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전통해 세상읽기]不敢爲天下先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불감위천하선·앞에 나서려고 하지 말라>

시진핑 19차 당대회 강한 中 강조

외교노선 도광양회 무위서 유위로

자문화 중심주의發 갈등 우려 커져

中 합리적 태도로 책임있는 행동을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지난 18~24일 열렸다. 이번 당대회는 열리기 전부터 여러 갈래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2기 체제(2017~2022)를 맞아 후계구도가 가시화돼 누가 중국의 다음 세대를 이끌 후보로 등장할까 설왕설래가 많았다. 폐회됐지만 바라던 시 주석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뚜렷한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공산당 당장(黨章)에 삽입되는 등 시진핑의 집권 기반이 한층 탄탄해졌다. 아울러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소강(小康) 사회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생명 문명 체제의 개혁을 가속화하자는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 제시로 중국 공산당의 정체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19차 당대회의 결론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시 주석은 개막 연설에서 중국이 가진 힘을 재확인하고 그 힘을 국제사회에서 행사하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덩샤오핑은 1991년 8월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외교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도광양회는 덩샤오핑이 모두 28글자로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제시했을 때 ‘28자 방침’에 나온 구절이다. 이후 중국 지도자가 바뀌었지만 공식적으로 도광양회를 그만두자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19차 당대회는 한마디로 ‘중국의 힘을 보여주자!’는 선언으로 읽힐 정도로 ‘강한 중국’을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외정책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자 방침에는 도광양회 외에 능력을 키워도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잘 숨기라는 ‘선우장졸(善于藏拙)’도 있고 결코 앞에 나서 우두머리가 되지 말라는 ‘결부당두(決不當頭)’도 나온다. 이런 구절을 보면 노자가 사람이 가져야 할 보물로 지목한 것 중 하나가 떠오른다. 앞에 나서려고 하지 말라는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이 그것이다. 동양 철학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라는 ‘유위(有爲)’보다 가능한 한 일을 벌이지도 만들지도 말라는 ‘무위(無爲)’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연설을 보면 노자의 불감위천하선에 대응하는 도광양회의 무위가 아니라 중국이 현대화 과정에서 기른 힘을 적극적으로 떨치는 유위의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덩샤오핑 시대와 비교해 현격하게 상승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신감의 표방이자 외교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제 관계에서 그대로 추진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새로운 상황을 맞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중국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갈등 상황을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며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전국시대의 제후들이 생존을 위해 전쟁을 선제적으로 벌였지만 안정이 아니라 더 큰 고통을 겪는 시대를 치유하기 위해 불감위천하선의 주장을 내놓았다. 앞에 서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지만 불안에 떨고 고통의 늪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현실과 반대 방향으로 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불감위천하선의 20세기 버전이 바로 도광양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불감위천하선에서 ‘불(不)’자를 떼어내고 ‘감위천하선’의 유위를 하게 된다면 노자가 말한 갈등과 분쟁의 악순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갈등과 분쟁의 악순환을 막을 제동 장치가 없다면 중국을 이웃한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가 중국발 위기감의 고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내부를 향해 “문화 자신감을 확고히 하자”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를 향해 자문화 중심주의를 넘어 중국발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합리적이며 보편적인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