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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트럼프와 평창 올림픽

손철 뉴욕특파원





충격적인 ‘트럭 테러’로 뉴욕의 핼러윈데이가 피로 물들면서 11월의 첫째 날 세계 경제·문화의 수도인 맨해튼의 아침은 을씨년스러웠다. 하루 전 테러 여파로 록펠러센터와 타임스스퀘어 등 맨해튼 명소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경찰들이 깔려 삼엄했지만 뉴욕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은 현지 동포들과 1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미드타운을 특공대처럼 누볐다. 이날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두고 주관 방송사인 NBC가 미국 대표팀 출정식을 알리며 본사 스튜디오와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열어 분위기 고조에 나선 날이었다. 뉴욕문화원장은 홍보관·행정원·통역과 한팀이 돼 동포와 유학생들로 이뤄진 춤누리무용단, 뉴욕대 사물놀이패 등이 방송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더 잡히고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가 타임스스퀘어의 초대형 전광판에 한 번이라도 더 비치게 만드느라 동분서주했다.

내년 2월9일 시작될 평창의 겨울 축제를 세계 각국에 최대한 홍보하는 일은 해외 주재관들의 ‘1급 미션’이다. 하지만 뉴욕 동포들이 추위와 테러의 공포도 잊고 평창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선 것은 100일도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의 열기를 체감하기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평창이 낯선 미국인들은 한국(South Korea)을 얘기하면 곧 알아듣다가도 십중팔구 올림픽이 열릴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프랑스의 장관조차 북핵 위기를 이유로 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일반 시민들이 갖는 이미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미 언론에서는 내년 1월까지 한반도 정세를 지켜봐야 평창올림픽 개최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니, 안타까운 동포들이 안전과 평화의 올림픽 홍보 대사를 자임하며 평창 성공에 한 줌 밀알이라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최대 외교·안보 과제로 삼고 미국인들이 어느 때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보와 북한 미사일 개발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복인지 화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열 달 만에 한반도 안보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은 주역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 꼽기는 어렵지 않다. 북한이 잇따른 핵실험과 잦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먼저 펀치를 날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벼랑 끝 미치광이 전술로 반격해 북측 지도부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수장들이 아무리 ‘외교’를 강조해도 미 해군의 3개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 주변에 집결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의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득에 밝은 사업가 출신이지만 이처럼 호전성을 과시하는 미국의 최고사령관이 3일부터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오는 7~8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백악관은 벌써 트럼프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대북 최대 압박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좋든 싫든 세계 최고 뉴스메이커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촌 최대 이슈인 북핵에 대해 당사국에서 예측 못한 말 폭탄이라도 투하하면 최근 잠잠해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고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불안감도 증폭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 대치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한미 간 혈맹 위에서 대북 외교적 압박은 물론 ‘관여(Engagement)’의 상징인 대화 노력으로 성숙함을 보인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유엔은 13일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한반도에 순풍이 불면 평창에 낭보가 되고 30년 만의 올림픽 개최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국운 융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표심을 위해 압박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한발 양보하더라도 유연성을 발휘하고 ‘전략적 인내’를 보일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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