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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로봇, 삶의 동반자냐

AI기술 고도화되며 상용화 잇따라

의료로봇, 수술 도우미 역할 톡톡

외로움 달래주는 소셜로봇도 등장

"극한의 일자리 로봇이 대체할 것"

머리를 쓰다듬자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춘다. “너 여자 친구 있어?”라고 물어보자 “이런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해요”라며 고개를 떨군다. 가슴에 달린 태블릿 화면을 터치해 휴대폰 교체 상담을 요청하자 연령대와 좋아하는 휴대폰 종류 등을 물어본 후 ‘아이폰7’을 추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경기도 성남 LG유플러스 분당 플래그십 매장에서 손님맞이에 한창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모습이다. 키 130㎝에 무게 29㎏의 초등학생 정도 크기인 페퍼는 매장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며 11세 어린이의 목소리로 친근하게 각종 서비스를 안내해준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제작한 페퍼는 머리와 손등·가슴에 센서가 부착돼 만질 때마다 손을 올리거나 고개를 돌리며 친근한 표정을 짓는다. 해당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페퍼와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한다”며 “아직 직원 한 사람 몫을 온전히 해내지는 못하지만 딥러닝을 통해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면 점점 활동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상과학소설·영화에나 등장하던 로봇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나선형신경망네트워크(CNN) 모델과 딥러닝 기술 도입으로 빠르게 발달함에 따라 이를 활용한 로봇 개발이 활발하고 적용 분야도 확대되는 추세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로봇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의사가 조종석에서 로봇 팔과 카메라를 조종해 수술하게 해주는 ‘다빈치’ 로봇의 경우 수술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빈치를 통해 수술 부위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10배 확대한 뒤 수술할 수 있어 신경이나 혈관 등 민감한 조직의 수술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

자폐아동 치료에도 로봇이 사용된다. 분당서울대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자폐증을 가진 아동 15명을 대상으로 유진로봇의 ‘아이로비큐’와 KIST의 ‘카로’를 통한 로봇 치료를 시도한 결과 상대방과 눈을 맞춘 환자 비율이 기존 20%에서 7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을 좋게 하거나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교감을 하는 소셜로봇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노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일본이 소셜로봇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유카이엔지니어링에서 제작한 힐링로봇 ‘쿠보’는 고양이 꼬리가 달린 쿠션 모양의 로봇이다. 쿠보를 살짝 만지면 꼬리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사람을 간질이지만 쿠션을 세게 때리면 꼬리가 화난 듯 격렬하게 반응한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기 힘든 1인 가구에는 쿠보가 하나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는 시제품만 출시됐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일반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가 3만9,800엔(약 43만원)에 내놓은 ‘키로보미니’는 높이 10㎝에 무게 183g인 갓난아기보다도 작은 체구를 지녔다. 집이나 차에서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대화와 관련한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또 카메라가 내장돼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파악하기도 한다.

소니가 조만간 선보일 대화형 로봇 ‘엑스페리아 헬로’는 기존 AI 스피커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인체 감지 센서와 카메라로 사람의 상태를 능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질문에 대답만 하는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사람에게 먼저 말을 붙이는 등의 기능도 갖췄다.

소니는 또 최근 애완용 로봇 ‘아이보’를 내놓고 ‘로봇 반려견’ 시장 장악에 나섰다. 아이보는 높이 30㎝에 무게 2.2㎏으로 애완견과 유사한 크기이며 주인의 칭찬에 귀를 쫑긋하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의 애정표현을 한다. 아이보는 지난 1999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후 2006년 생산이 중단됐지만 최근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재출시됐다. 김민선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고장 난 애완로봇의 장례식을 치르는 등 사회·문화 측면에서도 로봇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는 편의성뿐 아니라 소셜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 또한 잇따라 로봇 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생태계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7월 인천국제공항에 청소로봇과 안내로봇 각각 5대를 배치한 뒤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안내로봇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해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국어를 인식하며 LG 로봇청소기의 청소 기능과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LG전자는 공항로봇을 시작으로 상업용 로봇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분야의 선두주자인 네이버는 지난달 열린 ‘데뷰 2017’ 행사에서 실내자율주행 로봇, 전동카트, 로봇 팔 등의 로봇 라인업 9종 선보이며 로봇을 통한 일상 혁신을 꿈꾸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서큘러스가 개발한 소셜로봇 ‘파이보’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파이보는 뉴스 요약 서비스, 날씨 안내, 대화, 일정 관리, 음악 재생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감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최수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원은 “로봇이 서로 간 유전정보(프로그램)를 전송해 무작위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른바 ‘로봇이 로봇을 낳는 기술’도 이미 네덜란드에서 시연됐다”며 “먼 미래에는 극한의 환경에서 로봇이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해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철민·권용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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