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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평판 연연 안해...좋은 곡 남기는 게 유일한 꿈"

■베를린 필 20일 내한공연서 신작 '코로스 코르돈' 국내 초연

상과 타이틀이 나를 정의 못해...스스로 정한 기준 지키는 게 중요

세계적 대가들인데 리허설부터 혼신...베를린필과 작업 너무 만족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사진제공=서울시향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사진제공=서울시향


진은숙(56·사진)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이다. 그가 음악사에 남긴 족적을 더듬으면 이런 수식이 낯간지러운 허언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진은숙은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벌써 까마득한 과거처럼 여겨지는 2004년에 받았다. 그 이후로도 살아 있는 작곡가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인 쉰베르크상(2005년),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1년)을 잇따라 거머쥐며 현대음악계를 주도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눈부신 이력을 스스로 만들어왔지만 정작 본인은 겉으로 보이는 떠들썩한 영광에 무심하다. 언론의 주목을 크게 즐기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하루 온종일 음악만을, 자나 깨나 음표와 멜로디만을 생각하며 자주 고통스러워하고 아주 가끔 황홀한 기쁨에 젖는다. 어쩌면 이렇게 ‘잡티’ 하나 없이 순수하고도 맑은 열정이 오늘의 진은숙을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신작 ‘코로스 코르돈’(현의 춤)의 국내 초연을 갖는 진은숙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실을 찾은 지난 13일 오후에도 진은숙은 피아노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기자를 안내한 서울시향의 홍보 담당자가 세 차례나 문을 노크한 이후에야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겁지겁 연주를 멈출 정도였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로 활동 중인 진은숙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내한했다. 베를린 필은 이번 공연에서 진은숙의 신작 ‘코로스 코르돈’을 연주한다.

진은숙은 이날 만남에서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과 함께 작업한 소회부터 들려줬다. “지난 3일에 이미 베를린 현지 공연에서 초연을 했는데 전반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베를린 필이 연주 잘하는 거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작곡가로서 협업 과정 자체가 참 만족스러웠지요. 세계 제일의 대가들인데도 리허설부터 성의 있게 열심히 하고 제가 굳이 ‘어떤 부분이 모자라다’고 지적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길을 찾아가더군요. 이번 내한공연을 비롯해 앞으로 세계 투어를 하면서 점점 더 멋진 연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진은숙은 상기된 표정으로 작업 과정을 돌이키면서도 예의 그 성격대로 ‘베를린 필의 위촉을 받아 곡을 썼다’는 번드르르한 외양이 예술가로서의 자기중심을 해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눈치였다. 그는 “밖에서 주어지는 상(賞), 타이틀이 부여하는 사회적 위치가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다”며 “스스로 기준과 잣대를 정해놓고 이를 지키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가의 삶은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길입니다. 세상의 어떤 영광도 이 고통을 보상해주지 못해요. 대학 시절부터 남들이 칭찬해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성격이긴 했어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조금 있으면 제 나이도 60세인데 이런 성향이 더 강해졌지요. 칭찬에 혹하지 않고 비판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타인의 비판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진은숙은 아직도 곡을 쓸 때마다 부족한 점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그는 “이번 베를린 필 초연 때도 그랬지만 늘 새로운 곡을 선보이고 나면 깊은 우울에 잠긴다”며 “죽어라 노력했는데 또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늘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매번 혹독한 자기반성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음악도 많이 듣고 다양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촉수를 세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좋은 음악을 써서 남기는 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목표”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독일에서 거주하며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활동하는 그가 10년 넘게 서울시향과의 인연을 놓지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시향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는 공연기획자문역까지 도맡아 쉴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출신의 작곡가로서 갖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클래식 시장은 아직도 현대음악의 팬층이 두텁지 않잖아요. 이런 사명감이 없으면 어떻게 창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업무까지 수락할 수 있겠어요. 비록 현대음악이 큰 인기가 없다고 해도 저 같은 사람이 꾸준히 노력해야 ‘음악의 역사’도 이어질 거라 믿어요.”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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