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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 여성에게 유독물질 강요하는 미(美)의 기준

개인 위생 용품들은 사용자를 중독시킬 수 있다.

그리고 유색인종 여성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지난 1950년대, 헤어케어 제품인 ‘브라이크림’을 광고하는 아나운서는 진지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건조하고 생기없는 머리카락은 삶의 즐거움을 빼앗아갑니다. 하지만 ‘브라이크림’으로 그 즐거움을 되찾아 오십시오. 작지만 큰 행복을 드리는 ‘브라이크림’.” 2017년의 감성으로 보면 좀 투박해 보이는 광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현재도 우리는 미용 제품과 개인 위생 용품들이 내건 약속에 매료되어 있다. 치약 회사들은 눈부신 하얀 미소를, 데오도란트 회사들은 냄새 없는 생활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광고들과 구입하는 제품들은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를 확신시키고 강화하고 있다.

현재 남성들이 사용하는 개인 위생 용품과 미용 제품들은 평균 5~7가지. 여성은 평균 9~12가지이며, 10대 소녀들의 경우는 17가지로 늘어난다. 이런 게 딱히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요즘 누구나 바디워시, 샴푸, 컨디셔너, 데오도란트, 로션 정도는 쓰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으로 인해 우리의 몸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화학 물질들이 부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환경 독성학자들은 이러한 화학 물질들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 일부는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개인 위생 용품들에는 파라벤이 들어간다. 파라벤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해 신체의 호르몬 생성 절차를 방해한다고 여겨지는 물질이다. 프탈레이트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실험 동물의 번식 과정을 방해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향료가 첨가되는데, 이들 중에는 번식 기능 장애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화학 물질이 많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 백인 여성은 개인 위생 용품을 통해 일일 168종의 화학 물질에 매일같이 노출된다고 한다. 이 종수가 많다고 생각된다면, 올 8월 16일 미국 산부인과 저널(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지에 게재된 해설을 보라. 이 해설의 저자들은 미국 유색인종 여성들의 몸에 축적된 유독성 물질은 더욱 많다고 한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백인 여성에 비해 미용 관련 화학 물질을 몸에 더 많이 바른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밀큰 공공보건 연구소의 환경 및 직업 보건 연구자이며 이번 해설의 수석 저자인 에이미 조타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그 물건이 건강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용 제품에 관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본지에 말했다.

조타는 유색인종 여성들이 화학 물질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럽인의 특징에 맞춰진 미의 기준이 강요되는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

독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패션의 기준이 반드시 문제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요즘 던들이 다시 유행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설마 있을까? 그러나 유색 인종들이 하얀 피부와 덜 꼬부라진 머리카락 등의 미적 기준을 맞추려면 더 큰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백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화학 물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색 인종 여성들은 사회적 및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백인 여성들에 비해 미용 관련 화학제품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는 원인은 단순히 허영심 뿐만은 아니다.

로스 앤젤레스 옥시덴탈 칼리지의 도시환경정책과의 조교수이자 해설의 공동 저자인 브하브나 샤마순더는 “수많은 사회과학 논문에 따르면, 피부색이 밝고 머리카락이 직모에 가까운 유색인종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욱 경제적으로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여성들은 더욱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여 더 많은 돈을 벌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흑인 여성들은 머리를 곧게 펴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올 초 인지연구소에서 진행한 좋은 모발 연구에 따르면, 흑인 여성들의 천연 모발은 직모에 비해 덜 매력적이고 덜 전문적인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올 초 보스턴의 어느 학교에서는 흑인 학생들이 꼰 머리를 하지 못하게 한 반면, 머리를 펴는 것은 허용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또한 머리를 펴지 않았다는 이유로 흑인 여성 직원이 해고당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다수의 흑인 여성의 머리카락은 직모가 아니라 곱슬머리다. 하지만 그녀들은 유럽 여자들의 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고대기로 머리를 편다. 그러면 머리카락을 통한 땀 배출 기능이 크게 저하되고, 비를 맞으면 안 되며 수영도 하러 갈 수 없는데 말이다.

