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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전문가들






시간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방법과 인간의 정신이 매 순간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철저히 탐구하는 5명의 전문가들







엘리사 펠리시타스 아리아스 - 국제 도량형국 시간과 과장

엘리사 펠리시타스 아리아스는 세계의 시간 원기를 책임진 사람이다. 그녀는 “나는 시간과 엄청난 악연을 맺었다.” 또한 그녀는 시간 엄수에 대한 자유방임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나는 비행기 시간 같은 것에 늦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집의 시계는 모두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그녀는 일할 때도 이렇게 느슨한 태도로 임하지는 않는다. 파리 외곽의 국제 도량형국 시간과의 과장인 그녀는 협정 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를 다루고 있다. 각국 정부와 군대, 학계가 사용하는 시간의 표준인 UTC는 초정밀 GPS 위성에서부터 기상 경보 체계에 까지 모든 곳의 시계에 다 쓰인다.

아리아스와 그녀의 팀원들은 전 세계의 마스터 원자 시계 75대의 데이터를 보고, 이 데이터간의 10억분의 1초 정도의 오차를 분석 및 비교 측정해서 일종의 소급 평균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을 통해 국제 도량형국의 58개 회원국은 더욱 통일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리아스의 월간 보고서를 사용해 UTC에 맞게 시계를 조정, 더욱 정확한 표준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전 세계의 인터넷도 항공업계도 군대도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리아스는 정확한 시간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UTC를 전 세계의 표준시로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것은 종이 한 장이다. 다른 모든 시간의 측정 단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구성일 뿐이지만 이것이 월 단위로 보고되어야 세계 경제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일반인들의 생 활에서 그만큼 정확한 시간 엄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아리아스는 말한다.

“일상의 여러 가지 것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시급하지 않다.”





마티아스 두아르테 - 구글 소재 설계 부사장

유튜브 비디오에서 버퍼링이 일어나거나 앱 다운로드가 느려져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기다리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의 기다림과도 비슷하다. 구글의 소재 설계 부사장인 마티아스 두아르테는 이런 인터넷 상의 기다림을 숨기고 거기서 오는 지겨움을 없애는 방법을 무려 7년이나 연구해 왔다. 칠레 출신인 두아르테는 1994년 비디오게임 애니메이터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장법과 편집 방식을 사용해 사람들의 시간 지각력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유명한 사이드킥 스마트폰을 설계하고 팜의 매우 호평받은 모바일 운영 체제인 웹 OS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든 그는 2010년 구글에 입사해 안드로이드의 설계를 지휘했다. 몇 년 후 그는 더욱 큰 일을 맡게 되었다. 모든 플랫폼과 제품의 사용자 체험을 통합하는 일이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첨단 기술과 인지 과학에 대한 이해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아르테와 그의 팀은 사용자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앱의 진행상황 바와 로딩 바를 변형시키고, 또한 사용자의 조작에 따른 반응을 더 확실히 표현하기 위한 터치스크린 물결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요즘은 컨텐츠의 로딩이 완료되기 전에 동적 플레이스홀더를 사용하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1~2초 정도의 비교적 짧은 대기 시간의 경우, 이 동적 플레이스홀더가 나타난다. 구글 앱이나 페이스북 뉴스 피드를 시작할 때 볼 수 있다. 그 형태와 크기를 보면 어떤 컨텐츠가 어디에 나올지 예측이 가능하다. 이로서 사용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들의 지겨움도 감소된다.

이 모든 연구가 진행되는 와중에, 두아르테는 한 가지를 확실히 한다. “더 빠른 네트워크와 프로세서에만 의존해서는 인터넷에서의 대기 시간의 지겨움을 덜 수 없다. 뭔가를 더 빠르게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그만큼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제약은 인간의 인지 능력에 있다.”







알렉산드라 호로위츠 - 바나드 대학 개 인지 연구자

시간의 흐름을 눈을 통해 알아낸다. 그러나 알렉산드라 호로위츠에 따르면 개는 다른 감각 편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바나드 대학 개 인지 연구소의 창립자이며 책 의 저자다. 개의 코는 매우 발달되어 있다. 인간의 후각 수용기 세포가 500만 개인데 비해 개는 3억 개가 넘는다. 때문에 이들은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향기나 호르몬도 감지할 수 있으며, 그 상대농도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는 후각으로 시간을 아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호로위츠는 “냄새의 주된 특징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거리를 걸을 때에 체취 분자를 마치 배기가스처럼 뿌리고 다닌다” 이러한 체취 분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산된다. 따라서 시간도 냄새의 차원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개들은 발자국의 냄새에서 과거를, 산들바람의 냄새에서 미래를 느낄 수 있다. 냄새를 통해 대상 뿐 아니라 시간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호로위츠는 15년 동안 개의 습성, 특히 놀이 습성을 연구했다. 개의 마음을 더 잘 알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연구는 인간 세계를 후각을 통해 인지하려는 시도로 필연적으로 이어졌다. “시간을 인간의 발명품으로 여기면 정말로 이상한 것이 되어 버린다. 인간 아닌 다른 존재들도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간을 느끼고 체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 호로위츠의 냄새관련 다음 연구 과제는 개들이 서로 체취로 상대를 인지하고 구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실비 드로와 볼레 -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의 클레르몽 오베르뉴 대학 심리학 교수

