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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한국형 3축 체계'에 예산 쏠려...흔들리는 군 전력증강

<13> 군 신규사업 차질 빚나

"북핵 대응이 먼저"...레이더·지상전술 사업 등 배제

의무호송헬기·K-9 자주포 개량도 자금없어 무산

예산 운용 경직성 심화...군 구조개편 악영향 우려

육군이 2007년부터 추진한 자주도하 장비의 영국군 모델. 10년 숙원 사업이나 이번에도 예산이 배정 안 돼 도입이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의 주요 전력증강 사업이 곤경에 빠졌다. 예산 부족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예산 사전협의 과정에서 신규 사업의 대부분이 삭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방예산이 요구액 자체부터 전년보다 6.9%나 늘어난 수준이지만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에 자금이 쏠려 가용재원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자칫 군 구조개편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군이 요구한 내년 국방예산은 43조1,173억원. 역대 최대 액수이자 전년보다 6.9%나 증액된 규모다. 물론 이 같은 요구액이 전액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관행처럼 삭감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 운용의 경직성은 더욱 심해졌다. 규모 자체는 비대해도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비용을 뜻하는 전력유지비를 빼면 방위력 개선비는 전체 예산의 약 절반 수준.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신사업 예산을 타내는 게 힘든 것처럼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군인 봉급을 깎거나 인원을 줄이지 않는 한 전력유지비를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무기를 새로 도입하려면 방위력 개선비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올해는 특히 어려워졌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에 예산이 우선 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3축 체계란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사업 규모가 큰데다 기간도 긴 게 특징이다. 장기간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기에 다른 용도, 특히 새로운 항목의 예산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산 K-9 자주포의 개량형인 K-9A1 자주포 시제품. 군은 배치 12년을 맞아 창정비를 받아야 하는 물량부터 개량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창정비를 받더라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사실상 대규모 개량을 할 수 업어 자주포 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재부가 보수적인 입장에서 각 부처의 요구사항을 정리한 ‘정부 요구안’에서 국방부가 부처 안으로 요구한 주요 항목이 빠진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불요불급한 사업들이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신사업을 인정받은 국지 방공레이더나 지상전술 C41 체계 2차 계획, 상륙돌격장갑차 연구, 기관총 조준경 등 신규 사업들과 비교해도 그 중대성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사업들이 배제된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수억원의 예산이 없어 착수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 사업들에는 수리온 헬기의 개량형인 의무후송 헬기와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진행해온 자주도하장비(부교) 등이 있다. 국산 신형 다연장 로켓인 천무의 핵심 무기 중 하나인 230㎜ 무유도탄 연구개발 사업도 막혔다. 여기에 105㎜ 곡사포 성능 개량,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 개인 전투체계 연구개발, 지상전술 데이터 링크, 합동 화력 시뮬레이터, 피아식별장치 성능 개량 등의 사업이 예산을 단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응급구호와 인명 구난 시스템이 완비된 의무후송 전용헬기. 내년 사업비가 전액 삭감됨에 따라 군의 후송체계 선진화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 배분과 집행이 얼마나 경직됐는지는 K-9 자주포 사례가 잘 말해준다. K-9 자주포는 상대적으로 신형이기는 해도 이미 창정비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폼목. 군은 출고 12년 만에 창정비를 실시하면서 K-9A1으로의 개량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돈의 논리에 밀려 무산됐다. 내년 신규 사업비에 반영되지 않았다. 자동차 정기검사 받듯이 어차피 치러야 할 창정비를 통해 개량하지 못하면 10여년을 또 기다려야만 개량 여부를 저울질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물론 관련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몇몇 주요 사업을 부활해 진행해야 타당하다’는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돌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부처 간 의견조율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예산 당국과 충분히 협조하는 동시에 의원들에게 처지를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마감 후 군의 예산지출 세부안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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