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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신영자산운용은 '잠복근무' 스타일…14년간 670% 수익 비결

신영밸류고배당 투자철학 지켜온 허남권 대표

연도별 수익 평범해도 장기 수익률은 최고

느긋한 장기투자, 시류 편승하지 않는 투자 고수

우선주, 지주사 장기 투자로 쏠쏠한 수익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2, 3년 ‘잠복근무’ 하다 수익을 올리는 것이 신영자산운용의 스타일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스타일에 대한 허남권(사진) 대표이사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명쾌한 ‘한 줄 정리’다. 그의 말대로 신영자산운용은 잠재력을 갖춘 우량 기업의 주가가 저렴할 때 미리 투자해놓고 차분히 기다린다. “언제 오를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오를 수 있는” 종목에 남들보다 먼저 투자, 잠복근무를 거쳐 “적정 가치에 이르면 분할 매도를 통해 차익실현하는 투자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언뜻 다른 운용사, 펀드매니저들도 흔히 내세우는 투자전략 같지만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의 수익률을 확인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영밸류고배당은 지난 5년 수익률이 71.27%(9월 말 기준), 2003년 5월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668.23%에 달한다. 투자 전략을 확고히 지키면서 높은 성과를 올린 덕분에 클래스 전체 설정액이 2조7,000억원이 넘는 국내 대표 펀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14년여 간 유명세를 얻었다가도 무너진 펀드들이 숱하게 많다. 허 사장은 신영밸류고배당이 긴 시간 수익에 수익을 쌓아 올린 비결로 리스크 관리를 꼽는다. 그는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벌어 잘 지키자는 투자 철학대로 운용해왔다”며 “연도별로는 고수익을 낸 해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기수익률이 월등히 높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매년 2% 이상의 배당 재투자를 통한 복리 효과도 장기 성과에 기여했다.

허 사장은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짧은 호흡으로 단기 성과를 내려고 하면 시장 흐름에 편승하게 되고, 오히려 시세의 상투를 잡아 손해보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다. 말은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이야기이고, 허 사장조차 신영증권에 몸담고 있었던 주니어 시절 테마주를 좇다 수 년치 연봉을 날린 경험이 있다. 전문가라면 저렴한 주식 가운데 잠재력이 높은 종목을 골라낼 수 있지만, 이후 적정 가격까지 오르는 타이밍은 누구도 알기 어려워 ‘신의 영역’이라고 불린다.

결국 답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장기 투자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연평균 매매회전율은 48%로 낮은 편이다. 업황이 최고조에 달한 경기민감주처럼 당장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도 피한다. 허 사장은 “단순히 높은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 업황이 꺾이면 실적·배당이 감소하고 주가도 자연스럽게 대폭 하락할 수 있다”며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지속 가능한 실적과 배당 수준을 고민하고 이후 해당 산업의 변화에 따른 주가 흐름, 기업가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들의 능력과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신영자산운용의 기업 문화도 장기 투자 철학을 뒷받침했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는 펀드매니저들이 1, 2년 단위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은 1996년 자회사인 신영자산운용 창립 이후 딱 한 차





례 신영운용을 방문했을 정도로 펀드매니저들의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펀드 운용을 밀어주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신영밸류고배당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9.66%), 기업은행(4.03%), 맥쿼리인프라(4.02%), GS(3.67%), LG(3.37%) 등이다.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대비 낮은 편이지만 허 사장은 “과거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이 2~3%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더 높아 보이는 종목이 많아 분산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업종은 수출주·대형주에 가려진 내수업종, 중소형주 등이다. 분할 매수를 통해 서서히 비중을 키우고 있다. 이밖에 신영밸류고배당 펀드가 14년여 간 가장 오래 보유한 종목은 우선주와 지주사다. 투자 가치가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저평가돼 있어 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산 대부분을 신영 펀드에 꾸준히 투자해온 허 사장은 “가치·배당 투자는 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예금 이자 받듯이 배당을 받는, 기회 비용 없이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권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출발해서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위험·고수익 상품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해외에 비해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낮아 배당 투자에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최근 주주환원정책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문화 추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투자환경이 달라졌다”며 “절대 저평가 가치주인 한국 주식시장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고의 가치투자이자 배당투자”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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