고대기의 대안은 화학 스트레이트 제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에는 생식선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이 있다. 그럼에도 직모를 원하는 욕구가 너무 큰 탓에 이르면 4살 때부터 화학 스트레이트 제품을 사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해 성조숙증, 자궁 섬유양, 페경 전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직모를 얻기 위한 대가 치고는 너무나도 비싸다. 유색인종 여성들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은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수은 노출이다.

가임기 여성들은 참치 등 기름기가 많은 생선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은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은은 미량이라도 태아의 뇌와 신경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임산부가 수은에 노출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뇌성마비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 어느 멕시코계 미국인 임산부를 혈액 검사한 결과 리터당 15마이크로그램의 수은이 나왔다. 의사들이 질병통제본부에 알려야 하는 기준치의 무려 3배에 달한다. 해당 임산부는 본인이 스시를 너무 좋아한 탓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지만, 연구자들이 원인을 추적한 결과 그렇지 않았다. 멕시코에 사는 그녀의 친척이 준 페이스 크림 두 병이 그 원인이었다. 이 크림에는 각각 21,000ppm, 30,000ppm의 수은이 들어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정한 미용 제품의 수은 안전 기준치는 1ppm이다.




피부 미백 크림에는 유해한 화학 물질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수은은 피부 미백 크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분이다. 수은의 사용은 지난 190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정말로 미백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은은 임산부에게만 위험한 물건이 아니다. 수은은 말하기, 듣기, 걷기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의 관련 규정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수입품에 수은이 들어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미국산 제품도 내용물을 잘 알 수 없기는 오십보 백보다. 그리고 피부 미백 크림에 들어있는 위험 물질은 수은 뿐만이 아니다. 대량으로 들어 있는 하이드로퀴논은 피부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리고 피부 미백 제품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많이 사간다.

조타는 “피부 미백 제품은 인도에서 많이 쓰인다. 그리고 예전의 나의 연구를 통해 멕시코계 및 카리브해계 미국 여성들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 10개국의 대학생 약 20,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최근의 연구 결과, 아프리카, 아시아(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포함), 남미와 북미에서 여대생 중 33%는 최근에 피부 미백 제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부 미백 제품이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라고 말한다.

제조회사들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이런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색이 어두운 피부는 열등하고 하얀 피부는 우월한 것이라는 이미지와 언어를 구사한다. 2011년의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미국 흑인 지역 중 하나인 할렘에서 팔리는 피부 미백 제품에 사용되는 이미지와 포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포장에 피부 미백을 하면 피부가 더 건강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진다고 적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제품들 중 다수가 암을 포함한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이러니한 문구다. 즉, 어떤 회사들은 유색 인종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없게 하는 것은 물론 그 여성들에게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제품을 팔아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타는 해설에서 “나의 연구 목적은 미용 제품에 들어 있는 유독 화학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유색인종 여성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미용 제품이 건강에 가장 유해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환경 인종주의다. 즉, 각국 정부는 유색인종이 많이 사는 곳에 쓰레기 매립지, 발전소, 화학 공장 등의 시설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색인종 여성들은 백인 여성에 비해 오염된 지역에서 살 가능성이 높다. 인종주의적으로 설정된 미의 기준을 따르는 것, 그리고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 모두 이들에게 환경적 부담을 주고 있다.


오염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은 환경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조타는 개인 위생 제품과 미용 제품이 유색 인종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조타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제품의 특징을 더욱 잘 파악해야 한다. 거기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제품의 제조회사들은 출시 전에 FDA에 제품을 등록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녀는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인식을 통해 유색인종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고, 더 안전한 제품을 요구하기를 바라고 있다. 조타는 미용 및 개인 위생 제품을 덜 쓰고, 위험한 화학물질이 덜 들어간 제품을 골라 쓰는 것이야말로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알아보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요즘은 ‘내추럴 워싱’이 강조되는 추세라 더욱 그렇다. 물론 여기서 내추럴은 결코 사전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제조회사들이 위험한 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어거지로 갖다 붙인 것이다. 제품의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조타와 샤마순더는 미적 기준 자체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아름다움과 전문성을 표현하기 위해 유색인종 여성들이 피부를 미백하고 머리카락을 펼 필요가 전혀 없다.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고 목숨을 걸 필요는 더더욱 없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ndra Pierre-Lo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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