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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 떠밀려 온 신비의 바다 괴물

알고 보면 신비한 것도 괴물도 아니다 진짜 괴물은 아직 육상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바다는 신비의 장소다. 오래된 책에서는 바다를 날뛰는 야생마, 잠든 여인으로도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 진부한 비유를 쓴 작가는 야생마도 여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겠지만 바다를 가리켜 누구도 보지 못한 특이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측량할 수 없는 심연으로 보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이상한 것이 해안에 떠밀려오면 사람들은 그것을 바다의 신비로 치부해 버리기 십상이다. 이 괴상한 것은 대체 뭔가? 이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생명체임이 틀림없다! 하는 식이다. 물론 쉽게 볼 수 있는 생명체는 아니다. 그러나 바다 생명체 대부분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새로 본 종의 이름은 지을 수 있지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다. 너무 바보스러운 모습이라 짜증이 날 정도다.

진실을 말하자면, 해안에 떠밀려오는 바다 생명체 중에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텍사스 주에 나타났다는 무서운 바다 괴물도 알고 보니 송곳니 뱀장어였다. 물론 몸이 미끈하고 이빨이 날카로워 좀 괴물같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걸 갖고 그 난리를 치는 것은 송곳니 뱀장어에게 실례다. 인간들이 오인한 거다. 이는 해안에 떠밀려 온 대부분의 ‘바다 괴물’ 모두에게 다 해당된다. 인도네시아에 떠내려 온 것은 수염 고래였다. 필리핀의 작은 섬에 떠밀려 온 것도 역시 고래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얕은 바다에서 피를 빤다는 괴물은 바다 벼룩이었다. 정체 불명의 젤리형 생명체도 처음에는 문어로 여겨졌지만 알고 보니 향유고래의 가죽이었다. 거대 편평어는 그나마 제대로 본 거다. 알고 보내 거대 편평 산갈치였다.


이 파란 해삼은 해안으로 떠밀려 온 게 아니다. 심해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엉덩이가 두 개인 물고기


사랑스런 블라인드 커스크 장어





이것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바다의 풍화작용 때문이다. 바다는 그 힘으로 유리에 광을 내고 돌을 갈아 모래로 만들 수 있다. 한 때 멀쩡했던 생명체도 죽은 다음에 폭풍 등 바다의 힘에 휘말리면 해안에 밀려 올 때쯤이면 걸레가 된다. 추한 모습이기는 하다. 그러나 괴물이라고? 전혀 아니다. 독거미나 쇠똥구리처럼 이들도 상황에 맞게 진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환경에 적응한 바다 생명체라고 해도 늘 해안에 떠밀려 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바다의 가장 어두운 해저에 숨어있다. 인간이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여기에 진짜 신비가 숨어 있다. 인간은 이들의 생리를 제대로 접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심해어들은 살아 있을 때에도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구도 이들이 심해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생물들을 실제로 봤을 때 난리법석을 쳐야 할 진짜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모습은 흉측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놀라운 생명체다. 차갑고 어두운 심해에서 고압의 수압을 견디며 잘 살 수 있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힘든 삶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생존하기에 대단하다. 장어도 산갈치도 고래도 생존이라는 엄청난 임무를 잘 해나가고 있는 점은 똑같다. 이들이 바닷가에 쓸려 왔을때 인간이 이들을 ‘괴물’이라고 무례하게 부를 뿐이다. 인간의 시체도 바다의 파도와 염분에 시달리면 만신창이가 된다. 그러니 이들을 부를 때는 경의를 표해라. 고래는 고래로, 물고기는 물고기로 부르라는 것이다. 다만 태선동물은 용이라고 불러도 좋다. 기술적으로 그나마 정확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Sara Chod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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