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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호스피스 병동서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28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더 늦기 전에, 사랑해요” 편이 전파를 탄다.

삶이 21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호스피스는 삶의 끝에서 잠시 머물며 이별을 준비하는 곳이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평균 21일을 머문다. 그곳에,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마지막 이별식’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

통증 조절과 죽음의 단계, 호스피스 정보에서부터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아낌없이 내어준 이들이 전하는 삶의 비밀. 늦가을, 사별의 여정을 지나는 가족들의 삶을 통해 찬란한 삶의 드라마를 만난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의 시간

생의 마지막 시간을 고통과 절망으로 소진해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 귀한 시간에 저마다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결국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까지 오랜 의학적 투쟁을 벌인 끝에 죽음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항암제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캐나다의 열한 배, 미국의 네 배다. 말기 암 환자가 사망 2주 전까지도 항암제를 투여받는 비율이 24%에 달한다. 암 환자 10명 가운데 4명(42%)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듣지 못한다.

사망자 3명 중 1명은 끝까지 연명 치료를 하는 현실···. 암 환자 중 호스피스 이용자는 10명이 1명꼴. 극소수다. 죽음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이별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치료받느라 고통 속을 헤매다 결국 떠나는 것이다. 결국, 사후에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의 마음과 영혼을 돌본다.”

“그 선택 덕분에 죽기 전까지 한 달 이상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달 동안 그저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결국 그들이 함께 보낸 나날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항암제를 처방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면 항암제가 치료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더 이상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생기는 시기가 온다. 이런 때를 ‘말기’라고 하는데 이때부터는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1주 그때 하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고들 한다.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료다.

말기 암 환자를 놓아주지 못하는 것은 의미 없는 죄책감일 수도 있다. 오히려 통증 조절을 하면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 끝까지 좋은 삶을 살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고, 아무것도 해 주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고 비쌀 것이라는 것은 오해다.

▲ 준비된 이별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담담히 받아드린 강신국 환자와 그의 가족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 가족은 ‘사랑 부부’로 유명하다. 늘 해맑은 웃음을 띤 강신국 씨와 그 옆을 지키는 사랑스런 아내.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과감히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좋은 죽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부부.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었던 건, 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신국 (82세) / 폐암 말기 환자

“바람 불 때마다 잎이 떨어지잖아요. 인생도 그런 낙엽과 같아요. 겨울이 다 갈 때까지 그 나무에 낙엽이, 단풍이 다 떨어지듯이 인생도 그렇게 떨어지는 거예요.”

-신정숙 / 강신국 환자 아내-

“우리는 아버지를 그냥 놔두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근데 그래서 아빠가 1년은 더 사신 거 같아요. 제가 되게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랬거든요. 부모님은 안 간다는데 그 마음이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폐암 말기니까 진통제 말고는. 아빠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가족의 사랑밖에 없잖아요. 마음만···.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강명아 / 강신국 환자 작은딸-



▲ 진작 말할 걸

완치를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아내. 뒤늦게 호스피스 병동으로 온 아내는 지금 의식이 없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못다 한 말들이 많아 후회하며 그 옆을 지키는 남편이 있다. 눈을 맞추고 말을 주고받는 순간이 한번쯤 있을 줄 알았지만 아내는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좀 더 일찍 마음의 말들을 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 그지없다는데... 남편은 아내를 위해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읽어주기 시작한다.

김일경 / 故 김옥순 (70세) 환자 남편

“작별인사를 차근차근히 했다면 훨씬 환자한테 도움이 됐을 텐데 (아내와) 의논도 못 하고 부탁도 못 듣고 그런 거를 하나도 못하고 다 허송세월을 지내온 거 같아요. 그게 아쉬워요.”

-김일경 / 故 김옥순 (70세) 환자 남편-

“고통이 오면 그대로 견뎌야 하고 자연히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참 멋지게 죽는다는 건 우리하고 거리가 먼 것 같아. 작별인사를 차근차근했다면 환자한테 도움이 됐을 텐데. 괜히 희망만 심어 줘서 밭에 가을에 배추 심어야 하고 무 심고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 하느라고 진짜 할 말을 못 했어요. 우리가 그래도 해야지. 말해야지.”

-김일경 / 故 김옥순 (70세) 환자 남편-

▲ 내 생에 마지막 의사들 그리고 간호사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스피스 센터의 김영성 박영민 교수와 간호사들, 그리고 복지사와 성직자 자원봉사자와 간병인들까지. 그들의 마음은 일반 병동의 의료진들과 관심사가 조금 다르다. 일반 병동에서 병의 정도를 묻지만, 이곳에선 그 사람의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육체의 문제만도 환자 개인의 문제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여명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고통 없이 행복한 것.

“그분들에게 있어서 누군가에게 마지막 사람으로 생각이 돼서 이제 남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드릴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이분들이 어떤 기억을 하실지. 그런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게 호스피스인 거 같습니다.”

-김영성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 중에 또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환자분들에게는 크게 될 수 있는 것이 그런 스킨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영민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거에 초점을 맞추자. 내가 정말 마지막을···. 행복한 마지막을 보냈구나 그리고 거기서 따뜻하고 좋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호스피스 팀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박영민 교수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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