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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일상으로 들어온 로봇..인간이 만든 선악과인가

길안내·상품추천·자폐 치료 등

다양한 역할 수행하며 날로 진화

교감 가능한 반려로봇까지 등장

인간 일자리 잠식 우려 커지고

'킬러로봇' 등 윤리 문제도 과제





#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입점해 있는 서점 ‘YES24’에 가면 공기청정기 형태의 물체가 책을 싣고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고객들이 다 읽은 책을 상단부의 적재공간에 넣어 수거하고 일정 무게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한다. 서점 직원들은 고객들이 꺼내 본 책을 정확한 위치에 다시 배치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고객들은 관심 있는 책을 골라서 본 후 간편하게 반납하면 되기 때문에 진열대 주위에 서서 책 내용을 한 권씩 따로 확인하지 않고 여러 권을 원하는 만큼 편히 테이블에서 볼 수 있다.

이 물체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다.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을 피하고 이동할 장소를 정확하게 파악해 책을 실어 나른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공간의 특성이나 목적에 맞는 형태의 로봇으로 쉽게 맞춤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방식과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는 이번주부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안내로봇을 배치하고 방문객들에게 주요 시설 및 매장 안내, 광고 상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고객이 로봇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특정 매장을 찾으면 화면과 음성으로 해당 매장의 위치, 상세 경로, 소요시간 등을 안내해준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에 안내로봇 5대를 배치해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10대를 들여와 지난달부터 자사 매장과 은행·서점·대형마트·백화점 등에서 안내와 간단한 상품추천 업무를 맡겼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이 탑재돼 인사는 물론 날씨·지식검색 등 다양한 분야의 대화가 가능하고 맞춤형 상품 추천도 해준다. 이 밖에 분당서울대병원은 자폐아 치료에 소셜로봇을 활용해 효과를 거두는 등 다방면에서 로봇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로봇이 일상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어라운드처럼 단순한 기능이지만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나 AI 기능을 갖추고 인간과 교감하는 소셜로봇이 속속 출시되면서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노인·장애보조 등의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10%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접하는 로봇이 마냥 신기하고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당장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타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인간과 로봇 간 ‘일자리 전쟁’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AI와 로봇 기술 발달로 오는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일자리뿐 아니라 AI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윤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AI 기반의 ‘킬러로봇’ 무기 개발과 이용이 확산되며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AI·로봇 업계 창업자 137명과 함께 유엔에 공동서한을 보내 로봇 무기 금지를 촉구했다.

킬러로봇이 아니더라도 AI를 탑재한 로봇은 이미 적지 않은 ‘사고’를 쳤다. 지난달 10일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 다우존스는 ‘구글이 애플을 9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기사를 내보내 미국 증권가를 뒤집어 놓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 주가가 치솟았지만 기사는 AI 기사생산 봇(Bot)이 작성한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다우존스는 속보 스트레이트 같은 주식·기업 관련 정보를 봇에 맡긴다. 봇은 자연어 처리기술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해 컴퓨터 저널리스트 같은 전담자가 입력한 데이터나 기업·애널리스트·전문가 등이 제공한 데이터를 추출해 기사를 생산하는데 정확하고 순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오보를 생산할 수 있어 이번 해프닝은 로봇저널리즘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채팅로봇) ‘테이’가 인종차별 및 성차별 발언을 하는 바람에 공식 사과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박현섭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감정이 없는 AI와 로봇이 어떤 오류와 문제를 일으킬지 예상하기 어렵고 해킹 등의 리스크에 언제나 노출될 수 있다”면서 “AI 로봇을 안전하고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윤리규범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인간과 로봇과의 공존은 이미 시작됐고 로봇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아담과 이브가 호기심에서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 먹었듯이 인간과 닮은 기계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AI 로봇을 만들어냈다. AI 로봇이 인류를 풍요롭게 할지 고통을 줄지는 결국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러시아의 전직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최근 발간한 ‘딥싱킹’에서 “AI를 지혜롭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기술은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니스 홍 UCLA 교수도 “AI 로봇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로봇과 AI의 발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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