실비 드로와 볼레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사에서 인체공학과 인간 실수를 연구하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현재 그녀의 전문분야는 인간의 또다른 형태의 실수다. 시간 길이를 잘못 알아맞히는 경향이 그것이다. 지난 30년간 그녀가 연구한 주제 중에는 인간 두뇌가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 인간의 시간 인식 능력이 매우 잘 변하는 이유 등이 있다.

“인체 시계는 매우 변덕스럽다.” 드로와 볼레가 인지되는 시간 및 피부 전도율이나 심박 등의 생리적 반응을 측정하는 시각 실험실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결과, 인간의 감정, 특히 매우 강렬한 감정이 시간 인식을 왜곡시키는 주범이라고 보았다. 드로와 볼레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생체 시계를 매우 빠르게 돌린다고 한다. 생체 시계가 빨라지면 단위 시간 당 맥박이 늘어나고 경과 시간의 길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과거 사건의 기간은 실제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 고 그녀는 말한다. 물론 사람은 자신의 시간만 워프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타인의 시간 지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녀는 어느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젊은이의 얼굴과 늙은이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피험자들은 늙은이의 얼굴을 본 시간은 실제보다 짧게 느꼈지만 젊은이들의 얼굴을 본 시간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이에 대한 그녀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노인들은 몸동작이 느리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따라서 노인을 볼 때는 생체 시계가 느리게 움직이고, 그에 비해 실제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인체의 시간 측정 능력은 제멋대로고 믿을 수 없다는 증거라고 한다. 그러나 드로와 볼레의 시각은 다르다.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일상사의 리듬에 맞추어진 여러 개의 시계가 있다.”





리처드 라슨 - MIT 데이터 시스템 사회학 교수

리처드 라슨은 아직도 자신을 무너뜨린 어떤 시간을 기억한다. 1985년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6살 먹은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려고 시어즈에 갔다. 원하는 모델을 고르고 돈을 지불한 그는 상품 인도 장소에 가서 직원에게 영수증을 넘겨주고 기다렸다. “내가 간 다음에도 10명, 20명, 25명의 사람들이 와서 영수증을 내고 램프, 짐받이, 안장 등을 받아갔는데, 나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거기 앉아 있었다. 너무너무 화가 났다.”

직원이 라슨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가 들어간 지 한 시간 반이 넘게 지난 후였다. 실험 연구자이자 시스템 공학자인 그는 이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조치를 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환불하거나 시어즈에서 다시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두 가지 모두를 선택했다.

몇 주 후 라슨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화가 났던 것은 오래 기다려서가 아니라, 그보다 나중에 온 사람들이 먼저 나갔고, 그는 이런 지연을 예상치 못한 점이었다. 이에 착안해 그는 1987년의 세미나에 <줄 서기와 사회적 정의의 심리학>이라는 논문을 쓰게 된다. 한 사람의 대기 체험에 공정성이 미치는 중요성과 영향을 강조한 논문이었다. 현재 라슨은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는 대기열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통계 개연성의 대기 문제, 유동 균형 방정식을 해결해 왔다. 지난 45년간 그는 뉴욕 시경의 911 긴급 전화 대기시간 단축에서부터 대기 추론 엔진 개발에 이르는 다양한 일을 해 왔다. 대기 추론 엔진은 데이터를 즉시 얻을 수 없을 때 대기열의 길이와 사람들의 대기 시간을 판단하는 수학적 방법이다. 더 최근에 라슨은 고객들의 관여와 정보가 대기열 속 사람들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월드가 대기열에 관한 고객 대응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곳으로 꼽는다. 다만 그곳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들 테마 파크들은 대기 시간을 일부러 뻥튀기한다. 탑승시간이 4분 짜리인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한 가족이 40분을 기다릴 수 있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서 놀이기구를 타고 난 후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예측을 관리하고 뛰어넘을 때 그렇게 된다. 항공기가 지연 때 항공사 조종사들이 이 점을 더 잘 이용하기를 바란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BRYAN CARDINER, illustrations by ADAM CRU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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