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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 강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안과 밖 잇는 대청마루 조성...세대 뛰어넘는 '마을공동체' 공간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전경. 2층 대청마루와 연계된 언덕(정식 명칭 ‘초원의 언덕’)은 육아센터의 조형미를 높인다./송은석기자






육아는 곧 희생이고 공동의 몫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더 확산돼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궤를 같이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시설이 늘어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 아닐까. 물론 공공 보육시설의 양적 팽창은 다행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질적인 성장은 아쉽다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주목할 만한 건축물이다.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육아와 보육은 사회의 책임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해 아이들과 어른이 자유롭게 한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게 만든 건물이다.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는 마을 공동체와 같은 공간이 되길 상상하며 설계된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014년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뒤쪽 모습. ./송은석기자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 1층에 마련된 강당. 이 공간에서는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연극 등의 문화 예술이 공연되는 곳으로 사용된다. /송은석기자


보육의 이미지 입힌 건물

곡선형태 차용…보육의 따뜻한 이미지 연출

마당이 둥근 비행선 떠받친 듯한 독특한 외관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이하 육아센터)’는 강북구 수유동의 한 주택가 모퉁이에 있다. 육아센터 앞에는 차가 다니는 폭 4m의 대로가 있고 또 그 옆에는 ‘강북문화예술회관’이라는 큰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위치상으로 다세대주택, 도로, 예술회관 사이에 끼여 있다는 말이다. 이런 탓에 이 일대를 다니더라도 얼핏 봐서는 육아센터를 찾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건물이 있는 골목 방향으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이 건물의 외형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건물은 독특한 모양의 부지 위에 자리 잡았다. 골목 모퉁이에서 다방(多方)으로 다른 건물들과 끼여 있다 보니 기존 부지는 폭이 좁고 길게 뻗은 삼각형과 유사한 모양을 취하고 있다. 즉 애초에 반듯한 외형을 갖춘 보통의 관공서 건물을 짓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을 토대가 주어진 것이다. 건축가는 기존의 땅에서 특별한 인위적인 수단을 취해 땅의 변형을 가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부지에 순응해 건물을 세워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부지의 상당 부분을 외부 마당으로 활용하고 이를 제외한 부분만 본체의 공간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외부 마당과 본체는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건물 본체에는 건축가가 생각하는 보육의 이미지를 녹였다.

보육이라는 행위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그는 곡선의 형태를 차용해 건물에 적용한 것이다. 이에 외부 마당이 둥근 비행물체를 닮은 건물 본체를 떠받치는 듯한 지금의 독특한 모습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경직된 외형을 취하는 예술회관과 대비돼 더 인상적으로 뇌리에 박힌다. 결국 위치적 제약을 역으로 활용한 설계가 건축물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이다. 설계를 맡은 단아건축사사무소의 조민석 대표는 “부지 자체가 공공시설이 들어가기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어서 처음 이 조건을 봤을 때 땅이 너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면서도 “위치가 가진 제약조건에서도 큰 부분(앞마당을 조성하는 것을 지칭)을 내어주는 설계를 시작하면서 이 땅의 해법을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는 거 같다”고 말했다.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 4층에 마련된 ‘하늘마루’. 이 공간은 북한산 절경을 끌어와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어우러짐의 미를 보여주기도 한다./송은석기자


주변을 끌어안은 건축

내·외부 공간 다채로운 연계에 초점 맞춰

건물 끝자락에 북한산 절경 녹인 ‘하늘마루’



이 건물에서 가장 큰 특징은 내·외부 공간이 서로 다채롭게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우선 육아센터 2층에는 어린이도서관, 장난감나라(장난감 대여실), 유아놀이체험실(놀이공간), 시간제보육실 등이 있는데 특이한 건 한국 전통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는 ‘대청마루’가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대청은 단지 이용자의 휴식 공간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 밖 앞마당과 연계를 유도해 안과 밖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역할이 더 커 보인다. 게다가 대청은 건물 내부에서 외부 조경을 끌어안는 시각적 확장을 낳게 하는 효과도 가진다. 또 대청과 이어진 외부 공간에는 언덕(정식 명칭 ‘초원의 언덕’)이 조성돼 있어 육아센터의 조형미도 높인다. 아울러 육아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대청과 언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활동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같은 층에 있는 시간제보육실 역시 외부의 어린이놀이터와 이어지게 계획돼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이 같은 ‘연계의 건축’은 위층으로 올라가도 계속된다. 상담실 등이 자리 잡은 3층은 외부의 마당(정식 명칭 ‘노을빛마당’)과 이어져 노천카페와 육아카페의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강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들어선 4층 역시 아이들의 생태체험을 위한 공간인 ‘하늘마루’와 이어지는 설계를 보인다. 특히 건물의 끝자락인 ‘하늘마루’는 북한산 절경을 끌어와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어우러짐의 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축가는 왜 이같이 공간의 연계에 힘을 쏟은 것일까. 조 대표는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육아센터가 다양한 세대 간 소통의 통로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소통이 확장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 초기의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공간을 개방시키고 외부와 연계되는 설계를 그린 건 ‘소통’이라는 가치를 건물에 녹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조민석 단아건축사사무소 대표

“건물은 사람을 담는 그릇…건축가는 삶을 디자인하는 사람”



“건물이라는 것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건축가는 그런 삶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건축은 사람에 대한 연구고 건축물은 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에서 사람을 빼면 그냥 조각일 뿐입니다.”

조민석(사진) 단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묻는 질문에 “사람은 삶을 스스로 조직하지만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건 건축가의 역할”이라면서 사람의 삶을 특히 강조했다. 건축도 바탕은 기술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향하는 인문학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통’과 ‘관계 맺음’의 가치도 그가 건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조 대표는 “사람이 사회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듯이 건물이라는 것도 하나의 섬처럼 존재할 수 없다”면서 “건물·마을·도시가 관계를 맺어야지 우리네 삶이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통과 개방의 철학이 접목된 건축은 ‘강북구보육정보센터’에 잘 드러난다.

조 대표는 그동안 ‘구립 대치어린이집’ ‘구립 신사어린이집’ ‘단원 어린이도서관’ 등 다수의 공공건축물 설계를 맡아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강남구 건축심의위원, 구로구 디자인 자문위원 등 직책을 많이 맡은 탓이기도 하지만 공공건축물이 공동체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공서 설계를 많이 맡는 규모가 큰 설계사무소를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공공건물에 크게 집중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건축주인 공무원들도 민간 건축주보다 신경을 덜 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공건축물이 많은 노력을 써서 지어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빠르게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이와 유사한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우리 공동체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죠.”

조 대표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독특한 자극을 주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 대표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건물을 다양한 감각으로 즐기며 긴 시간 동안 기억에 남기는 건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조민석 단아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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