페이스북 커뮤니티 서밋 Facebook’s Communities Summit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두가 목적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갖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인도와 중국, 나이지리아, 멕시코 사람들도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이 같은 발언은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에서 묘사된 고집 불통의 저커버그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글라이트는 페이스북 입사 당시부터 저커버그의 이타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그의 목표를 알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불과 스물 한 살 나이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했다.”

저커버그는 우선 미국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이를 시작할 듯하다. 사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가짜 뉴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저커버그는 현 정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50개 주를 모두 방문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각 주의 매장이나 시청 등을 깜짝 방문해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 글라이트는 이 일을 위한 적임자다. 현재 남아 있는 과제는 추가로 10억 명의 가입자를 어떻게 포섭하느냐 여부다. 페이스북에겐 첫 10억, 20억 명의 가입자들을 유치한 것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접속이라는 가장 큰 장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2013년 무료 인터넷 프로젝트인 ‘Internet.org’를 시작했다. 저비용으로 높은 대역폭의 인터넷 서비스를 개도국에 제공해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특혜일 수 있기 때문에, 망 중립성(net neutrality)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한편, 소셜 굿 팀의 주안점은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글라이트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자선 콘서트 원 러브 맨체스터 One Love Manchester를 시청한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50만 달러 가까이를 기부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선도 악도 아니다.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Valentina Za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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