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뒷북경제]절충점인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인가… 말 많은 ‘탈원전 로드맵’

신고리 5·6 건설 재개 비판 여론 무마위해 안전대책 강구

월성 1호기 조기폐로 등 탈원전은 속도 더 높여

국민부담 객관적 추산 후에 탈원전도 공론화 붙여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놓고 진행된 공론조사와 맞물려 갈등을 키웠던 문재인 탈(脫)원전 정책이 공식화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공론조사 결과로 일단 갈등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를 매개로 한 ‘대리전’의 결과가 앞뒤가 달라던 만큼 연말 확정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국회 보고 등을 계기로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6기 백지화와 노후원전 14기 수명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등의 내용을 담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정책 권고에 따른 정부 방침’을 확정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로드맵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우선 탈원전 찬성 측은 신고리 5·6호기를 재개하는 대신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 등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반대 측에선 공론화위의 앞뒤 다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되레 탈원전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로드맵은 △신규 원전 계획 백지화 △설계수명 도래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조기 폐로 등 크게 세 갈래다. 정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아직 건설장소나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한다.또 2038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원전 14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 수는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원전의 발전 설비 용량은 2017년 기준 22.5GW(24기)에서 2038년 16.4GW(14기)로 줄어든다.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취소되는 원전의 발전설비 용량은 모두 22GW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105.9GW)의 20.7%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특히 월성 1호기를 조기 폐로(廢爐)하겠다는 강수도 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1982년 11월 발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2012년 설계수명(30년)이 종료됐지만 3년간의 찬반 논란 끝에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연장 운전을 결정했다. 이후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수명연장 허가 무효처분확인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2월 주민 손을 들어줬다. 원안위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안팎에서는 월성 1호기의 폐로 결정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9월 공개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은 2030년까지 전력수요가 당초 대비 12.7GW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또 경수로 대비 사용후핵연료를 7배가량 많이 만들어내는 중수로가 4기 몰려 있는 월성 원전의 경우 2019년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다.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때문에 임시저장시설이 꽉 차기 이전에 새 저장시설을 짓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원안위가 항소를 취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1심 판결에 따라 당장 가동을 멈출 수 있다. 법원이 2심에서 주민의 손을 다시 들어줘도 마찬가지로 조기 폐로 운명을 맞게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인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안전기준 강화 대책도 내놨다. 우선 모든 원전은 2019년 6월까지 설계기준 사고뿐만 아니라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 방법론’도 조기 개발해 2020년부터 고리부지에 시범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내진 설계 기준도 강화한다. 2018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성능이 보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원전 공공기관과 24기 원전에 대한 투명경영 여부를 점검해 원전 비리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탈원전 반대 측에 공격의 빌미를 줬던 수출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백 장관은 “에너지전환에 따른 국내 산업 보완대책으로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 체코, 영국 등에 대해 정상회담, 장관급 양자회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도 적법한 지출 내에서 기금 등 남는 세금을 쓰겠다는 방치도 내놨다. 다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발생했던 비용 1,000억원은 한수원이 지불하도록 선을 그었다.

정부가 사실상 탈원전을 공식화하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해 법정 계획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탈원전으로 인해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는 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치가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제7차 계획상 2029년 전체의 39.9%를 차지할 계획이었던 원전의 발전량은 18.8%로 줄어든다. 석탄도 36.8%에서 24.6%로 감소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은 11.3%에서 36.0%로, 신재생은 11.6%에서 19%로 각각 증가한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국민 부담분을 객관적으로 추산한 수치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껏 공식적으로 내놓은 답변은 “향후 5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 안 된다”는 백 장관의 한 마디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공론화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만큼 연말 탈원전을 놓고 다시 한 번 논란이 격화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고 있다. 오는 연말까지 이를 확정해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가 큰 만큼 의사일정 지연이나 재보고 요청 등으로 여야간 줄다리기가 팽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