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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행복은 비타민이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60> 스스로 만드는 만족

행복의 다섯 요소 모두 가질 순 없어

다만 비타민처럼 골고루 섭취할 뿐

기대치 낮추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행복은 파랑새’라고 말한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아 그렇단다. 행복이 뭔지 몰라 그렇단다. 아니 행복이 있기나 한 것인지 우리는 과연 알 수 있을까. 행복한 동안 그것을 동시에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그때가 행복인 줄을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결혼해 같이 사는 동안에는 “그놈의 왠쑤! 평생 원수!”라고 투덜대지만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최고가 단연 배우자와의 사별인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 없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이혼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다들 비슷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시카고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스티븐 툴민이라는 과학철학의 대가에게 이 작품에 대한 분석을 배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은 파랑새가 아니다. 이제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우리는 알게 됐기 때문이다. 행복은 비타민이다. 비타민 중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결핍증에 걸린다. 다른 비타민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 행복도 복합적으로 구성되고 하나라도 빠지면 결핍증에 걸리는 비타민이다.



행복은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행복은 관계에서 이뤄진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맺는다. 어떤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 넓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또 다른 사람은 특정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가까운 가족·친지·친구,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 반려동물, 심지어 로봇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이유로 공자의 사상 자체가 사회를 가족관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둘째, 행복은 일을 통한 성취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이뤄놓은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반대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허망하고 불행함에 휩싸인다. 어느 날 상사에게 세 달에 걸친 프로젝트를 지시받는다고 가정하자. 주말도 반납해가면서 과제를 수행했다. 이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다듬는 단계에서 상사가 “더 이상 그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안 하기로 했네”라고 말하면 누구든지 성취감이 무너져내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행복은 날아가기 마련이다. 평생 어떤 의미 있는 일도 안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으로 100억원을 제안받는다면 당신은 수락하겠는가.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말한 핵심이다.



셋째, 행복은 소유에서 나온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에 따르면 법과 도덕이 부재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국가를 만드는 데 동의하는 유일한 목적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는 3년 동안만 기억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산을 빼앗은 원수는 평생 증오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이다. 문제는 연소득 7만5,000달러까지는 소득의 증가가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넷째, 행복은 인정을 받아야 검증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가는 것, 즉 출세하는 것은 행복에 필요하다. 오죽하면 “인류 역사는 인정 투쟁의 역사”라고 독일 철학자 헤겔이 말했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가까운 사람, 특히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인정해줘도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불행하다. 반대로 부모가 포기하지 않는 자식은 반드시 성공한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런데 인정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자신에게 받는 격려다.

마지막 행복의 요소는 건강이다.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이 건강·장수가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자, 그러면 이 다섯 가지를 다 완벽하게 가진 사람이 있을까. 답은 “없다”다. 결국 행복은 이 다섯 개의 행복 요소를 자신이 만족할 만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이 가지게 되면 그만큼 더 행복한 것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기대치를 낮추면 쉽게 만족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행복이 비타민인 것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행복은 객관적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가 아닌가가 결정적 기준이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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