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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응답하라 '2000년 벤처 생태계'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55>혁신성장으로 가는 길

닷컴 버블 붕괴로 코스닥 추락

정부 개입 오판 회복불능 초래

자금투입땐 생태계 왜곡 되풀이

독립성 회복·M&A 활성화 시급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정부는 지난 11월2일 벤처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 창업 정책을 발표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명은 적극적으로 지지하나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돕는 마음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막대한 국가 세금을 투입하는 요소 주도 정책은 시대적 소명을 다한 지 오래다. 민간의 창조적 에너지가 작동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10조원의 국가 세금을 투입해 벤처 자금을 지원하면 당장 반짝 효과는 나오고 일부 이해 관계자들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 지원은 레몬마켓(우량품은 없고 신 레몬 같은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을 만든다. 또 체리피커(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 먹듯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것) 방지를 위해 지원에 따른 규제 폐해가 건전한 창업자를 옥좨 전체 생태계를 망치게 된다. 더구나 과도한 정부 지원은 결과적으로 반벤처 정서를 불러일으킬 개연성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많은 사람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중국을 배우자고 한다. 물론 해외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하나 우리 토양에 맞는 정책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정착시키는 본원적 노력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1차 벤처 붐 당시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민간 주도로 구축한 경험이 있다. 정책 당국은 해외 벤치마킹에 앞서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가 왜 추락했는가 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2000년 대한민국은 연간 3,500개가 넘는 벤처 창업이 이뤄져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 등장했다. 일본과 유럽보다 3년 앞서 설립된 ㈜코스닥에는 187개 기업이 상장되고 자금 조달이 8조원을 넘어섰다. 엔젤 투자도 5,000억원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가 민간 주도로 형성됐다. 당시 이스라엘과 중국이 한국을 배우러 왔고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은 많은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당시 정부의 벤처 지원 자금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 불어닥친 닷컴 버블 붕괴로 나스닥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코스닥이 추락했다. 이를 국내 문제로 오해한 참여정부의 4대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한국 벤처 생태계가 황폐화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200개 가까이 상장하던 코스닥이 거래소에 합병되면서 한때 연간 20개 상장으로 추락했다. 상장 기간도 7년에서 14년으로 길어지면서 결국 민간 투자는 사라지게 됐다. 인재 유입의 촉진제였던 주식옵션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벤처기업들은 인재난에 허덕이게 됐다. 5%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 자동으로 인증되던 벤처인증제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전환되면서 고위험·고품질 창업이 사라지게 됐다. 중간 회수 시장인 인수합병(M&A)을 위해 설립한 기술거래소도 기술진흥원에 통합되면서 기능을 상실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2조원 규모의 자금 투입으로 창업 생태계를 양적으로는 부활시켰으나 자금 공급에 비해 고품질 창업은 아직도 미진한 실정이다.

지금도 벤처 업계의 현실은 창업에 비해 자금 투입이 과다한 실정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자금 투입은 생태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코스닥의 독립성 회복과 주식옵션 문제의 해결, 초기 벤처인증제로의 복귀, M&A시장의 육성이다. 즉 2000년 벤처 생태계로의 회복이다.

이번 조치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살펴보자. 주식옵션 문제의 핵심은 수혜자의 세금 공제가 아니라 제공 기업의 회계 기준이다. 미국 회계제도를 벤치마킹한 회계제도의 도입을 KCERN이 2014년 제시한 이유다. 엔젤 투자는 2015년 KCERN이 제시한 크라우드펀딩안처럼 환매와 투자액 제한을 풀면 된다. M&A로 벤처는 시장을 얻고 대기업은 혁신을 얻고 투자자는 수익을 실현해 재투자가 선순환된다. 미국의 30분의1에 불과한 M&A 활성화는 부분적 정책이 아니라 강력한 종합적 거버넌스 구축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2016년 보고서다.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벤처 생태계 복원으로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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