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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떠난 김주혁이 그리운 이유

김경훈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가수 고(故) 김광석 3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로봇 만화 주제가가 떠오르는 긴 제목으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에서 김주혁은 통기타를 치며 김광석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

향년 45세. 지금도 “홍반장”이라고 부르면 달려올 것만 같은 그는 노래 가사처럼 많은 이들을 밤새 뒤척이며 잠 못 들게 하고 떠났다.

톱스타도,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치는 흥행배우도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는 늘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

출연한 작품에서도 상대 배우가 또렷하게 떠오를 만큼 그는 과장되지 않은 조화로운 연기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로 잠깐 외도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어색해하면서도 늘 최선을 다했고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먼저 챙겼다. 숙고 끝에 하차하던 날 “완전히 망가지지 못할 때마다 민폐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미안해하던 그는 매사에 진심을 다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좋은 선생을 두고도 한 번도 조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한 번쯤 아버지께 조언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2011년 9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배우’ 김무생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큰 그늘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최고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과 시청자가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남겼다.

“돈과 백도 실력”이라던 정유라의 말은 편법과 반칙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백 없는 수많은 취준생과 백이 돼주지 못한 부모들의 가슴을 후벼 파면서도 미안하다는 사람은 없는 채용비리 논란과 김주혁의 모습이 자꾸 겹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겨진 사람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떠난 이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임을 보여준 김주혁이 고마운 이유다.

생전 한 인터뷰에서 꿈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김주혁은 말했다. “연기자니까 좋은 연기자가 되는 건 당연한 거고 훗날 사람들에게 ‘참 저놈 잘 살았다’ ‘저 사람은 참 인생 잘 살았지’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충분히 그러했다”는 많은 이의 답이 좋은 배우이기에 앞서 좋은 사람으로 남아 영면에 든 그에게 꼭 닿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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