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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로봇, 인류를 해칠 敵인가

美 '아마존고' 매장 무인화로 포문

국내 유통업체도 로봇화 실험 속도

'저소득층 일자리 로봇대체' 우려에

新러다이트 운동 재연 가능성 제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위치한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시애틀=블룸버그




영국 북부 애싱턴시에 위치한 네덜란드 화학회사 ‘악조노벨’의 자동화 공장. /애싱턴=블룸버그


지난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경제포럼의 메인 홀에서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블룸버그


#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에드 렌시 전 최고경영자(CEO)가 날린 말폭탄이 노동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렌시 전 CEO는 “프렌치프라이를 포장하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직원에게 시급 15달러를 주느니 3만5,000달러(4,140만원)짜리 로봇 팔을 사는 게 낫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조연맹체 등이 최저 시급 15달러 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엄청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 미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카페X’는 ‘로봇 바리스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태블릿으로 샌프란시스코 3대 커피 중 하나인 ‘피츠커피’를 주문하면 로봇 팔이 분주히 움직여 커피를 만든다. 커피 한잔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 로봇 팔은 커피를 빼낸 뒤 손님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까지 한다. 이 밖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줌피자’는 피자 조리 과정을 로봇으로 자동화했고 ‘캘리버거’ 매장에서는 로봇이 패티를 굽고 햄버거를 만든다. 카페X의 한 관계자는 “금요일이나 주말의 경우 하루에 많게는 200여잔을 로봇이 만들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결합한 ‘로봇혁명’이 노동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했던 일이 하나둘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전환되면서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 소멸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어젠다를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왔다”며 “변화 규모와 범위, 복잡함은 인류가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한 예언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로 빠르게 파고드는 로봇혁명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유통 분야다. 올해 초 글로벌 ‘유통공룡’인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 7번가 2131번지에 문을 연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등록된 QR코드를 스캔한 뒤 원하는 물건을 고르면 매장 측은 해당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어떤 물건을 집었는지 컴퓨팅·센서 기술, 딥러닝 알고리즘 등으로 파악한다. 계산대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점원은 없다. 아마존은 올 5월에 인수한 홀푸드 식료품 매장에도 이 같은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5월 세븐일레븐이 처음으로 무인편의점을 선보였다. 앞서 3월에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업계 최초로 로봇 쇼핑 도우미 ‘엘봇’이 배치돼 방문객에게 다양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로봇혁명을 반길 수만은 없다. 로봇에 의한 자동화는 우리 일상에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앗아가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놓고 인간과 로봇이 벌이는 ‘일자리 전쟁’이 심화하면서 19세기에 벌어졌던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이 200년 만에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 투자회사 코너스톤캐피털그룹경제연구소는 향후 10년간 미국에서만 최대 750만개의 소매업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WEF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의 도입으로 500만명의 운전직 종사자가 실업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로봇이 대체할 일자리에 대한 세계 노동자들의 공포감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전역에서 4,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의 72%는 자동차 운전, 직원 관리·감독, 노인 돌봄 등의 직무가 로봇과 컴퓨터로 자동화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낙관적인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9월 영국왕립예술협회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영국 민간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로봇과 AI가 향후 10년에 걸쳐 영국 민간 부문 전체 일자리의 14%에 달하는 400만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로봇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혁명은 가뜩이나 심각한 소득 불균형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도 크다. 로봇 활용이 늘어나면서 단순직 일자리가 급감하면 근로자의 기술·능력 수준에 따른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동화로 소득계층 하위 10%인 저소득층의 21%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8월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로봇 활용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가 716만개 사라질 것”이라며 “중·저소득층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가장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로봇혁명이 가져올 세상에 대해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전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됐으며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생산성과 임금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70년대 자동현금인출기(ATM)가 처음 나왔을 때 웰스파고은행의 간부들은 지점과 직원 수가 매우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운영지출이 감소하면서 더 많은 지점이 생겨났다”며 “기업이 기계화를 선호하는 것은 물건을 더 싸게 생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향상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영국왕립예술협회는 “자동화는 평범한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노동자들이 사람 중심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산성과 임금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홍용기자 샌프란시스코=김경미·김지영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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