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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세금걱정 없는 조세회피처] 英여왕부터 마돈나까지...셀럽들 '쩐의 휴식처' 된 유명 휴양지

섬나라부터 스위스·아일랜드 등

알려진 조세회피처만 48곳 달해

슈퍼리치들 유령회사 활용 은닉

글로벌 대기업은 '세금 바꿔치기'

EU 등 각국 "탈세로 재정난 심각"

IT기업들 매출에 과세 논의 진행





바하마·산마리노·케이맨제도와 영국 저지섬 등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휴양지들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휴식을 누리기 위해 전 세계 여행객들이 이들 섬을 찾는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팝스타 마돈나 등 저명인사들과 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의 자금관리자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이들에게 이들 섬은 몸과 마음이 아니라 막대한 재산이 세금 걱정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다. “부는 안전한 항구를 찾는다(Wealth seeks out safe harbours)”는 로펌 애플비의 소개처럼 말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에 이어 최근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를 또다시 폭로하며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것은 각국 조세당국의 시선을 피하려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내용을 담은 로펌 내부자료다. 지난해 시그뮌뒤르 다비스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사퇴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인기 하락 등으로 이어진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이 올해도 재연될지를 두고 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명인사들과 기업들의 조세회피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지역들의 이름이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로스 장관은 케이맨제도를, 애플은 저지섬을 세금을 피하기 위한 조세회피처로 활용했다. 조세회피처는 세금을 걷지 않거나 세율이 아주 낮은데다 세금 정보를 다른 국가와 공유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기업 설립을 제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지난 2015년 미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기구 및 단체에서 파악한 조세회피처는 무려 48곳에 이른다. 이들은 다시 세금을 매기는 정도에 따라 법인·소득세가 없고 다른 나라와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조세천국(Tax Paradise)부터 역외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는 조세은신처(Tax Shelter), 특정기업이나 사업에 세금 특혜를 제공하는 조세휴양지(Tax Resort)로 분류된다.

흔히 조세회피처라고 하면 카리브해·지중해·태평양 등지의 섬을 떠올리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도 명단에 포함된다. 1789년 비밀주의를 기반으로 프랑스 귀족들의 재산을 숨겨주며 금융산업을 발전시킨 ‘조세회피처의 원조’ 스위스부터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대폭 낮춘 룩셈부르크·아일랜드 등도 조세회피처로 볼 수 있다.

부유층과 기업들이 이들 조세회피처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기업들이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특허료·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로 옮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세회피처에 현금을 쌓아두면 기업들은 세금을 내지 않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내면 된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16년 말 기준 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역외에 쌓아놓은 자금이 1조8,4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슈퍼리치’들은 조세회피처에 신탁회사(트러스트)를 만들어 재산을 옮겨놓고 자신과 자녀들이 수익을 받게 하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한다. 이렇게 하면 신탁회사가 투자해 얻은 자본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상속세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영국 밴드 U2의 리더 보노도 지중해의 조세회피처 몰타를 경유해 리투아니아의 대형쇼핑몰을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세회피 행위는 정부의 세수와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TJN)에 따르면 기업과 개인들이 매년 이런 편법으로 내지 않는 세금은 세계적으로 각각 5,000억달러와 2,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부의 쏠림’ 현상을 나날이 심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가브리엘 저크먼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부가 매년 3%대 증가율을 나타내는 데 비해 억만장자들이 남기는 유산은 7~8%씩 늘어난다며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자산관리 산업의 부상’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IT기업들에 연내 조세회피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으며 다국적 IT기업들에 대해 매출에 과세하는 ‘평형세(equalisation tax)’를 도입하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성명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이 비유럽 지역 조세회피처의 블랙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의 폭로로 EU 회원국들이 IT기업들의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추진력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 세금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조세회피는 엄밀히 말하면 합법적 영역에 있기 때문에 아직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로펌 애플비는 자료유출 후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에 조언을 해주는 역외 로펌”이라며 “우리는 불법적인 행위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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