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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뒷걸음질 치는 융합·창의 인재 양성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전 환경부 장관

선진국 'STEAM' 교육 열심인데

한국선 코딩 학원만 생기는 현실

정부·학교·학부모 등 모든 주체

SW생태계·사회문화 혁신 동참을





주요 정책 이슈를 다루는 포럼마다 결론은 ‘사람’ ‘일자리’ ‘규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1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의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듯 직업 세상이 달라진다면 우선 교육부터 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직무 스킬은 크게 다르다. 복합적인 문제 해결 역량과 인지능력,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 기반한 창의성과 감성 등이 주요 덕목이다. 여기에 예술(Arts)을 더해 STEAM이라고 한다.

미국 제조업계는 오는 2018년까지 일자리의 63%가 STEM교육을 필요로 하고 첨단제조 분야의 15% 이상이 STEM의 석사급 이상 학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4년 미국 채용전문 사이트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용주가 선호하는 대학전공 상위 11개 가운데 7개가 STEM에 관련된다. 그렇다고 인문학적 소양의 경시가 아니라 학제적(學際的) 인력이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또 다른 스킬은 커뮤니케이션·협상·팀워크·인성·리더십 등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뉴 칼라(new collar)’라는 신개념이 제시됐다. 디지털 혁명시대의 인재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렇듯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노동시장에 대비해 우리 청소년들은 어디쯤 있는 것일까. 해마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각국의 9세와 13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조사해 4년마다 ‘팀스(TIMSS)’ 보고서로 발간한다. 한국은 학생 때는 과학과 수학 성취도가 최상위권인데 직업인이 된 뒤에는 역량이 최하위로 떨어진다. 왜 그럴까.

선진국은 맞춤형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이니셔티브’를 내세우며 컴퓨터 과학을 유치원부터 필수과목으로 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앞섰다. 2014년 ‘스마트 네이션’을 선포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일상생활과 산업 부문에 접목시키고 ‘코딩교육 전파계획(CODE@SG)’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소프트웨어(SW) 의무교육을 시행한다. STEAM을 기반으로 융합적 소양과 창의성을 기른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정보통신·컴퓨팅 전문가가 태부족인 실정에서 서둘러 마땅하다. 하지만 코딩교육 의무화 발표가 나오자마자 학원부터 생겨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SW교육에서는 창의력과 윤리의식이 핵심인데 주입식의 판박이 교육이 돼버리면 ‘배우는 능력을 깨우치는(learn to learn)’ 교육은 공염불이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책에 있는 내용이면 외우지 말라”고 했다.

해외 유수 대학의 컴퓨터 관련 신입생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2014년 최고 직업은 SW개발자였고 2016년 최고 직업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였다. 중국은 2001년 35개의 SW대학을 설치해 오늘의 디지털 창업주역들을 배출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컴퓨터전공 학생 수와 정원은 크게 줄고 있다. 고등학교 컴퓨터 과목 수강생도 2000년도 85%에서 2014년에는 5%로 떨어졌다. 왜 이렇게 대조적일까. 젊은이들은 SW가 게임에 치우치고 기업이 인력을 소모품 취급한다고 말한다. 스펙 중심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4차 산업혁명 성공의 관건은 사람과 교육이다. 정부는 ‘세계에서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거꾸로 교실’로 혁신하고 프로젝트형 수업, 입시제도와 교육 거버넌스를 혁신해야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정부는 물론이고 학부모·학생·교육기관·기업·비영리단체 등 모든 주체가 미래를 위한 핵심과제임에 공감하고 개방형 SW생태계 혁신에 동참해야 한다.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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